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유언혹중(流言惑衆)

다림영 2013. 2. 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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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20

정민의世說新語

 

 流言惑衆

 

말이 많아 탈도 많다. 쉽게 말하고 함부로 말한다. 재미로 뜻 없이 남을 할퀸다. 할큄을 당한 본인은 선혈이 낭자한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죽어야 끝이 날까? 요즘 악플은 죽은 사람조차 놓아주지 않는다. 이유가 없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송나라 때 이방헌(李邦獻)이 엮은 성심잡언(省心雜言)’을 읽었다. 몇 구절에 밑줄을 긋는다.

말로 남을 다치게 함은 예리하기가 칼이나 도끼와 같다. 꾀로 남을 해치는 것은 독랄하기가 범이나 이리와 한가지다. 말은 가려 하지 않을 수 없고, 꾀도 가려 하지 않을 수 없다(以言傷人者,利如刀斧,以術害人者,毒如虎狼. 言不可不擇,術不可不擇也)”.남을 다치게 하고 남을 해코지 하는 말이 너무 많다. 처지가 바뀌면 고스란히 자기에게 돌아온다.

    

강변하는 자는 잘못을 가려 꾸미느라고 허물을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겸손하고 공손한 사람은 타툴 일이 없어 선함으로 옮겨갈 수 있음을 안다(强辯者飾非,不知過之可改.謙恭者無諍,知善之可遷).”잘못을 해놓고 깨끗이 인정하는 대신 변명하는 말만 늘어놓으면, 허물을 고칠 기회마저 영영 놓치고 만다.

 

 

사람이 과실이 있으면 자기가 반드시 알게 되어 있다. 제게 과실이 있는데 어찌 스스로 모르겠는가? 시비를 좋아하는 자는 남을 검속하고, 우환을 두려워하는 자는 자신을 검속한다(人有過失,改必知之,改有過失,豈不自知.喜是非者,檢人,畏憂患者,檢身)”잘못해놓고 저만 알고 남은 모를 줄 안다. 알고도 모른 체 해주는 것이다. 남의 시비를 자꾸 따지지 마라. 쌓여가는 제 근심이 보이지 않는가?

 

    

귀로 들었어도 눈으로 직접 보지 않은 것은 덩달아 말해서는 안 된다. 유언비어는 대중을 미혹시킬 수 있다.(流言惑衆). 만약 그 말만 듣고 후세에 전한다면 옳고 그름과 삿됨과 바름이 실지를 잃게 될까 걱정이다(耳雖聞,目不親見者,不可從而言之,流言可以惑衆.若聞其言,而胎後世恐是非邪正失實).” 스쳐들은 말을 진실인 양 옮기고 다니지 마라. 시비와 사정(邪正)이 실다움을 잃을까 겁난다. 글로쓰면 그 죄가 더 크다. 걷잡을 수가 없다.

 

마지막 한마디. “말을 많이 해서 이득을 얻음은 , 침묵하여 해가 없음만 못하다(多言獲利,不如默而無害).” 다변이 늘 문제다. 말이 말을 낳는다.

한양대 교수.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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