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창옆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장사를 하거나 농사를 짓지는 않았지만 날이 저물 무렵에 나갔다가 밤이 이슥하면 돌아왔는데 언제나 쌀 닷 되를 가지고 왔다.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으므로 가족들도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알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수십 년 간을 넉넉한 음식과 번드레한 옷으로 살았으나 집안을 살펴보면 언제나 비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병으로 앓아 누웠다. 병세가 위독해지자 은밀히 아들을 불러놓고 일렀다.
“창고 몇 번째 기둥을 자세히 살펴보면 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구멍이 하나 있을 것이다. 그 작은 구멍으로 손가락만한 나무를 넣어 후비면 쌀이 조금씩 흘러 나올 것이다. 쌀을 하루에 닷 되씩만 꺼내오고 절대로 그 이상은 가져오지 마라.”
아비가 죽자 아들은 아비가 일러준 대로 하여 예전과 같이 넉넉히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조금씩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구멍을 조금 크게 뚫고 하루에 서너 말씩 가져왔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더 큰 욕심이 생긴 아들은 구멍을 더 크게 넓혔다. 그러자 쌀이 없어지는 것을 안 창고지기한테 발각되어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도둑질은 본래 나쁜 일이지만 그래도 만족할 줄 안다면 그 아비의 경우처럼 큰 화는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들처럼 분수를 모르고 욕심을 부리면 죽음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도둑질도 그러한데 더구나 군자가 만족할 줄 알 때 그 결과가 어떠하겠으며, 천하의 큰 이익을 얻고도 만족할 줄 모른다면 그 결과는 어떠하겠는가.
,고전읽기의 즐거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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