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논어,論語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이남곡/휴

다림영 2012. 12. 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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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야 편 9장에는 공자가 가난 속에서 일찍 요절한 제자 안회를 찬탄하는 말이 나온다.

한 소쿠리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누추하게 살아도 안회는 그 즐거움을 잃지 않았다.”

 

자발적 가난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 경우 안빈낙도安貧樂道라는 말이 떠오른다. 가난을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가난을 편하게 받아들여 도道 로써 즐기는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도道란 참다운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즉 단순 소박한 삶을 즐기는 것이고, 소유가 아니라 존재를 즐기는 것이며 자연과 교감하고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며 내면의 깨달음을 즐기는 것이다.

 

하지만 공자는 일부러 가난을 선택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공정한 방법에 의한 부 의 추구를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항상 부귀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고 그것을 체득한 상태를 가장 높은 인간상으로 제시했다. 다른 말로 하면 욕구의 질, 삶의 동기가 다른 것이다.

그것이 체득되었는가의 여부는 그것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로 판명할 수 있다.

 

<논어> 술이 편에서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를 구함이 옳은 것이라면 비록 마부 노릇이라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가 좋아하는 바에 따라 살리라.“

성인의 진정한 호연지기란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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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다.

나는 정말 자유로운가?’

이런 자괴감이 들 때면 공허함이 엄습하기도 하지만 , 자유를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란 생각에 떠오르는 말이 있다.

바람불면 바람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참 편안 표현이다. 의지로 어떻 게 할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이것은 체념이나 게으름과는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말이 참되려면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 이라는 실천철학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진인사 盡人事 란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능력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즉 충忠 을 말한다. 대천명 待天命은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즉 서恕 라 하겠다.

사람 사이에서 상대가 곧 하늘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인내천 사상이 결코 추상적인 말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 바로 그 사람이 하늘이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최선을 다하는 것일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상대의 반응에 따라 심하게 요동치는 부자유에서 해방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참된 사랑의 묘미와 그것에서 비롯된 참된 자유의 경지를 맛볼 수 있다.

 

사람의 운명을 생각할 때 그 사람의 성격이 곧 운명이라고 생각될 때가 많다. 나도 제법 살다보니 점쟁이가 아니라도 대체로 사람의 미래가 예견될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그사람의 생활습관이 그 사람의 미래를 만드는 것인데, 생활습관은 타고난 성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사마중달이 첩자를 보내 제갈공명의 동태를 파악하게 했다. 첩자는 다음과 같이 보고 했다.

밥은 적게 먹고 일은 바쁘게 합니다.”

사마중달은 그 말을 듣고 제갈공명의 단명 을 예견한다. 하지만 이는 사마중달이 아니라 보통사람이라도 충분히 내다볼 수 있는 정황이다.

 

만약 삶이 타고난 성격에 영향 받아 운명 지어진다면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란 없는게 아닐까. 그런데 인간에게는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는 길이 있다. 바로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습관을 바꾸면 성격도 바뀌고, 그러다 보면 다음 세대에 물려줄 유전인자에도 연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자유가 확장되어 가는 것이다.

공자는 양화 편에서 습관의 중요함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사람의 천성은 서로 비슷하나 습관에 의해 서로 멀어진다.”

습관은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변화시킬 수 있다. 잘 안된다고 포기해 버리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습관은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과 교육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의 교육을 정상화 하는 것이 좋은습관을 몸에 붙이는 데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자유는 개인의 의지와 사회적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넓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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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녀석 중 한 놈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난 고스란히 그 게으름을 보며 천불이 난다. 종일 집에 없으니 다 큰 녀석을 어찌 할까 싶다. 열아홉 살 때 이미 나는 경제적으로 독립했었는데 ... 내 이야기를 하면 녀석은 웃고 만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가급적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나 마주치면 소리가 샌다.

나의 스물을 돌아본다. 한 번도 엄마의 그런 잔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때로 늦잠도 자고 치우지도 않고 가끔 그렇게 지낸 듯도 한데 엄마는 기다려준 것 같다. 조금 기다려 보아야 하겠다. 녀석도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중요한 생활습관들이 분명 미래를 만들어갈 터인데 혼자 조바심을 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막내 녀석이 혼자 생활 할 수 있을 때가 되면 자유로워지리라 했지만 또 그때가 되면 다른 일로 묶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늘 그런 것이다. 언젠가 어떻게 해야지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 동動할 때 기꺼이 움직일 필요가 있는 것. 먼 날의 약속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 행 할 수 있는 그런 자유를 조금이라도 누리며 삶을 이끌어야 하겠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필요하게 된 현대인의 삶이다. 여기를 둘러봐도 저기를 봐도 마찬가지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가지고 있지 않음으로 소외된 듯 하다. 가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 된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즐기고 있는 것이다. 안빈낙도의 삶으로 마음 밭이 풍요로워지는데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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