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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너는 궁금해하지도 않았지. 다른 데서 돈푼이나 버니까 아버지 걱정을 하지 않는거야.
해피:왜 그때 돈 드리지 않았어요?
린다:크리스마스 때 50달러 말이냐? 더운 물 나오게 하느라고 97달러 50센트나 들었다. 아버지게선 최근 한 달 이상이나 갓 들어온 신입 사원처럼 커미션만 받아오셨다.
비프:개자식들, 배은망덕도 분수가 있지.
린다:
너희들은 그 사람들을 나무랄 자격이 없어. 아버지도 젊었을 땐 실적을 올리고 해서 회사에서 얼마나 좋아했다고, 그러던 것이 전에 거래하던 사람들은 죽고, 은퇴해버렸지, 그 사람들은 늘 반가이 맞아주고, 어려운 고비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주문을 맡아주던 사람들이었다. 보스턴에선 하루에 예닐곱 상점을 쫓아다니시곤 했어.
그러던 것이 지금은 차에서 짐을 들어냈다 싣기만 해도 지쳐버리시거든, 그러니 돌아다니는 대신 요새는 말로 때우시게 됐지. 7백 마일이나 달려가 보면 누구 하나 아는 사람은 없고 환영해주는 사람도 없는 형편이란다. 생각해봐라. 한푼도 못벌어가지고 그 먼 길을 돌아올 때 아버지 마음이 어떠시겠니? 자연 혼잣말씀처럼 많아질 수밖에. 그런데 혼잣말씀이 어떻다는 거냐? 게다가 찰리 아저씨한테 가서 일주일에 50달러 꾸어온 것도 나한테는 벌어온 것처럼 꾸며댔단다. 이 상태가 오래갈 것 같으냐? 내가 여기 이렇게 앉아서 뭘 기다리고 있는지 이제 알겠니?
아버지가 인격이 없다고? 너희들을 위해서 뼛골이 빠지도록 일하시는 아버지가 아니냐? 그렇다고 너희들 한테서 훈장 하나 받아보실 거냐? 기껏 예순세 살이나 되는 늙은이가, 돌아다보니, 자기 생명보다도 더 아끼는 자식들이, 하는 계집애 꽁무니나 따라다니는 건달이고-.
..
..
비프:즐거웠던 시절도 있었죠. 출장갔다 돌아오실 때라든지, 일요일이면 현관 입구를 만드신다든지, 지하실 고치시는 일, 그리고 베란다를 새로 내신다, 욕실을 따로 지으신다. 차고를 만드신다. 찰리 아저시. 아버진 물건 파시는 일보다는 현관 만드시는 일이 더 능숙하셨던 것 같아요.
찰리:그래 . 시맨트만 좀 있으면 행복한 분이었네.
..‘
찰리:(해피가 대들며 대답하려는 것을 막고, 비프에게)자네어른을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네. 자넨 모르겠지만 춘부장은 외판원이었단 말일세. 외판원에게는 인생의 밑바닥이란 있을 수 없어. 직공이라든지 법률가라든지 의사처럼 판에 박은 직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반작거리는 구두에다 미소를 지으며, 저 멀리 푸른 하늘 밑을 달리는 분일세.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반겨주지 않는다면 지진이 일어나는 거나 마찬가지지. 그뿐인가. 모자에 자국만 몇 개 생겨도 그걸로 끝장이 나는 거야. 그러니 아무도 춘부장을 나무랄 수는 없단 말일세. 외판원이란 꿈이 있어야 되는 거야. 그 꿈이란 담당지역처럼 떼어놓을 수 없어.
..
..
비프:좋아요. 난 형이나 다른 사람들한테 아버지가 허무하게 돌아가시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테야. 아버진 훌륭한 꿈을 간직하셨어. 우리가 지닐 수 있는 유일한 꿈이지 – 뛰어난 인물이 될 수 있는 꿈이이란 말이오. 아버진 여기서 그것을 위해서 싸우셨거든. 그러니까. 아버지가 이루지 못하신 걸 내가 대신 해보겠다는 거야. 바로 여기서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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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집과 회사밖에 모르고 사셨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아버지는 일 을 하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5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과 결별을 하고 말았다. 언제나 가족을 위해 사셨다. 꿈에서도 만나기 힘든 아버지, 정말 몇 년만에 꿈에서 뵌 아버지 , 그날 내게는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아버지 생의 후반기엔 저녁마다 밥상위엔 소주가 언제나 올라가 있었다. 술이 없으면 잠을 못 드셨던 것 같다. 사업을 하시며 이런저런 걱정더미에 치이셨을 것이다.
가난했지만 아버지는 늘 우리와 함께 하셨다. 가을이면 논으로 밭으로 메뚜기 잡이도 함께 해 주셨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 저녁이면 편을 가르고 거의 매일 베트멘트를 쳤다. 여름이면 모기향을 피운 앞마당에서 복숭아와 옥수수를 먹으며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게 하셨고 나는 그때부터 노래 속에 살게 되었다.
오늘처럼 추운 겨울엔 찹쌀떡 장수의 목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사주시곤 했다. 무언가는 서툴렀으나 마음 여리고 우리에게 살뜰했던 아버지 , 아버지의 고통을 이제 나 겪고 있다.
아이들의 미래와 나의 앞날에 대한 불안함이 때마다 밀려온다. 그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 날마다 책장을 넘긴다. 아버지는 술을 드시며 마음을 재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글을 읽으며 하루를 산다. 온갖 세상의 재미있는 것들 속에서 흔들려 책에 몰입을 하지 못하는 날들이다. 그러나 나를 채워주고 비우게 하는 것은 선인들의 말씀일 것이다. 가진 것 부족해도 잘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달으며 조금 더 좋은 글에 책에 마음을 묻을 것을 다짐해 본다.
나의 아버지가 힘들었던 것처럼 그 오래전의 세일즈맨은 팍팍한 삶을 견디기 쉽지 않았고 결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말았다. 쉽지 않은 가장의 길을 걷고 있다. 어려워도 열심히 사는 나의 뒷모습 속에서 아이들은 보고 배울 것이다.
모두 다 잘 될 것이라는 긍정의 힘으로 오늘을 단단히 여며본다.'책 만권을 읽으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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