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해를 품은 달 1,2/정은궐

다림영 2012. 2. 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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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이었다. '산유화'란 연속극이 있었다. 아마도 내 나이 스물을 갓 넘었지 싶었다. 그 주인공은 전인화와 그녀의 남편이었다. 아마도 그들의 사랑은 그연속극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연속극이 너무 재미있어 다음날을 기다리는 시간이 내겐 너무 길었다. 해서 책을 사 단번에 읽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돈이 아까워 책을 사 읽지 못하는 시절이다. 일년이 넘도록 책 한권을 사서 보지 못했는데 드라마 때문에  결국 책을 사게 되었고 나는 아마 작가의 책을 지속적으로 빌려 읽게 될 것 같다.

방송국의 파업으로 해품달이 지장이 올것이라는 뉴스가 떴다. 책과 드라마는 사뭇 차이가 있다. 배우들의 아름다운 얼굴과 그 기막힌 연기에 매료되어 보는 즐거움은 각별한데 이 무슨 일인지 서글프기 이를데 없다. 사는즐거움이 거의 없어 삶의 고뇌는 깊어지고 있고,  위로를 이러한 극에서 받으며 꼬박 기다리는 시간들인데 파업은 언제 종을 치려는지 하루중 한껏 웃음을 선물받는 하이킥도 스톱이 되다니 통재로다...

 

책속에는  제운의 이야기가 제법 있는데 후반부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려는지 훤에게 막강한 힘을 실어주는 이가 그의 큰어머니이다.

그가 일곱살무렵 친어미가 죽자 아버지집으로 보내어진다. 운의 기막힌 얼굴과 기특한 모습에 자신의 배로 낳게 하지 못한 것을 내내 서운해 하며 박씨부인은  각별한 애정을 쏟는다. 수많은 이들이 존경하는 허염의 아비에게 글을 배우게 하고 친 동생에게 무술을 익히게 하며 제 자식 이상으로 사랑하며 애틋하게 키운다.

후에 그녀의 큰 도움이 없었다면 훤은 영상을 몰아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운은 임금의 여자 월을 사모하는데 월이 연우가 아니길 바라며 내내 흠모하고 때로 임금을 배반하는 생각에 잠시 머무를때도 있지만  마음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결미에 연우는 운의 마음을 전달받게 된다.  연우는 그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를 헤아리며 구름과 달과 비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며 운은 그동안 그녀를 사모했던 상처를 치유받게 된다. 사실 운은 처음부터 여러가지 정황상 월과 연우가 동일인물인 것임을 추측한다.

 

 

또한 설에 대한 이야기가 아릿하다.  부원군 영상이 양명군에게 붙어 역모를 일으키는데 처음 제거대상이 염임을 두고 양명군 몰래 염에게 자객을 보낼즈음, 설은 염의 집 담을 월장한다. 그의 방에 들어가 어릴적부터 그를 흠모함을 털어놓고 단 하룻밤만이라도 그의 여자이기를 애원한다. 그러나 염은 공주를 사랑하고 있는것과 지아비의 도리를  건네며 물리치고 . 눈물로 돌아서는 설은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염을 기절시키며 여러명의 자객들과 맞서게 된다.

설은 칼을 맞으나 죽을 힘을 다해 그를 보호하여 염을 공주에게 인도한 후에 결국 죽고 만다. 눈을 감기전 결코 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봉해달라기를 민화공주와 그하인들에게 거듭 부탁한다.  그녀의 뜻대로 민화공주는 기절에서 깨어나 이상해하는 염에게 특별한 말을 전하지 않고 피가 흥건하던 곳을 모두 치우게 하고 양지바른곳에 묻어준다.

후에 염은 설이 자신을 대신하여 죽게됨을 하인에게 듣게 되며 눈이 내리는 날이면 여지없이 설을 떠올리며 눈물을 떨구게 되는 것이다.

 

사실 드라마 에서는 훤이 연우를 만나 이뤄지는 애틋한 추억들이 있으나 글 속에서의 훤은 연우가 죽기까지 한번도 연우의 얼굴을 보지못한다.  다만 그녀의 서찰에서 은은한 난향만 느꼈으며 뛰어난 글속에 서린 염과 닮았을 그녀를  그리워 하는 것이 전부였다.

온양에서 월을 만났을때  전혀 다른사람으로 만나는 것이다. 무녀가 사대부 남자들이상으로 글을 읽고 또한 난향이 나는 것에서 연우를 떠올리지만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고 그러한 반면 월은 처음부터 훤을 알고 있었으나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법정스님의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만나야 할 인연은 때가 되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것 ... 서로를 그리워 하며 그 끈을 놓지 못하는 기막힌 사랑이 결국엔 하늘도 갈라놓지 못했다. 고통의 날들을 꽃으로 변하게 했다. 훤은 연우가 중전이 되어서도 잠시도 연우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한다. 매일밤 연우곁에 있고 싶어하나 이것저것을 따지며 대신들은 그들의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에 여간 심통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 늘 연우가 그리워서 어떻해서든 중전의 내실로 가려는 생각으로 골몰하는데 그 모양새가 우습고 재미있다. 드라마속에서 그러한 장면들을 만날 수 있게 될지 기대가 된다.

 

 

만약 내가 연출자였다면  주인공이미지에 맞는 굉장한 여인을 만들기 위해 오디션을 열지 않았을까 싶다. 연기의 열정에 사로잡힌 모든사람들을 대상으로.....

 

참으로 아쉬운것은 양명군이다. 그의 아버지는 양명군을 언제나 차갑게 대했다. 모략을 일삼는 이들의 눈 때문에  멀리하며 늘 가슴아파했던 것이다. 그러한 아버지가 가슴 한쪽에 양명군을 안고 갔음을 그 누군가 전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었는데 서럽게 산 세월에 대한 작은 보상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어느연구에서 나왔다던가 그런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훌륭한 이의 자식들은 똑같이 그러한 인물로 자란다는 것... 이 글은 허구이지만 반듯한 집안에서 반듯한 자식들이 나오게 되어 있는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아름다운 부모가 되기를 노력해야 하겠다. 부족함이 너무 많은 나이다. 오늘도 반성하며 아이들에게 무엇을 권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반듯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애써야 하리라.

 

오늘 드라마는 진행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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