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영혼의 식탁/잭 캔필드 외 지음/

다림영 2012. 6. 2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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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원짜리 자유

 

인생의 장면은 큼지막한 모자이크 무늬와 같다. 가가이에서 보면 아무런 인상도 받지 못한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지 않으면 아무런 아름다움도 알아볼 수 없다.-쇼펜하우어


하루 일과를 치르는 동안 나는 여러 가지 역할을 해낸다. 세탁부, 요리사, 엔터테이너, 책 읽어주는 사람, 잔소리꾼.....
특히 괴로웠던 어느 날 아침, 평소보다도 더 심하게 내가 청소부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울컥 짜증이 밀려왔다. 벌써 여러날째 아들의 잠옷바지를 직접 주워 서랍장에 넣은 터라, 녀석에게 곱지 않은 눈길을 돌리고 말했다.


"네가 입은 잠옷은 네가 치워야 하지 않겠니? 엄마는 네 노예가 아니란 말야!"
녀석이 물었다.
"노예가 뭐예요?"
"노예란 말이지, 일은 해야 하지만 일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거야."

이 간단한 대답이 녀석의 호기심을 만족시킨 모양이었지만 나는 내 감정을 추스리느라 신경이 예민해졌다.
그날 오전 내내 나는 노예처럼 일햇다. 아니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노예가 된 것 같았다.

 

나는 아침식사를 치른 식탁을 치우며 투덜거렸다. 식기세척기에 그릇들을 넣고 싱크대를 닦고 바닥을 훔쳐냈다. 딸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기저귀를 갈아주면서도 나는 여전히 시무룩했다. 그날 아침의 단 한 가지 즐거움은 샤워였다. 그것마저 욕실문을 쾅쾅 두드리는 두 아이들 때문에 도중에 방해를 받았다. 아이들은 목이 말라 마실 것을 찾았다.

 

딸아이를 눕혀 낮잠을 재우고 조용히 방을 빠져나가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현관 마루에 아들녀석이 동전을 들고 서 있엇다. 제 할머니에게 덩어서 모아온, 대부분이 10원짜리인 동전이었다.
녀석이 동전을 내게 주며 말했다.
"여기요, 이제 엄만 노예가 아닌 거죠?"
나는 잠시 아이의 말을 생각해보다가 그 말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녀석은 총 130원에 내 자유를 샀다.


그날 오전에 내가 한 일들을 곱씹어보다가, 나는 내 태도보다도 자기 연민의 감정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자신을 노예로 여김으로써, 나도 모르게 내 아이들을 견디기 힘든 주인 신세로 만들었다.
내 작업량에 대한 원망은 이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나 전해졌을까? 많지않았기를...


이제 해방되었으니 내 하루를 어떻게 꾸려갈까?
현실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예전과 똑같다.
노예라는 느낌에서 벗어날 길은 뭘까?


처음에는 자신을 자원봉사자로 생각하기로 했다. 짐짓 내게는 가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원해서 엄마가 된 것이라고 여기면 된다. 엄마라는 직책이 내가 흥정했던 것보다 약간 더 힘들게 느껴지는 날에는 이런 생활양식을 선택한 건 나 자신이라는 점을 스스로 상기하면 도움이 되리라.


가정이 자원봉사기관이라는 취지를 막 받아들이는 참인데, 아들녀석에게는 나를 위한 다른 아이들이 있는 모양이다.
녀석이 전날보다 더 많은 동전을 손에 들고 내게 다가왔다.
"이거 가져요."
녀석은 동전을 내 손에 쥐어주자마자 이렇게 덧붙였다.
"이제 나랑함께 가요. 엄마를 도와서 내 방을 치워야 하니까"- 크리스티 A. 한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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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나도 가족의 노예로 단정했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이후 그녀처럼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여기기로 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를 위해 꼭 봉사활동을 하리라고 다짐한바 있었다. 그날이 언제올지 아직도 감을 못잡고 있다. 먹고사는일로 정신이 없는 것이다.

글을 읽고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 나 아닌 모든 이들이 남이니 가족을 위해 사는 것을 봉사활동이라 여겨도 괜찮겠다. 정말 좋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즐거움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리라. 날마다 봉사활동속에 좋은모습의 내가 될 수 있으리라.

 

어느새 어둠이 시작된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후... 얼마만의 빗님인지...모든 농부님들의 시름이 날아가겠다. 진작에 오시지 왜 이렇게 늦으셨을까 ...
공원의 철쭉들도 숨을 토하겠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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