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숲에서 온 편지/김용규/그 책

다림영 2013. 1. 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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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 함께 한 시간에서 나는 그녀의 평범함을 굴복시킨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좋아하는 것이요, 또한 꾸준히 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보다 풀꽃을 좋아하고, 누구보다 꾸준하게 그들의 모습에 귀 기울이는 삶이 평범한 그녀를 위대한 여인으로 바꾸놓은 것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최근 식물도감을 펴낸 많은 사람들은 그녀와 같은 비전공자입니다. 좋아하고 그 좋아하는 것에 꾸준한 것의 위대함, 어떤가요, 겪어보고 싶지는 않은지요.

 

시간이 흐르면 모든 국면은 전환됩니다. 그래서 활황정책은 출구전략을 필요로 합니다. 사람의 복에 따라 국면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삶 역시 활황기가 있으면 불황기를 맞이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책에서는 활황에서 불황의 국면으로 빠져드는 깊이를 줄이기 위한 전략을 출구전략이라 부르는 듯합니다. 하지만 나는 우리의 삶이 불황에서 활황 또는 활황에서 불황의 시간으로 진입할 때 필요한 전략 모두를 일컬어 입구전략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국면은 나가는 것보다 들어설 때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삶이 잘 나가는 국면으로 접어들 때건 험난한 국면으로 접어들때건 가장 중요한 전략은 그 상황으로 내가 들어서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입니다. 나무들은 겨울이 오면 그 시절에 맞춰 자신을 정돈합니다. 낙엽을 만드는 것을 보면 알 것입니다.

 

반면 여름이 오면 나무들은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제게 허락된 하늘을 향해 힘차게 자신의 잎과 가지를 뻗어나갑니다. 지금 숲에 드리운 푸르름의 힘찬 기운을 보면 알 것입니다. 우리 사람들이 나무들처럼 새로운 국면의 실체를 자각할 수만 있다면, 그 시간을 지혜롭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자연에는 겨울이라는 시간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여서 우리 삶에도 종종 겨울이라는 시간이 찾아들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겨울이 찾아온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겨울을 맞았는데도 자신의 삶에 꽃이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고통이 거기에 있어요. 겨울을 맞아서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고, 겨울이 온 것을 알지 못한 채 지나온 봄날처럼 여전히 꽃피기를 바라는 데 우리의 불행이 있습니다.

 

 

나무를 보세요. 겨울이 오기전에 나무들은 가장 붉거나 노랗거나 저다운 빛으로 잎을 물들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단풍이라 부르고 그 가없는 아름다움을 찬양합니다. 하지만 실은 단풍은 나무들이 자신의 욕망을 거두어들이는 모습입니다. 이제 곧 성장을 멈춰야 하는 시간을 맞으려는 의식이 나무들의 단풍인 것입니다. 그들은 마침내 봄날부터 피웠던 모든 잎을 버려 겨울을 맞이합니다. 벌거벗는 의식인 셈이죠. 우리는 그것을 낙엽이라 부릅니다.”

 

그가 가만히 묻습니다.

나무들은 발가벗고 뭘 하나요? 그냥 멈춰있는 건가요?”

 

내가 나직이 답합니다.

나무들은 나목이 되어 자신을 지켜냅니다. 겨울엔 오로지 자신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죠. 더 이상 소비도, 생산(인간으로 치면 무모한 모색)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나목은 무언가를 생산하려는 시도를 멈춥니다.

 

당연히 소비도 최소한의 수준을 유지하고요. 간결해지는 것이고, 가벼워지는 것입니다. 어쩌면 다만 버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에는 그렇게 버티는 것만이 가장 큰 희망이고 수행인 시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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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랬다. 지금은 나의 겨울, 수행의 시기이다. 춥고 추워 얼굴도 내밀지 못할 지경의 한 겨울이다. 이것저것을 버리고 비워 간결하게 지내야 하는 것이었네 나무처럼 .

어느 훌륭한 분께서 공복이 길어야 건강하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겨울과 공복은 일맥상통한다. 마음을 비우고 몸도 비워 공복을 길게 지니며 수행 길에 올라야 하겠다. 차후 건강한 희망의 봄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ps.언젠가 나도 숲속의 집에서 이렇듯 그 누구에겐가 편지를 쓰고 싶다. 그런 꿈을 지니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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