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내내 튼튼했던 내 몸이 봄이 드는 요즘 이상 현상을 비추고 있다. 감기가 걸린 것이다. 조그만 약 한 알에 맥을 못 추고 간신히 오늘을 버틴다. 친구들이나 누군가 콜록 거리면 그렇게 면역성이 없어서야... 하면서 핀잔을 주곤 했다. ..
아무런 할 말이 없는 나는 겨울조끼를 입고 난로 앞에 앉아 병든 닭 같은 모습이다.
.막내 녀석이 비가 쏟아지는 하교 길에 친구들과 택시를 탔고 집에 와보니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전화를 아무리 해 보아도 받는 이 없었고 결국 내게 털어놓고 만 녀석은 된통 혼이 났다. 늦은 밤 다시 전화걸기를 시도해서 택시기사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녀석은 아직 어려 저 필요한 말만 하기에 전화를 가로채어 감사함을 전했고 찾으러가마 약속을 하게 되었는데 12시가 넘어 다시 그분에게 전화가 왔다. 동네 오는 편의 택시에 전화기를 보냈노라는 말씀을 전해주는 것이다.
세상에... 찾으러 간다고 했었는데, 상대의 불편을 생각해서 그런 배려를 하다니 너무 고마웠다. 감사인사로 달랑 만 원짜리 두 장과 봉투에 글 몇 자를 적었는데 어찌나 마음이 불편하던지... 그 늦은 밤에 기꺼이 심부름에 응해주신 그분의 친구에게도 더없이 고마웠다.
오늘 아침 모두의 출근길에 얘길 하니 둘째 녀석 세상에 나쁜 사람도 많은데 좋은 사람만나 다행이란 소리를 하며 나선다. 아뭇 소리도 못하고 집을 나서는 막내는 새삼 많은 것을 느꼈으리라 생각해 본다. 경험해야 알 수 있는 것들 중 하나를 배웠을 것이다. 녀석 절대 휴대폰 사주는 일이 없을거란 엄마의 엄포에 죽을 맛 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