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계단 오르기와 같았다. 계단을 오를 때 한 발을 올려놓으면 다른 한 발은 자동적으로 바로 위 계단을 향한 허공에 떠 있게 마련이고 그 허공에서 잠시 한눈을 팔거나 보폭이 불안하면 영락없이 헛디딤, 추락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떠 있는 방 중에서
오정희님의 소설을 좋아한다. 극히 허구가 아닌듯하고 소설속 일들이 가까이에 있는 이야기 같고 누군가 담담히 이런저런 별스럽지 않은 일들을 가끔 한번씩 웃음지으며 얘기해 주는 것 같기만 하다. 예전에는 소설을 읽겠다고 애써 책을 잡고는 했는데 언제나 쉽게 읽지 못했고, 이분의 소설은 쉽고 편안하고 좋았다. 이제 수필은 접고 이야기속 행복과 아픔들 속에 들어가 현실을 때로 잊고 싶어 당분간 소설을 읽기로 했는데 그 처음이 이분의 단편모음이다. 오래전 두어번 읽어본 것들이나 새삼스럽게 또 읽으며 웃음과 온기를 느낀다. 그중 돼지꿈이 재미있었다. 꿈이라면 나도 한꿈 하기때문에....
어느 남편을 잃은 중년여인이 돼지꿈을 꾸고 어디론가 누군가를 찾아 기차에 오른다. 그녀가 앉은 맞은편에 조금은 빈해보이는 새댁 아기엄마가 자리를 함께 하게 되고, 가는 동안 아기엄마의 기막힌 이야기들을 듣는다. 어느역에선가 아기엄마는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아이를 맡기고 가는데 시간이 한참을 흘러도 여인이 나타나지 않자 중년여인은 불현듯 어젯밤 돼지꿈을 떠올리며 아이를 들처업는다. 그여인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얘기를 덮고도 웃었다. 나이가 들면서 꿈이 사뭇 맞다. 좋은꿈은 정말 좋은일이 일어난다. 나에게 좋은꿈은 친정아버지가 나타나는 것과 나의 막내를 업고 내내 돌아다니는 일과 물과 똥과 기타 그런 꿈이다. 이 꿈은 정말 내게 웃음을 가져다 준다. 기분이 좋아 복권까지 사긴 하나 그것까지엔는 미치지 못한다. 아마도 나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큰 복은 받지 못하나보다. 열심히 일하여 살라는 말씀일 것이다. 또한 가끔 꿈속에서 주변 친구나 아는이가 나타나는 꿈을 꾸기도 하는데 그럴때면 꼭 그 친구가 전화를 주거나 나타나거나 관계된 일이 생기곤 한다. 신기하기만 하다. 꿈이란 무엇일까? 나도 언제 각별한 꿈을 꾸고 살맛나는 일이 생기는 것을 꿈꾸면 안돼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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