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안철수.박경철 외 지음

다림영 2011. 12. 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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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남편은 '아내가 이렇게 갑자기 죽을 수도 있겠구나'싶더란다. 그러면 지금까지 아내에게 해준 게 없으니 가슴이 아파 자신이 살 수 없을 것 같더라면서, 그렇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잘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단다. 참, 인생사 오묘하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사람이 변하는구나 싶었다.

 

그런 남편의 도움으로 가사 일에서 어느정도 해방되어 내 일에 전념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숨 가쁜 오르막 인생길에서 잠깐 멈춤의 시간이 참으로 소중한 것 같다. 마구 달리던 자동차에 브레이크를 걸고 잠깐 멈추어서 돌아보는 시간, 그것이 나를 변화시키는 것 같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또 숨 가쁘게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 왠지 머지않아 하나님이 또 한 번의 브레이크를 걸어주실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은근이 겁이 난다.

그러기 전에 나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어 멈출 수 있을까? 그것도 자신이 없다. 아무래도 너무 욕심이 많은게 탈인가 보다."-원유순

 

"내 생에 있어서 결정적인 순간들은 많았겠으나, 나의 노력으로 순간들을 돌파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시험을 보아 중학교로 진학을 하고, 고등학교를 가고, 오리를 키우다가 망하고, 서울을 가고, 낙향하고, 선생이 되고, 그리고 시인이 되었지만 나는 너무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인생에 결정적인 순간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정적인 순간이 자기의 의지이든 아니면 우연이든 자기에게 찾아온 순간들을 귀하고 소중하게 가구어나가는 것은 다 자기 할 탓일 것이다. 인생은 억지로 되지 않고, 또 되려고 한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진 않는다.

 

초등학교 아이들 앞에서 시작된 나의 인생은 이렇게 초등학교 아이들 앞에서 끝이 나간다. 스물대여섯살 무렵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이 작은 시골에 태어나 나는 선생이 되었다. 이 시골에서 선생을 하는 것을 복으로 생각하고 살자. 그렇게 사는 삶도, 그런 인생도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그런 사람도 하나쯤은 이런 세상에 있음직하지 않은가" 그리하여 나는 마침내 그렇게 된 것이다."-김용택

 

"이웃들 목소리가 들리면 조용히 창문을 열고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보잘것 없고 쓸쓸하고 때로는 정겹기도 한 삶의 편린들이 하나씩 둘씩 원미동 2층 내 방 창가에 쌓여갔다. 쌓인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소설가 면허가 제대로 쓰일 수 있겠다는 믿음도 함께 서서히 키를 높여갔다. 소설말고 다른 세계에 나를 놓겠다는 소망은 원미동에서 확실하게 접었다. 시큰둥했던 소설에 대해, 나는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정말 열심히 썼다. 열심히 쓰고 열심히 살았다. 원미동이 내게 가르친 삶의 법칙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에.

 

영혼을 강타하는 벼락은 아무에게나 내리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작은 실금에도 불현듯 둑은 무너지고 물은 범람한다. 깃털 같은 눈송이도 쌓이면 지붕은 가라앉히고 거목을 쓰러뜨리듯 우리들 삶은 늘 하찮은 것으로부터 커다란 것을 일궈낸다. 열심히, 무조건 열심히만 살면 무엇이든 쌓인다. 더 이상 무엇을 말하랴. 결정적인 순간이란 곧 전력을 다하며 살아낸 순간임을 몰는 사람이 없는데..."-양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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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2월의 중반이 되어간다. 이렇게 또 어떠한 절실함 없이 한해를 보냈다. 각별하게 살아야지 하면서도 일탈을 하지 못하고 늘 그자리에서 멤돌며 세상을 탓하고 나를 세우지 못한다. 크게 된 사람들은 어느날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저 그렇게 살며 좀더 나은 곳으로 높은곳으로 꿈속으로 발돋움을 하지 않는다. 알 수가 없는 마음이다. 아이들에게는 누누히 이러쿵 저러쿵 잔소리를 늘어놓으면서 정작 나 스스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다니...

 

잠꾸러기 둘째가 아침 6시에 일어나 친구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집을 나섰다. 스스로 무언가 해 보겠다고 발돋움을 하고 있었는데,  한 모습만 보고 언제나 궁시렁 거렸다. 매서운 추위가 문밖에서 진을 친 아침,어린애처럼  이불속에 꽁꽁 숨어 나가고 싶지 않았을것이다. 처음으로 스스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약속을 지키려 문을 박차고 나가는 녀석을 보니 대견하기 이를데 없었다.

이젠 더이상 내 생각대로 판단을 하거나 미래에 실망을 하거나, 잔소리를 해대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날도 추운데 밤늦도록 하고 돌아올 것이라 했는데 여간 걱정이 되지 않는다. 일에 방해될까 문자도 보내지 못하겠다. 이제 정말 말뿐아니라 조금씩 아이와 거리를 두고 그 간격을 유지하며 스스로 개척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웃어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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