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사랑은 대단한 게 아니다/브리지트 지로/솔출판사

다림영 2011. 7. 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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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이제 너희들에게는 거의 모든 게 다 허용된다. 장차 너희들이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이 혼란스럽지는 않느냐는 질문도 들을 테고, 성적이 떨어진다면 그건 예삿일, 성적이 오른다면 그건 예상밖의 일이 될 것이다. 머리가 아플 때도 있고, 배가 아플 때도 있겠지만, 이제 너희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그건 모두 헤어진 부모 탓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너희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심리 상담사를 찾아가보라는 제안을 할 것이다.

 

하지만 너희는 뭐가 문제인지 모를 것이며, 별일 없이 잘 지낼 것이다. 쉬는 시간이면 괜히 발길질도 한 번 해보고, 때로는 벽에 머리를 박아 보기도 할 것이며, 검은색과 빨간색이 많이 들어간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너희들은 별일 없이 잘 지낼 것이다. 아빠나 엄마랑 있을 때에는 온순한 아이들이 괼 것이며, 엄마 아빠의 기분을 좋게 만들려할 것이고, 응석받이가 될 것이며, 각자 부모를 옹호하고 나설 것이다. 우리는 너희들을 통해 새 소식을 전해들을 것이고, 모든 건 너희들을 통해 알게 될 것이다.

 

식사나 전화 통화를 할 때에, 여기 저기서 들은 문장들을 조합하여 온전한 정보가 전달되도록 할 것이고, 스스로의 두려움 때문에 의심을 퍼뜨릴 것이다. 너희는 두려움 속에서 지내게 될 것이며, 학교 행사 때 아빠가 엄마에게 다가가면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릴 것이고, 학교 담장 안에서 엄마 아빠가 우두커니 마주본 채 서로 이야기 나누는 걸 보고 싶지 않을 것이며,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더라도 엄마 아빠가 다시 합칠 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끈은 놓지 않을 것이다.

 

밤마다 침대에서 무언가 이상한 기분을 느낄 것이고, 곧바로 잠이 드는 일은 좀처럼 없을 것이며, 때로는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을 하다가 결국 그 모든 게 너희들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버리고, 아이들이란 부모가 갈라서게 만드는 존재라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스스로의 존재를 거부하고 자신을 숨기려 애를 쓸 것이며, 수많은 모순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존재감이 사라질까 두려울 것이다. 이러한 갈등에 사로잡혀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이 느껴지고 , 시간을 뒤로 되돌리고 싶어지며,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가 떠오를 것이고, 다시 이불에 지도를 그리게 될 것이다. 성장하길 거부할 것이며 식욕도 잃어버릴 것이다. 오누이가 한 방 한 침대에서 함께 잠들기를 원할 것이며, 불빛이 새어들어오게 방문을 약간 열어둔 상태에서만 잠을 청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이 다 같이 함께 잠들기를 원할 것이며, 언젠가 한 아이의 아빠 혹은 엄마가 되면 한 침대에 나란히 곁에 누워 지내길 바랄 것이고,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 다짐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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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나 마음이 아픈 상태에서도 일이나 농담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으니까. 간 사람의 존재가 그 부재를 통해 산 사람을 존재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몰랐었어. 죽은 자에게 그 같은 관대함이 있다는 사실을 , 그렇게 너그러운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었지. 죽은 자의 자리도 끊임없이 바뀐다는 사실, 그 자리가 늘 그대로인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이렇게, 또 때로는 저렇게 바뀌기도 한다는 사실, 어떤 때는 사람 숨통을 조이다가도 또 어떤 대는 너무나 잠잠해서 걱정스러울 정도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어.

 

..

혼자사는여자들은 남편이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그런 바보 같은 망상놀이에 빠져든다. 돌아올 남편을 기다리기 위해 자신을 예쁘게 꾸며보기도 하고, 미용실에도 가보며, 혼자 씽긋씽긋 웃어보기도 한다.

혼자사는 여자들은 위로라는 게 불가능한 사람들이다. 다른 데에 생각이 빠져 있고, 가까이 다가갈 수 없으며, 결정적으로 넋이 나가 있다. 혼자사는 여자들은 옆으로 비껴 나가 있는 존재들이다. 삶으로부터, 즐거움으로부터, 아름다움으로부터 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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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사는 여자들'..사실 책에는 이렇게 표기가 되어 있지 않지만 나는 '과부'라는 말이 영 싫어서 내 맘대로 고쳐 적었다.

가까운 주변에도 그 혼자사는 여자들이 많다. 그들은 사실 나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들이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듭 이 글을 읽어보니 그들의 내면엔 내가 알지 못하는 아픔이 많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언젠가 가까운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 남편을 욕하던 친구앞에서 그녀는 '위안이 안돼' 라고 했다.

 

친정엄마도 오십도 되지 않아 아버지를 잃었다. 그야말로 그러한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엄마는 가끔 내게 혼자 사는 친구들이 오면 잘해주라고 신신 당부를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씀은 남편이 제아무리 엉망인 사람이어도 곁에 있는 사람이 낫다는 것이다. 그 존재가 여자의 울타리가 된다는 것이다. 맘대로 살고 있는 남편을 볼때마다 마음속에 불이 일어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쩌면 가끔 마음이 있는대로 상하고 힘든 때가 많지만 그래도 그는 우리가족의 울타리 인 것은 분명하고 나는 감사해야 하는 것이 옳은일이다.

 

나의 집에는 요즘 한 집에 거의 한 명정도는 존재하기도 한 그러한 사람이 있다. 남편의 형이다. 아내에게 버림을 받았다. 이혼은 한 것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집에서 내보내진 것이다.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어느새 이년가까이 우리집에서 함께 하고 있고 우리집 김씨들은 그럭저럭 화목하게 어울리며 웃으며 잘 살고 있다. 결혼초부터 왕왕 이혼소리가 오고 가더니 결국엔 그런 지경에 다다랐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고 나름 즐겁게 사는 것 같다. 어느정도 경제력도 있고 또 다른 가족과 함께 살아가므로 ..

 

가끔 나는 생각한다. 만약 이혼을 한다면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하고... 생각만으로 끝을 내지만 나쁜상황으로 될  아이들을 생각하면 나의 부모된 책임은 막중하므로 나는 부모된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남편과 이혼을 하는 여자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아이들보다 자신이 먼저인 사람이다. 난 말로만, 생각으로만 떠들고 이혼할 생각은 사실 없다.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으로 세상을 올바로 바라보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그들은 정신적 장애를 입게 될 확률이 굉장히 높다.  그다지 부모와 친밀하게 지내지 않아도 말이다. 도무지 견딜 수 없는 그런 상황의 남자라면 어쩔 수 없지만 ..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내주변만 돌아봐도  그렇게 저렇게 혼자사는 이들이 너무 많다. 나도 훗날엔 혼자 살게 될 것이다. 어떤 사유로든 ... 일본의 심각한 노인문제나 기타 홀로사는 이들에 대한얘기가 연신 신문지면을 장식한다. 머지않아 우리도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가정이 튼튼해야 사회가 온전하다. 다소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이 많지만 이겨내는 것이 어머니의 본분 이다. 좋은쪽으로 일구어나가야 할 것이다.

남녀간의 사랑이야 그 많은 사랑중 가장 별 것이 아니리라. 그 사랑을 잊은지는 너무 오래 되었고 다만  어머니의 넓은 사랑으로 가족을 따뜻하게 보살피며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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