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자발적 가난의 행복/강제윤/생각을 담는 집

다림영 2011. 8. 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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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아침마다 청도군청 앞을 지나갑니다. 어느 곳이나 시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대개 관공서 건물입니다. 군청이나, 읍사무소, 면사무소, 우체국, 농.수.축협 건물들, 관공서 건물들은 겉보기에도 산뜻한 현대식 외관을 갖추었지만 실내 공간 도한 나무랄 곳 없이 깨끗하고 모던합니다. 겨울에도 더울 정도로 난방이 잘되고 여름에는 에어컨이 지나치게 돌아가 추울 정도지요. 말단 행정 기관인 면사무소 건물들도 최첨단입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시청, 도청, 중앙 부처, 청와대 할 것 없이 우리나라 관공서는 하나같이 냉난방이 완비된 초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날이 많이 풀렸지만 아직도 아침 바람이 차갑습니다. 며칠 연달아 칼바람 맞으며 대패질을 했더니 얼굴이 화끈 거립니다. 한옥학교 주변은 온통 과일나무 밭입니다. 오늘도 복숭아 밭에는 농민들이 나와서 일하고 있습니다.

 

나는 군청앞을 지나며 갑자기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농민들이 찬바람에 떨며 노동할 때 따뜻한 실내, 안락의자에 편히 앉아 일하는 공무원들이 부끄럽습니다. 군청이 부끄럽고, 도청이 부끄럽고 청와대가 부끄럽습니다 . 공복, 백성의 종들, 종들이 주인처럼 군림하는 이 나라가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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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에 서는 청도 장날, '2대 국밥집'에서 먹는 장국밥과 막걸리의 조합은 가히 일품입니다. 물론 그 국밥집이 장날만 문을 여는 진짜 국밥집이니 장터의 분위기가 한몫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막걸리들은 슈퍼에서 사다 먹어도 그 맛이 불변입니다. 하지만 오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제의 내 말이 틀렸습니다. 정정합니다.

 

이곳에 와서 행복한 것은 막걸리 때문이 아닙니다. 침묵 때문입니다. 종일 말 한마디 않고 지나가는 날들도 많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거의 말없이 지냅니다. 일을 배우느라 수다 떨 시간도 없지만 굳이 말하지 않고 살아도 불편이 없습니다. 부러 말을 걸어오거나 참견하려 드는 사람도 드뭅니다. 오랫동안 나는 너무 많은 말들 속에 살았습니다.

 

쓸모없는 말들을 지껄이며 사는 데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그런 나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침묵의 시간이었습니다. 실상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말은 몇 마디가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삶에 불필요한 말들이지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삶에 해가 되는 말들입니다. 사람의 말이란 대개 평화보다는 갈등과 분열을 가져옵니다.

 

싸움과 저주의 씨앗을 잉태합니다. 오죽했으면 성서에도 '실언하는 것보다 길바닥에 넘어지는 것이 낫다'고 하겠습니까. 술이 많아지면 취하지도 않을 도리가 없듯이 말이 많아지면 실언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침묵의 날들이 오래 계속되기를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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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불고 바다일 없는날

집집마다 면세유 펑펑  땐 따순 방에 젊은이들 술판을 벌이고 비싼 기름값, 보일러도 끄고 잔 노인들  밤새 미지근한 전기 장판에 찌부러진 몸 풀러 노인당을 찾는다. 골고루 뜨끈한 노인당, 삶은 돼지 몇 점에 낮술이 한 순배돌면 선창몰 할머니 말씀이 걸어진다. "좆달린 놈들은 평생 철이 없어. 씨발 것들, 젊으나 늙으나 함부로 산당께." 열에 아홉은 영감이 먼저 세상 뜬 지 오래다. 벌써 10년, 20년, 청상도 몇몇 "여자들은 시집가는 철드는 디 사내놈들은 철들면 죽어뿌러.

 


선창몰 할머니 말씀사이로 응달짝 할머니 끼어든다.

"그러게 말이요잉. 우리 영감이 그렇게 철이 없어서, 고생도 고생도 징하게 시키쌓더니 이노므 영감이 늘그막에 이제 좀 철이 드나 싶으니 덜컥 죽어버립디다, 글쎄."

"우리 영감도 그럽디다."

"참말 그럽디다. 사내놈들은 철들면 죽는단 말이 딱 맞어라우."

모진 세월 구구절절 말은 안해도 노인당 할머니들 맘이 다 같다. 원수같은 영감탱구들, 사재 넋이 같은 영감탱구들, 겨울 노인당, 영감들 먼저 보내고 할머니들 비로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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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행복해하는 내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때마다  평화롭고 고요한 바람이 나를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한 세상 그렇게 여행하듯 걸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 소망의 마음으로 오늘도 책을 뒤적인다. 그길은 꽤 길고 험난해 보인다. 그러나 어제보다 오늘  잠시라도 청소된 마음이 되어 한발자욱 맑은 길로 다가서는 것이 내  생의 바램이다.

 

언젠가 이곳의 시청에 볼일이 있어 갔다. 지은지 오래되지 않아 건물의 외부는 물론 내부를 보고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아, 요즘 공무원들은 이렇게 지내는구나, 그래서 너도 나도 그곳에 있고 싶어 죽을 힘을 다해 공부를 하는 것이리라.

누구하나 국민의 종인듯이 사는 공무원들은 없어보인다.  저마다 고개가 빳빳하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 있고 그 앞에서는 가진 것이 없는 국민은 주눅이 들고만다. 공무원이 주인이고 국민은 그들의 아래에 있는듯하다. 어쩔수 없고 바뀌지 못하고 세월은 점점 더 각박해지고 있고 , 너도 나도 공무원이 되겠다고 목을 메다가 한세월 흐를 것이고, 언젠가 우리도 남발한 복지정책과 기타등등으로 어느 유럽의 나라처럼 몰락할지도 모르고 참담한 미래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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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말씀이 딱 맞는 것같다. 간혹 철든 남자들이 있기도 하겠지만 내 운수가 나빠서인가 내 주변엔 도통 철든 남자를 보기 어렵다. 아마 죽을때가 되어야 철이 들면 다행일지, 철들면 죽고 말 것인지.. 남편이 있는 할머니들보다 남편이 없는 할머니들이 행복지수가 높다는 얘길 들었는데 그말이 지당할 것 같다.  혼자된 친정엄마를 부러워 하는 주변  할머니들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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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휴일, 일터에 나와 빈 거리를 바라보며 책을 뒤적인다. '화'가 머리를 치솟는 일들이 많아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었다. 그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나쁜 말을 쏟아낼 것  같아 도시락을 싸들고 일터로 나와버렸다.

음악을 듣고 재밌는 방송을 보면 화난 마음이 조금씩 흐려진다.  시간이 지나면 좋은마음이 스며들것이다.

아이들은 점심을 제대로 먹었는지, 고삼녀석은 제 미래를 위해 아까운 시간들을 그냥 흘려버리는 것이 아닌지... 백날 걱정하고 충고를 해도 변하지 않는 모든 것들... 

 미래를 다녀올 수 있는 어떤 특별한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뻔하게 닥쳐올 나쁜 미래를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고, 일어서지 않는 사람들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경험을 해야 깨닫게 되겠지만, 어쩌면 그 때는 이미 늦어버린 그런 사태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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