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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등이 깜박인다.
자기를 봐달란다.
고개 젖히고 한참을 째려보면 흠칫 놀라 가만 있는다.
모른 척 돌아서면 또 깜박인다.
그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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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가 연휴에 어디어디 다녀왔다고 힘들어죽겠다고 남편을 들먹이며 욕하는데 자랑이다.
나는 줄 창 처박혀 글만 읽었다고 늘어놓았는데 돌아보니 그것도 자랑이다.
정신없이 일에 파묻힌 누군가는 그랬을 것이다.
나쁜X들, 팔자 늘어져서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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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동안 쓰던 저울을 이제는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
저울번호를 얘기하니 그 모델은 생산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10년이면 다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생겨나지만
10년 동안 입던 청바지 솔기가 거의 닳아 이젠 버려야 할 것을 알았고
10년 동안 물에 물탄 듯이 피아노를 배우던 남자 아이들도 어느 순간 미친 듯이 음악에 빠지게 됨을 알았고
10년도 아닌 30년 동안 죽자 사자 했던 친구들도 돈 없으면 예전처럼 온 마음으로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을 때마다 깨닫지만
모두가 늦잠 자는 휴일 서둘러 일어나 음악을 조율하고 조용한 식탁에서 커피를 내리고 살짝 구운 빵 한 조각을 흰 접시에 올려놓고 시를 읽고 연필로 밑줄을 긋는 사소한 기쁨을 누리는 일이 앞으로 한 십년 또 십년 그 이상 이어졌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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