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도대체 어디에 있게 될까? 정말로 죽는 걸까? 아냐, 난 죽고 싶지 않아.‘ 그는 벌떡 일어났다. 그는 촛불을 켜고 싶어 떨리는 손으로 뒤적이다가 촛대와 함께 초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는 다시 뒤쪽의 베개에 몸을 눕혔다. ’어째서?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그는 뜬 눈으로 어둠 속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죽음, 그래. 죽음이다. 그런데 저들은 아무도 그것을 모르고, 또 알고 싶어하지도 않아. 그리고 날 불쌍히 여기지도 않지.
이반 일리치는 자신이 죽어 간다는 것을 알고 끝없는 절망에 빠졌다.
이반 일리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이 사실에 익숙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키제베체르의 논리학에서 배운 삼단논법의 예, ‘즉 카이는 인간이다. 인간은 죽는다, 따라서 카이는 죽는다’라는 그 예를 평생에 걸쳐 오직 카이에 대해서만 옳은 것으로 보았지 자신에게는 결코 들어맞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카이, 일반 인간으로서의 카이이며, 그 경우 그 명제는 전적으로 옳다. 그러나 그는 카이가 아니며 일반 인간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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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는 분명히 죽는다. 그에게는 죽는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나에게, 바냐에게, 이반 일리치에게, 온갖 감정과 생각을 간직한 나에게, 이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내가 죽어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너무나 끔찍한 일일 것이다.
그는 그렇게 느꼈다.
‘만약 내가 카이처럼 죽게 된다면, 난 그 사실을 알게 될 테고 내적인 목소리도 내게 그렇게 말해주겠지. 하지만 내 안에서는 그 비슷한 어떤 것도 일어나지 않았어. 나와 나의 모든 친구들, 우리는 이 일이 카이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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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엇을 원하느냐? 그것은 그가 들은 것 가운데 말로 표현될 수 있는 , 최초로 분명하게 다가온 개념이었다. ’너는 무엇을 원하느냐? 너는 무엇을 원하느냐?‘ 그는 그 말을 자신에게 되풀이 했다. ’무엇을?‘ ’고통받지 않는 것. 사는 것‘. 그는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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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고? 어떻게 사는 것 말이냐?’ 영혼의 목소리가 물었다.
‘네, 사는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살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멋지게, 즐겁게요.’
‘멋지고 즐겁게라......너는 예전에 어떻게 살았느냐?’ 목소리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즐거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들을 상상 속에서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즐거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그 모든 순간들이 이제는 예전처럼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엇다.
어린 시절의 가장 오래된 기억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그러했다. 그시절에는, 어린 시절에는 진정으로 즐거운 무언가가 있어서, 그것을 되찾기만 하면 그것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즐거움을 맛본 사람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다른 누군가에 대한 기억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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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서 멀어질수록,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기쁨은 더욱더 보잘 것 없고 미심쩍은 게 되어 버렸다. “
그에게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일어났다. 그리고 그 순간의 의미는 더 이상 변하지 않았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그의 임종의 고통이 두 시간이나 더 계속되는 것 같았다. 그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극도로 쇠약해진 그의 육체가 부르르 떨렸다. 그러더니 끓는 소리와 목쉰 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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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누군가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되풀이했다.
‘죽음은 끝났다.’ 그는 혼잣말을 했다. ‘더 이상 죽음은 없어.’ 그는 숨을 들이마시다 도중에 숨을 뚝 멈추더니 몸을 쭉 뻗고 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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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였던 이반 일리치는 죽음을 두려워하며 고통 속에서 안타까운 사십대의 나이에 그렇게 삶을 내려 놓아야했다.
퀭한 눈으로 나의 단골손님이 불현 듯 들어와 말을 잇기 시작했다. 자신의 막내 아이가 20일 전에 죽었다는 것이다. 아이가 죽은 지 20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는 그녀가 서른아홉에 낳은 늦둥이였다. 고삼이었고 아주 훤칠하고 착했다. 수험생이어서 날마다 책상에 앉아 공부만 했는데 감기기가 있어 동네 병원에 갔는데 심상치가 않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큰 병원도 특별한 생각 없이 저 혼자 걸어 들어간 것이다.
그녀는 커다란 눈으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얘기했다. 아직도 정신이 몽롱해서 죽은건지 아닌지 꿈인지 헷갈린단다. 꼬박 두 시간 이상을 서서 그녀는 마음을 털어놓았다. 집에 있으면 잠을 잘 수가 없고 무기력해져 일어날 수가 없단다.
집을 나와 어디로든 햇볕을 쏘이며 사람이 많은 곳에 있으면 잠시지만 아이를 잊게 된단다. 그녀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수면제를 먹는데 습관이 될까봐 약을 거르면 수면을 취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녀에게 사과 한 쪽을 건네고 물을 따라주고 묵묵히 얘기를 들어주었다.
아이는 급성악성백혈병인가 하는 것으로 그렇게 갑작스럽게 하루아침에 가버렸다. 아이의 죽음이 너무 안타깝고 그녀가 안 되어서 무슨 말로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머물다 마르고 차가운 손으로 내 손을 잠시 잡더니 뒷모습을 보이며 어디론가로 향했다.
가슴이 먹먹했다. 살면서 그녀와 같은 고통은 겪지 말아야 할 터인데 마음 먹은대로 이루어지는 일이던가.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그녀의 상처는 인생의 끝이 날 때까지 아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추스르고 일어나 각별한 삶을 이루며 상처가 아물어가기를, 좋은 삶을 이루어 나가기를 기원해본다.
큰 태풍이 올 때인가 곧 여든인 시어머니께서 무서움에 떨었다. 이유는 죽을까봐 무섭다는 것이었다. 생각했다. 여든이 되어도 죽음은 무서운 것인가 하고.
난 지금도 죽음에 대해 어떤 두려움은 없다. 병이 들어 오래 사는 것보다 죽음이 두렵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때가 되고 자연스런 생로병사가 된다면 얼마나 감사할까. 병이 들어 오래 누워 살다가 가족에게 폐를 끼치고 스스로 그 무엇도 처리할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없다.
언젠가 또 다른 가까운 손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그녀는 몇 살이 되면 홀로 가버릴 것이라고 한다. 약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계획대로 될 것인가. 기억을 잃어버린 친정어머님을 모신지 너무 오래되어 두 손을 들어버린 그녀였다.
명절에 집에 오신 작은 시아버님께서 하신 말씀이 잊혀 지지 않는다. ‘인생 참 잠깐이다. 그런데 앞으로의 삶은 또 길 것이다’....
그녀의 아들은 작년에 대학에 들어갈 꿈만 꾸었다. 아무도 모르는 내일의 삶이다. 오늘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는 나는 진심으로 감사함으로 맞아야 할 것이고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길어질지 모를 노년의 삶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며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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