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휴식/올리히슈나벨/걷는나무

다림영 2012. 4. 1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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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중심

휴식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행동할 뿐, 어디 다른 곳에 이르거나 무슨 다른 것을 이루려는 야심을 버릴 때, 우리는 참다운 휴식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휴식은 모든 초월 경험의 전제조건이며, 동시에 이 경험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자기 자신과 인생을 화해시키는 최고의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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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심어주는 커다란 환상은 여행지에 도착해 비행기나 자동차에서 내리는 그 즉시 한껏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빚어진다. 간단하게 다른(시간)문화로 넘어가 즐길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물론 스트레스로 찌든 나 자신은 집에 팽개쳐둔 채.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우리는 언제나 습관을 함께 데리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낯선곳에서 브라질에 초빙교수로 갔던 러바인이 겪었던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하기마련이다. 생소한 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시간 독재에 길들여져 있었는지 깨달으면서, 바쁘기만 한 일상에서 긴장을 푼 한가로운 상태로  전환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깨우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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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The Art of Travel> 이라는 책을 쓴 여행 철학자 알랭드 보통Alain de Botton의 말이다. 그는 "우리가 품는 여행환상과 정작 우리에게 부족한 것 사이에 커다란 틈새가 입을 벌리고 있다."고 확인한다. 그저 수영장 모서리에 걸터앉아 있거나, 최고의 평이 달린 레스토랑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여행 철학자의 의견이다. "사실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한 건, 적절한 목적지를 골라줄 심리상담전문가를 갖춘 여행사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적당한 목표를 고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실제로 번잡한 일상을 뒤로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내면이 중요하다. "앞서 500시간 이상의 명상을 하지 않고도 내면의 평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승려는 없을 것이다." 보통의 정당한 지적이다. 단지 짧은 순간만이라도 평안을 맛보기 위해서는 오래고 고된 연습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관광객으로서 우리는 그저 자리를 깔고 눕는다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아주 진지하게 믿는다. 기대가 어긋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그렇다고 해서 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매번 불교의 사찰을 찾아야만 한다는 말은 아니다. 내면의 평안이 휴가 첫날과 더불어 자동적으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서두르는 습관을 버려둘 때 비로소 천천히 고개를 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서 시간이라는 요인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1년에 350일 을 중압감에 시달리는 , 이를테면 프로젝트를 빨리 해결한다거나 이런저런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이메일을 확인하며 항상 최신상태에 머무르려는 사람이 이런 태도를 단지 15일의 휴가 동안 버릴 수는 없다.

 

그동안 신경생리학자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자주 반복되는 습관은 시간이 가면서 우리의 생체리듬에 본격적으로 똬리르 틀고 앉는다. 우리 몸이 매일 일정량의 카페인에 적응하듯, 우리 두뇌의 세포와 시냅스 역시 일정 수준의 자작에 길들여지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커피를 마시지 않거나 아침 신문을 거르고 , 돌여 쉬게 되면, 우리는 중독환자처럼 금단증상에 시달린다. 다시 말해 몸과 뇌의 세포가 다시금 정상적인 수준의 자극에 적으아려면 생체리듬을 바꿔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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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해서 물론 휴식을 위한  외적인 조건에 어떤것이 있는지 설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휴식이 어떻게 체험될 수 있는지 ,어찌해야 그 조건들을 채우며, 거기서 무슨영감을 얻어낼 수 있는지는 각자에게 달린  문제다.

 

작곡가는 외적인 강제로부터 자유롭게 작곡할 것이고, 루터는 성경을 번역했으며, 어떤이는 스포츠를 즐기거나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리라.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그저한숨 푹 잘 수도 있다. 무엇을 하느냐는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나자신이 무엇을 갈망 하는지 감지하고 지각하며, 이로써 인생이 다시 그 의미로 충만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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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에 이르는 첫 단계는 내적이고 외적인 저항에 어떠 것들이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거절할 줄 아는 법을 배우자. 아니라고 거절할 줄 아는 용기는 넉넉한 휴식을 가지려는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다.

그러니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하며 안 그래도 부족하기만 한 주의력을 흐트러뜨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각종 광고와 새로운 정보를 단호하게 거절하자. 내적 충동도 단단히 붙들어야 한다. 자제력이 약해질 때는 로버트 러바인처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라.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정말 그걸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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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라는 것은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온갖 타성을 이겨내고 세심하게 돌볼 때에야 비로소 휴식다운 휴식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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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녀석이 여행을 떠났다. 3박4일 짧은여정 이지만 참 좋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학교도 휴학을 하고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도저히 숨이 막혀서 못버티겠다는 것이다. 결국 친구와 일본 여행길에 올랐다.  만면에 웃음이 가득할 녀석의 얼굴이 그려진다. 오늘은 녀석의 생일이고 페이스북에 생일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미역국은 얻어먹지 못해도 최상의 생일일것을 믿는다.

젊음이란 그런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 현재에 대한 답답함도 그렇게 마음만 먹으면 일탈을 할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는 ..

꿈 같은 휴식을 즐기고 있을 녀석이 부럽다. 두 눈 딱 감고 녀석처럼 나도 떠날 수도 있지만, 어디 어깨에 짐이 무거워 큰 여행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다. 그 다음에 몰려올 많은 것들을 물리치려면 몇배의 대가를 치뤄야 하므로..

사실 멀리 떠나는 것만이 대수는 아닐것이다.  내게도 일주일의 하루는 그래도 자유가 주어지므로 얼마나 다행한 일일까. 예전엔 그도 취하지 못했다. 한달에 한번만 쉬었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참으로 좋은날들이 아닌가.

사방이 환한빛으로 물이 들어가고 있다. 아무래도 돌아오는 휴일엔 시골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연초록 잎으로 돋아나는 싱그러운 봄날속에 나도 풍경으로 물들어가고 싶다. 그런 휴식 속에서 물이오른 나무처럼 푸르게 일터에 우뚝 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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