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일요일의 마음/이 남호/생각의 나무

다림영 2012. 4. 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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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부닥쳤을 때 우리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러나 그 생각이라는 것이 거미줄처럼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잡념이나 집착에 가까워서 냉정한 결론에 도달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유럽쪽의 대학 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 실험 결과가 있다.

 

복잡한 문제를 주고 한 팀은 계속 그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다른 한 팀은 그 문제를 잊고 삼십 분 동안 체스게임에 열중하도록 한 후 결론을 말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체스게임을 한 팀이 올바른 결론에 더 가까이 도달했다. 아주 복잡한 문제는우리의 의식으로부터 벗어 날 때 무의식 속에서 더 잘 처리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험결과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처했을 때 곧잘 술을 마시거나 바람을 쐬거나 여행을 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머리를 식힌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결론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답을 준다는 말도 이런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잠시 머리를 식히고 딴 일에 열중하는 것, 차를 한잔 느긋하게 마시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일도 생각의 정지가 아니라 더 깊은 심사숙고의 방식일 수 있다.

 

백관옥처럼 음주삼매에 빠지거나 , 백준옥처럼 열심히 웃음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다향삼매에 빠지는 것, 낚시삼매에 빠지는 것, 달리기에 열중하는 것 등등도 깊은 심사숙고의 한 방식일 수 있다. 좋은 생각이란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골똘한 생각이 의심을 키우고 나아가 비극적 결말에 이르는 드라마들을 종종 본다. 바둑에도 '장고 끝에 악수난다'는 속담이 있다.

골똘한 생각이 필요할 때도 물론 있겠지만,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처했을수록 의식적인 생각을 끊고 딴 곳에 정신을 파는 것이 좋다.

 

등산을 가거나 산보를 나가거나 술을 마시거나 노래방에 가서 소리를 지르는 모든 것들이 심사숙고가 될 수 있다.문제에 대한 의식적인 생각을 버리고 정신을 딴 곳에 파는 것이 진짜 심사숙고의 방식인지 모른다. 술 마시고 웃음을 만들어내는 백씨 형제들의 심사숙고 방식을 알아챈 미당 선생의 눈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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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친구가 떠오른다. 친구는 특별한 문제가 있거나 고뇌가 쉽게 떠나지 않을때 그냥 푹 잔다고 했다. 내가 그러한 고민에 쌓여 있으면 푹 자고 나면 괜찮을거라고 항상 얘기해 주었다. 가끔 친구의 방법을 쓸때도 있지만 나는 대부분 걷는다.


문제가 생기거나 머리가 복잡하거나 어떤 고민에 빠지게 되면 줄창 그것에 매달리다 끝내 해결하기도 하지만, 대책이 보이지 않을때는 그냥 두고 걷는다. 시냇가 옆을 걷거나 각별 한 곳을 찾거나 산을  무념으로 오르다보면 훨씬 좋아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고민의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나가다 보면 긍정적인 생각이 한껏 들어 어느새 풀리게 되는 것이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들은 그냥 놓아버리는 것이 낫다. 최선을 다한 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잠시 아프고 힘들고 괴로워도 시간은 분명 명약이 되어줄 것이므로, 친구의 말처럼 그저 푹자는 것에 마음을 주고 '시간' 그 명약을 먹다보면 어느새 힘겨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인생이 별 것 있을까. 열심으로 살고 최선을 다해 헤쳐나가고 그도 안돼면 푹 자고, 길을 걷다보면 햇볕과 바람과 숲과 풍경은   각별한 영양제가 되어 어제보다 단단한 내가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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