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소객택인(召客擇人)

다림영 2012. 11. 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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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2.10.24. 수요일

정민의 世說新語

 

소객택인(召客擇人) 

 

측천무후(則天武后)원년(692)의 일이다. 흉년으로 사람들이 굶어 죽자 온 나라에 도살과 어류포획을 금지했다. 우습유(右拾遺)장덕(張德)이 귀한 아들을 얻어 사사로이 양을 잡아 잔치했다. 보궐(補闕)두숙(杜肅)이 고기 전병 하나를 몰래 품고 나와 글을 올려 장덕을 고발했다.

 

이튿날 태후가 조회할 때 장덕에게 말했다. “아들 얻은 것을 축하하오장덕이 절을 올리며 사례했다. “고기는 어디서 났소?” 장덕이 고개를 조아려 사죄했다. 태후가 말했다. “내가 도살을 금했지만 길한 일과 흉한 일의 경우는 예외요. 경은 이제부터 손님을 청할 때 사람을 가려서 하는 것이 좋겠소.” 그러면서 두숙은 크게 무참했다. 온 조정이 그 얼굴에 침을 뱉으려 했다. 소객택인(召客擇人), 즉 손님을 부를 때 사람을 가려서 하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누사덕(屢師德)은 어진 사람이었다. 40년간 지방관으로 있는 동안 관대하고 근면해서 백성들이 편안했다. 당시 적인걸(狄仁杰)이 재상에 올랐다. 누사덕이 그를 추천했다. 적인걸은 그 사실을 모른 채 평소 누사덕을 가볍게 보아, 여러 번 그를 변방으로 보낼 것을 청했다. 듣다 못한 태후가 물었다. “누사덕은 현명한가?” “장군으로 변방을 지킬 수는 있겠지만 현명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는 인재를 잘 알아보는가?” “신이 전부터 그와 동료였지만 그런 말은 못 들었습니다.”

 

태후가 말했다. “짐이 경을 알게 된 것은 누사덕이 추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사람을 알아보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可謂知人).”

적인걸이 진땀을 흘리며 물러나와 부끄러워 하며 말했다. “내가 누서덕의 성대한 덕의 그늘에 있었구나. 나는 그를 넘볼 수가 없겠다.”

 

나라에 큰일을 앞두면, 저마다 자기가 그 사람이라며 남을 헐어 제 잇속을 차리기 바쁘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중심을 잡지 않고 이리저리 휘둘리면 사람도 잃고 큰일을 그르친다. 난무하는 말의 잔치 속에서 본질을 꿰뚫어 핵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소객택인! 사람을 잘 가려야 욕을 당하지 않는다. 가위지인! 큰일을 하려면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말년에 독선에 흐르기 전까지 측천무후의 용인술()은 이처럼 통 크고 시원스러웠다.

한양대 교수.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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