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몰입의 즐거움/미하이 칙센트미하이/(株)해냄출판사

다림영 2012. 12. 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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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엄마가 아기와 놀 때처럼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순간에 완전히 빠져드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순간의 공통점은 의식이 경험으로 꽉 차 있다는 것이다. 이때 각각의 경험은 서로 조화를 이룬다. 일상생홀에서는 좀처럼 그런 경험을 맛보기가 어렵지만 그 순간에는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예외적으로 나타나는 이 순간을 나는 몰입(沒入)경험이라고 부르고 싶다. 몰입은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것은 운동선수가 말하는 몰아 일체의 상태’, 신비주의자가 말하는 무아경’, ‘화가와 음악가가 말하는 미적 황홀경에 다름아니다. 운동선수, 신비주의자, 예술가는 각각 다른 활동을 하면서 몰입상태에 도달하지만, 그들이 그 순간의 경험을 묘사하는 방식은 놀라 우리만큼 비슷하다.

 

우리는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는 일련의 명확한 목표가 앞에 있을 때 몰입할 가능성이 높다. 체스. 테니스. 포커 같은 게임을 할 때 몰입하기 쉬운 이유는 목표와 규칙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선수는 모든 것이 흑백으로 선명하게 표현된 소우주 안에 있다. 종교 의식에 참여하거나 음악을 연주하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거나 산을 오르거나 수술을 할 때도 명확한 목표가 주어진다. 몰입을 유발하는 활동을 몰입 활동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일상 생활과는 달리 몰입 활동은 명확하고 모순되지 않은 목표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해 준다.

 

 

몰입 활동의 또 하나 특징은 되먹임. 곧 피드백의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는 것이다. 몰입 활동은 작업이 얼마나 순조롭게 이루어지는지를 말해 준다. 우리는 체스를 두면서 말 하나를 움직일 때마다 형세가 유리해졌는지 불리해졌는지를 안다. 등반가는 걸음을 한 보 내디딜 때마다 그만큼 높이 올라섰다는 것을 안다. 성악가는 노래의 한 소절이 끝날 때마다 자기가 부른 노래가 악보와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알 수 있다. 뜨개질하는 사람은 한 땀 한 땀이 자기가 의도하는 무늬와 맞아떨어지는지를 곧바로 알 수 있다.

 

외과의는 칼이 동맥을 잘 패했는지 아니면 갑자기 출혈이 시작되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우리는 단서가 주어지지 않으면 지금 하는 일이 잘 되는지 못 되는지 한참을 모르고 지낼 때가 많지만 몰입상태에서는 대체로 그걸 알 수 있다.

 

몰입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버겁지도 않은 과제를 극복하는 데 한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온통 쏟아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행동력과 기회 사이에 조화가 이루어질 때 우리는 바람직한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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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삶은 집.자동차.직장.길거리.식당 같은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진다. 어떤 활동을 하느냐. 누구와 함게 있느냐 못지 않게,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도 우리가 갖는 경험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10대청소년은 어른의 간섭이 미치지 않는 공원 같은 장소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해한다. 반면 학교나 교회처럼 남들의 기대에 맞추어 행동해야 하는 곳에서는 답답해 한다.

 

어른들도 친구와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마음놓고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편이다. 여자들은 특히 더 그렇다. 오랜만에 가사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느길 수 있다. 남자들은 살마을 만나도 직무와 관련된 일이 많아서인지 여자만큼 홀가분함을 못 느끼는 듯하다.

 

자동차를 몰면 자유로움을 느끼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자동차를 사색의 기계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운전을 하는 동안 자기의 문제에만 몰두할 수 있고 아늑한 고치처럼 그 안에서 감정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카고의 한 제철소 직원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퇴근길에 차를 몰고 곧바로 미시시피 강으로 달려가 강둑의 야영장에서 두어 시간 머물면서 흐르는 강물을 말없이 지켜본다. 그리고는 차를 몰고 돌아오는데, 도착할 무렵이면 미시간 호에 동녘 햇살이 비치고 , 그는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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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모으고 행동을 일으키는 몰입은 정신력의 원천이다. 다른 형태의 힘과 마찬가지로 정신력도 중립적 성격을 갖는다. 그것은 건설적 목적으로도 파괴적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불은 몸을 녹여 추위를 견디는 데도 쓰이지만 집을 태워 없애기도 한다. 전기와 원자력도 마찬가지다. 가용에너지가 있다는 건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에너지를 슬기롭게 쓰는 방법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같은 이치로 즐거움을 주는 목표를 찾아나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세상 전체의 무질서를 줄일 수 있는 목표를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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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중에 마라톤을 취미로 하는 친구가 있다. 여자 친구다. 전국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가할 정도로 아마추어가 아닌 선수 같은 생활을 한다. 그녀는 일이 끝나면 매일 두 시간 이상 동네 저수지를 달린다. 그러면서 각별한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그녀의 소망은 달리다가 죽는 것이다. 그 기쁨이 얼마나 크기에 그녀는 그런 죽음을 원하는 것인지 어떠한 몰입의 경지에 올라보지 못한 나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한때 나는 그림과 서예 피아노에 넋을 빼앗길 때가 있었다. 남편의 사업이 잘 되었을 때 그림이든 서예든 새벽까지 작업에 몰두했었고 피아노 역시 하루 두 시간 이상 연습을 채우지 않으면 마음이 좋질 않아 언제나 나와의 약속을 지키곤 했다. 그럴 때 약속을 지키고 일어섰을 때의 행복감이란 친구의 희열에 비교할 순 없으나 조금은 뒤따를 수 있는 기쁨이 아니었을까 싶다.

먹을 갈며 그 향에 취해 밤새도록 붓을 잡고 혹은 유화냄새에 빠지거나 맑게 퍼진 나의 수채화 속에서 세상근심은 어디에 있었는지... 참 행복하던 시절,내게도 그러한 몰입의 순간들이  있었던 것이다.

 

 

가까운 시일에는 ... 작은집으로 옮기면서 집을 고칠 때였다. 참으로 그러한 일(인테리어)이 좋은 나는 아무것에도 마음을 주지 않으며  그것에 빠졌다. 집을 한참 줄여 가는 것이어서 우울함을 씻을 순 없었지만 상황을 받아들이며 마음을 비우며 행하던 일이었다. 나름대로 행복하던 순간들이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하며 몰입의 경지에 올라 각별한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까 고민해 본다. 불확실한 미래가 펼쳐지리라 생각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주어진 순간마다 작은 기쁨을 찾고자 노력하다 보면 충분히 삶의 기쁨을 맛볼수 있을 것이다.  몰입의 경지에 오르며 희열의 순간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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