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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게 앞, 그러니까 시멘트 블록 길과 가게의 경계에 아주 작은 틈이 있다.
그곳에 희고 보랏빛이 섞인 조그만 꽃이 피었다.
몸을 낮추지 않으면 절대 만날 수 없는 그런 꽃이다.
지나는 손님마다 볕을 쬐고 있는 내게 말했다. 그렇게 서있지만 말고 가게 앞에 난 풀이나 뽑으라는 핀잔이었다. 그럴 때마다 난 고개를 흔들며 뽑지 않을 거라 단호하게 전했다. 아마도 풀은 가게주인의 말을 들었는지 살려준 은혜에 보답하려는 것인지 어느 날 조그만 꽃잎을 달고 상냥한 인사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감히 그들이 꽃을 피웠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저 풀이라고 하찮게 여기며 누군가는 나의 게으름을 소문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루 열 몇 시간 고독과 힘을 겨루며 손님을 기다리는 내게 이름모를 풀꽃이 몸을 낮추게 하는 것에 길을 들인다.
민지의 꽃 /정희성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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