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라고 했더니 서울 이야기한다. "오호!" 하고 반가워하던 내게 궁금했다며 묻는다. 서울도 여행하기 좋으냐고.
대답을 하려니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서울이 여행하기 좋은 곳인가? 서울 곳곳을 많이 다녀봤지만 그건 여행 목적이 아니었다. 그래서 잠시 여행지로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이번에도 입이 안떨어진다. 이곳을 걷는 사람들이 단순히 유명한 장소를 보러 오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더 그랬다. 서울에서 뭘 할 수 있을까? 결국 "미안해, 나도 서울을 여행해본 적이 없어."라고 말했다.
떠나기 전에 참 많은 걱정거리가 있었다. 저거 해야 하는데, 하는 그런 것들로 떠나려는 발걸음을 잡아그는 것들이 많았다. 더군다나 후회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컸다. 하지만 이 길에서 내가 떠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던가? 그제야 기억해낸 걸 보면 후회 같은 건 없었던 셈이다. 게다가 그 고민들은 또 어떻고?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정말 왜 그랬을까? 에스테야 거리에서 기분 좋게 한참을 웃었다. 무모한 여행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길을 걷다가 느낀바에 의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몸이 좋다고 무리해서 걷는 것도 경계해야 하고 아무것도 모른 채 계획 세운 대로 하겠다고 무리하게 몸을 놀리는 것도 위험하다. 이 길은 하루에 끝나는 것도 아니거니와 산티아고에 간 뒤에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알고 배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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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란 그런것이리라. 낯선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저했지만 용기를 내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
대화를 이어갈 수 없는 그의 언어 였지만 몸으로 마음으로 통역을하고 읽어내며 순례의 길을 가는것...참으로 대단하다. 더군다나 친구도 없이 혼자 달랑 그렇게 떠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사실 젊다고 다 그처럼 무모한 여행에 도전하지는 않는다.
그의 여행길에 만난 이들을 보면 중년들도 있었고 노년까지 있었고 가족도 있었다.
비단 나이가 젊다고 해서 꼭 젊은 것은 아닐 것이다.. 뜻한바가 있어 문득 낯선 길에 오르는 그들이 젊은 사람들일 것이다. 틀에 박힌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그들이 풍경처럼 아름다웠다.
우리나라 여행을 혼자 감행하는 것도 쉽지 않건만 많은이들이 그렇게 순례길에 오르고 친구를 사귀고 낯선 삶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인생을 수놓는다. 나는 언제쯤 그러한 아니 우리나라 여행길이라도 혼자 호젓하게 베낭을 꾸려 떠날 수 있으려나.
순례자들의 얼굴에는 아름다운 영혼이 깃들어 있다. 그들이 얼마나 큰 부자일지 감히 짐작도 못하겠다. 진정한 영혼의 부자들이 그곳에 줄을 잇고 있었다.
큰녀석이 베낭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녀석에게 보여주려고 빌렸던 책인데 내가 더 재미있게 읽었다. 언젠가 삶이 조금 느슨해질때 먼 다른 곳이 아니어도 그렇게 훌훌 우리나라 여기저기 여행길에 오르고 싶다. 문득 만난 낯선사람들과 환한 친구가 되며 풍경처럼 늙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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