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이덕무 선집

다림영 2012. 3. 3. 16:16
728x90
반응형

 

 

 

복사나무 아래에서 한 생각

 

"뜰에 아홉 그루의 복사나무가 있는데 그 키가 처마와 나란하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면 서늘한 그늘이 드리운다. 그때 아이의 손을 잡고 그 나무 아래로 가 나뭇잎을 따다가는 마음 내키는 대로 글씨를 쓴다. 그러다 해가 저물면 마루로 돌아와 문득 돌이켜 보고는 한번 웃는다. 그제야 비로소 내 마음에 꼭 맞도록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알겠다.

 

일생 동안 마음에 꼭 맞도록 처신할 수 있을까? 힘들것이다. 좋은 수레를 타는 고관대작이나 진수성찬을 먹는 부자라고 하더라도 전혀 우환이 없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일 년 아니 한 달만이라도 자기 마음에 꼭 맞도록 처신할 수 있을까? 그 또한 쉽지 않은 법이다. 이렇게 본다면 세상의 이치를 깨쳤다는 저 지인<至人>은 재앙이나 근심에 얽매임 없이 하늘 밖에서 구름처럼 노닐며 제 마음에 꼭 맞게 살아가니, 그야말로 참으로 부러운 존재라 말할 수 없을 것인가.

 

임오년<壬午年,1762>6월 21일 우거<寓居>하는 집의 첫째 복사나무 아래에서 생각나는 대로 쓰다.

 

책을 읽어 좋은 점 네 가지

 

최근 들어 깨닫게 된 일이 있다. 일과<日課>로 정해 두고 책을 읽으면 네 가지 유익함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박식하고 정밀하게 된다거나 고금<古今>에 통달하게 된다거나 뜻을 지키고 재주를 키우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는 유익함이란 무엇인가?

 

약간 배가 고플 대 책을 읽으면 그 소리가 훨씬 낭랑해져 글에 담긴 이치를 맛보느라 배고픈 줄도 모르 이것이 첫번째 유익함이요, 조금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기운이 그 소리를 따라 몸속에 스며들면서 온몸이 활짝 퍼져 추위를 잊게 되니 이것이 두 번째 유익함이요,

 

근심과 번뇌가 있을 때 책을 읽으면 내 눈은 글자에 빠져 들고 내 마음은 이치에 잠기게 되어 천만가지 온갖 상념이 일시에 사라지니 이것이 세 번째 유익함이요, 기침앓이를 할 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통창해져 막히는 바가 없게 되어 기침 소리가 돌연 멎게 되니 이것이 네 번째 유익함이다.

 

만약 춥거나 덥지도 않고 배고프거나 배부르지도 않으며, 마음은 더없이 화평하고 몸은 더없이 편안한데다, 등불은 환하고 서책은 가지런하며 책상은 깨끗이 닦여 있다면, 책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하물며 고원한 뜻과 빼어난 재주를 겸비한 건장한 젊은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면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나의 동지<同志>들이여, 분발하고 분발할지어다!"

 

 

---------

 

옛님의 말씀따라 책속에 빠져있는 나날이다. 가시밭 인생길을 거닐고 있으나 책 속에서 그것을 잊을 수 있는 힘을 얻으며 나를 바로하는 배움속에 하루가 가득할 수 있으니 나의 행복은 여기에 있다.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어디 그러한 일이 있을까 .부족하고 모자라고 온통 내 마음과 같지 않은 일들이 더 많으니 화가 쌓이는 날들이나 어찌하랴 인생이란 원래 그러한 것임을 ,흐르는 물처럼 흘러야 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임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