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퇴근무렵에

다림영 2012. 9. 1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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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태우면서'라는 수필을 읽다가 손을 놓고 오늘을 정리해 본다.

 

도무지 손님이 들지 않는 추석 밑,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며 치솟고 있다.

추석준비로 김치 두통만을 담갔는데 나오느니 한숨이다. 그러나 곧 거두어야 했다.

구부정한 노인들이 리어커를 끌고 고물상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을 바라보자니 무겁기만 한 마음이다. 그들에게도 환한 웃음이 가득한 눈부신 날들이 있었을 것이다.

 

누구도 미래를 알 수는 없다.

매일 보는 그들 중 차분하고 우아했던 60, 나의 예전 손님이 보이는 것이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가게 앞을 지나갔다. 챙이 아주 넓은 모자를 쓰고 흰 장갑을 끼고 단단한 무장을 한 듯 천천히 조심스럽게 각종고물을 리어커에 싣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녀와 마주치면 인사를 하지 못하고 알아보지 못한 척하며 나는 눈을 피하게 된다. 무거운 리어카가 나를 스치고 지나가고 그 뒤를 바라보니 안쓰럽기 이를 데가 없고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느 방송 뉴스자막에 연금이 몇 년 후면 바닥이 날 거라는 둥 하는 글자들이 지나갔다.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오늘을 슬퍼하면 안 될 것이다. 다만 철저한 관리로 준비를 잊으면 아니될터 최선을 다해 순간에 머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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