글쓰기

목걸이를 풀면서

다림영 2013. 5. 3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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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님이 엉망으로 엉켜버린 목걸이를 가져왔다. 혼자 풀 다가 혈압이 오르고 미칠 것 같아서 내게 가져 왔노라한다. 종종 있는 일이다. 처음엔 머리가 지끈지끈해서 무조건 공장으로 보냈는데 언제부터는 돋보기도 끼고 또 작은 돋보기도 옆에 가져다 놓고 작업을 한다.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차분히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웃으며 받아들고 밥도 거른 채 몰두한다. 손으로 풀다가 안되면 바늘로 해야 하는데 별것이 아닌 것 같아도  눈도 시리고 뒷목이 뻐근할 정도로 힘겹다. 목걸이가 한번 쯤 기가 막힐 정도로 엉켜본 사람이면 알 수 있다.

  

높은 도수의 돋보기로 살피며 바늘로 살살 달래며 건드리다가 이리저리 빼내야 하는데 그것이 다시 엉켜 버리고 도무지 풀릴 생각이 없는 목걸이를 보면, 가위로 확 잘라버리고 싶은 마음이 불길처럼 일어나는데 그럴 때는 그냥 놓아두어야 한다.

잘못하면 목걸이는 목숨을 잃는 지경에 이르러 용광로 속으로 던져지던가 다시는 온전한 모습으로 빛나지 못하게 되므로.

  

그러한 순간이 올 때면 잠시 바람이 휘 젖는 신작로를 바라보거나, 텔레비전 개그프로를 마음 없이 들여다보거나, 흥겨움을 주는 노래를 듣거나  고요한 음악에 몸과 마음을 그냥 놓아두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다보면  차분해지고 일말의 힘도 솟구치는 것이다.

  

대단한 장인 인 듯이 다시 돋보기를 끼고 예리한 도구로 천천히 앞으로, 뒤로, 옆으로, 가로 세로 빼내는 시간은 만만치 않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엉망으로 엉켰던 것들이 스르르 풀어지는데 그 때의 작은 기쁨이란 풀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아주 작은 일 같지만 잘 되지 않아 일순 잘라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때로 세상사가 내게 맡겨진 목걸이 처럼 그 가는 마음 줄이 엉망으로 꼬여서 도저히 풀 수 없어 가위로 잘라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잘라 버리면 더 이상 속을 끓일 일도 없고 꼬리를 무는 무수한 잡생각이 일어나지도 않을 수 있으니 그 또한 복잡한 삶을 피할 수 있는 하나의 길 이기도 하겠다.

  

 

 

그러나 나는 안다. 엉켜서 도저히 풀 수 없었던 목걸이가 여인의 희고 가는 목에 고요히 앉아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듯이, 우리 영혼의 눈부신 순간을 위해, 혈압이 오르며 속이 끓어올라도 인내하는 시간을 지녀야 함을 .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나를 낮추며 여러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그러한 가운데 마음을 기울이다 보면 풀리지 않을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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