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밤에 쓴 인생론/박목월

다림영 2012. 1. 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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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한갓 청춘적인 정열에 불과한 것이며 무지게- 행복은 인간의 손으로 잡지 못하는 것임을 김동인은 주장한 것이다. 이것은 칼 부세의 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산 너머 저 멀리 하늘 끝에

행복이 깃들어 있다기에

나도 한번 찾아 나섰다가

눈물 지우고 되돌아왔네

산 너머 저 멀리 더욱 먼 하늘 끝에

행복이 깃들어 있다기에

 

이런 뜻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하지만 과연 김동인이나 칼 부세가 그들의 작품 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행복이란 인간의 손으로 잡을 수 없는 하늘 끝에 빛나는 무지개와 같은 것이며 산 너머 저 멀리에만 깃들어 있는 것일까. 그것은 지극히 의심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김동인의 소설의 주인공이 추구한 것은 행복이기보다 이상이다. 그러므로 행복이라는 욕망의 충족이나 삶의 만족감은 그것이 저 산너머 먼 하늘 끝에 깃들어 있는 것이나, 혹은 무지개처럼 하늘에 영롱하게 뻗쳐 있는 것이기보다는 우리의 삶 속에서 발견되어져야 할 성질의 것이다. 행복을 잡기 위해서 산을 넘고 골짜기를 건너 달려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집을 짓는 동안에 청부업자와 진흙투성이의 싸움을 계속하는 그 안에서도 행복의 수상스러운 눈짓이 항상 나를 향하여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때로는 삶의 팽창감으로, 때로는 가족들의 따뜻한 화목으로써 행복의 눈길은 내게서 떠나지 않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참으로 행복의 정체가 반드시 누구 눈에나 뜨일 만큼 나타나는 일은 없다. 행복은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의 바탕 위에 슬며시 깃들게 되는 것이다.

행복은 불행처럼 야단스럽지 않다. 불행은 '천 개의 말방울을 달고' 소란스럽게 그 '어두운 얼굴'을 들고 나타나지만 행복은 숫처녀처럼 얌전하고 조용한 것이다. 우리가 마음의 눈을 닦고 겸허하게 살필 때 그것은 가만히 미소 짓는 얼굴로 우리의 가슴을 채워주는 것이다. 또한 행복은 결코 만발한 장미처럼 화려하고 달콤한 길로만 우리를 방문하거나 영접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전혀 의외의 곳-흔히 우리가 불행이라고 부르기 좋아하는 시련의 구석진 자리에서도 행복은 이미 미소로 얼굴을 들고 있는 것이다.

행복을 만일 김동인의 소설에서 표현한 것처럼 행복으로 좇게 되면, 그는 무지개가 물러나듯 물러나 버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그의 삶이나 생활에서 자족함을 몰는 그 자체가 이미 행복이 깃들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행복과 불행을 오가는 그네

나는 행복이란 불행이 베푸는 덤이요, 불행이란 행복이 베푸는 필연적 결과라고 믿는다. 행복이건 불행이건 제 혼자 나타나는 것을 나는 경험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반드시 불행의 시종을 거느리고 우리를 찾아오며 불행도 마찬가지로 행복이 밝아오는 시간을 배경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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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임박한 이들에게 떠오르는 행복의 영상은 큰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아주 작고 소소한 일상중에 있다고 한다. 그런것들이 눈물겹게 눈부신 행복으로 추억된다는 것이다. 생각같으면 최고의 순간 최상의 일들이 생각날 것 같은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높은 곳에 있지 않고 큰 것에 있지 않음을 기억해야 하겠다. 요즘들어 나는 아주 사소한 일에 애정을 갖게 된다. 많은 것들을 잃고 나니 크고 높은 것에 대한 욕심을 물리게 되었다. 매일 부산하게 벌어지는 일이지만 아이들 밥챙겨먹이는 일, 간식만드는 일, 가게 창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을 쪼이는 일, 어쩌다 한번 분위기를 잡고 막걸리 한잔 기울이는 일, 집을 청소하는 일, 휴일이면 아이들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을 함께 보는 일 ....  아주 소소한 일상에 애정을 쏟고 산다. 그런 미약한 것들이 나를 살게한다. 내가 참 많이 변했다. 앞으로 또 나는 어떻게 변할지모르겠지만 단순하고 빈듯하게 사는데에 열중하리라. 그것이 최상의 행복인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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