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중에서
사춘기가 아닌 사추기思秋期에도 반항의 인자가 작용하는지, 요즘 나의 사고는 젊었을 때와는 달리 많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온 것들이 과연 정답인지 회의가 든다. 세상사람들 모두가 최고의 선으로 추앙하는 모성의 무게에 여성 자신이 '기쁘게 압사당하고 있다는 생각도 그런 맥락이다.
모성은 아름다운 본능이라 믿었다. 나 역시 결혼과 함께 엄마되기를 원했고, 엄마가 된 후에는 최선을 다해 자식을 길렀다. 그런데 자식이 성장한 지금, 그 찬양받아 마땅한 모성도 사회적강요로 형성된 여성들의 '무의식'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딸아이가 어미의 하룻밤 외박을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운해서 해본 생각이 아니라 손바닥에 붙어 있는 사금 몇 조각, 그 슬픈 자아 찾기에서 시작된 나의 고뇌였던 것이다.
사실 '엄마'라는 말에 나는 안주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안주는 인간으로서의 내 자아와 맞바꾼 이름이었다. 여자란 말에서는 청바지의 자유가 느껴진다. 그러나 엄마란 말에서는 행주치마의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여성들은 그 행주치마에 자신의 꿈을 포함한 모든 것을 담아버렸다.
엄마답다는 말은 '모성에 위배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모성이라는 말에서 맡아지는 슬픈 희생의 냄새, 모성에 대한 열광은 바로 그 희생을 예찬하는 것일 게다. 모든 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어도 끝까지 남아 빛나는 그 무엇. 그것은 모래 사이에서 겨우 발견한 사금 몇 조각인지도 모른다. 그 사금 몇 조각이 손가락 사이에 남아 있는 한 , 나는 이미 남루해진 모성에 내 전부를 걸진 않을 것이다. 반짝이는 사금 몇조각, 그 건 바로 소중한 자아가 아니겠는가.
새벽을 가리키는 찜질방의 시계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 최진실을 생각했다. 어떤 경우에도 자살은 옳지 못하다. 그러나 자식 때문에 못 죽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소중하기 때문에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응원했다.
'지난밤 너는 친구와의 자살 놀이 끝에 겨우 모성으로부터 자유를 꿈꾸게 되었어.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흘러 다시 낮이 된 것 뿐인데 그것도 외박인가!"
나는 가슴을 편 채 당당하게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눈부신 가을 햇빛이 기분 좋게 내리 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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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더러 누가 그렇게 살래?"...
먹을 것 안먹고 입을것 못입고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살아왔는데 자식이 이런말을 하더란다.
자식을 위해 사는 것은 당연한 부모의 도리다.요즈음의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에게 큰 기대치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를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자세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지난날 자신을 돌보지 않고 살았던 날들이 후회로 밀려오겠다.
..
부쩍 자기자신만 생각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친정엄마에게 잘하는 것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예의조차 보이며 살고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잘해드리려 하는데 아이들에게 어찌 그런 것을 바래야 할까 싶고, 때가 되면 알겠지 하는 마음도 있지만 일상속에서 그때그때 서운함을 표현하고 부모에 대한 도리 같은 것을 자주 이야기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 자식이 부모마음 십분의 일이라도 헤아리겠냐만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시고 길러주시고 늘 걱정해주시는데 최소한의 마음씀은 있어야 할 것이다.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우는 아이들이다. 나부터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행동으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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