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정은궐

다림영 2012. 3. 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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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을 읽고 작가의 글이 읽고 싶어졌다. 도서관에 달려가 <성균관유생들의 나날>을 찾아보니 누군가 빌려가고 없었고 <규장각..> 이 그 다음얘기인줄도 모르고 빌렸다. 아하 통재라.. 그러나 <성균관..>의 내용을 요약해 놓은 것이 뒷부분에 있어 흐름을 알수 있었다. 

 

나는 무엇을 보느라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을 놓쳤던 것일까 .. 드라마를  접하지 못함이 참으로 아쉬웠다.  언젠가 이 이야기도 드라마가 되기를 기대해 보며 열심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 오래전에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정을 쌓고 공부를 하고 벼슬에 나간다는 상상이 어디 가당키나 한 것일까, 작가의 상상력이 아름답고 근사했다.  참으로 즐거운 이야기였다. 그 시대의 배경과 인물과 모든 것들이 지금세상의 이야기보다 훨씬 솔깃하고 좋은것을...

 

아슬아슬한 윤희의 일상으로 글 읽는 며칠 설레임을 안았다. 그녀와 우정이거나 사랑을 나눈 청년들의 매력으로   나이를 잊으며 들떴다.

소설속의 각별한 이야기들은  현실에 찌든 내게  특별한 것들을 선물하기에 충분했다.  때때로 이야기에 취해 답답한 일상을 잊으며 가끔은 설레임을 안고 늙어가야 하리라.

 

 

 

"에잇! 왜 이렇게 더워!"

분명 소리를 지른다고 질렀는데 입 밖으로 나오지는 못하였다. 재신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종이 몇 장을 겹쳐 잡았다. 그리고 그녀 옆의 책상에 걸터앉아 그것을 부채삼아 신경질적으로 부쳤다. 분명 자신을 향한 바람이었는데 대부분이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그는 차마 아래를 보지 못하고 멀리 창밖을 보았다. 매미가 따갑게 울어 대는게 여간 못마땅한 게 아니었다.

"너, 아름답더라."

비록 밖으로 내뱉지는 못해도 혼자 중얼거려 보았다. 여장을 했을 때, 조금도 사내 같은 티가 나지 않았다. 오로지 여인이기만 한 듯하여 마음에도 없는 퉁명스런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름답더란 말은 할 수 없었기에, 그런식의 표현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창밖을 향해 있던 재신의 눈동자가 아래로 내려왔다. 어쩐지 몇 년 만에 보는 얼굴인 듯하였다. 엉뚱한 곳을 향한 재신의 부채질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내게는 너로 인해 쓰고 지운글이 참 많아, 언제쯤 그 글이 멈춰질까? 얼마나 지나야 네 얼굴을 볼 수 있을까? 보고 싶다..."

또 다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중얼거림이었다. 주위가 지나치리만큼 적막했다. 이근방에서 느껴지는 기척이라고는 윤희의 색색거림이 전부인 듯하였다. 재신의 상체가 그녀를 향해 기울어졌다. 그의 입술이 볼에 닿기 직전까지 다가갔다가 가까스로 멈췄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한 순간이었다. 재신은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지금 뭐 하자는거야!"

아뿔사! 이번 말은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가 자신의 실수를 개닫는 찰나, 잠에서 화들짝 깨어난 윤희가 머리를 휙 들었다. 꽝! 잠에서 깨자마자 무언가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윤희는 통증 부위를 움켜쥐고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재신이 자기의 턱을 쥐고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거, 걸오사형! 여기서 뭐 하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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