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저기 네가 오고 있다/김갑수 외 /섬앤섬

다림영 2011. 7. 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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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한번 물어보자. 남자, 여자가 만나 첫눈에 반하는 것이 사랑일까? 그렇다면 남자, 여자가 만나 첫눈에 반할 수 있는 조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리고 남자, 여자는 첫눈에 반해야만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첫눈에 반하지 않은 남녀들이 하는 사랑은 또 무엇일까! 그들은 첫눈에 반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일까!-공선옥

 

 

집에 돌아와 누워 이름들을 떠올려 보았다. 연애까지는 간 적이 없지만 난 누군가를 끊임없이 혼자서 좋아했다. 말을 하지 못해 버스 정류장에서 그냥 헤어지고 나중에 그도 날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생뚱맞은 사람에게 전해 듣기도 했다. 서로 결혼을 한 뒤여서 만나서 확인하고 할 것도 없었지만 하루 종일 애꿎은 그 남자애에게 욕을 해댔다.

"무슨 남자가 고백할 용기도 없냐. 병신같이."

 

돌이켜보면 난 겁이 많았다. 비가 와 진창이 졌는데 어머니가 나가보니 진창길을 막 밟고 걸어오는 동생과는 달리 난 신과 바짓단에 흙이 튀지 않게 마른땅을 찾아깨금발을 뛰고 있더라고 했다. 사람들과의 만남에 있어서도 깨금발을 뛰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연애예찬론자였던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연애란 그 사람의 우주를 덤으로 얻는 것이다. 광활한 우주에 궤도를 따라 도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 친구의 가슴 속에는 우주처럼 수많은 별들이 떠 있을 것이다.-하성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시집<게눈 속의 연꽃>중에서 /황지우

 

 

아, 매번 사랑을 쓰는 일은, 매번 사랑을 하는 일만큼이나 설래고 황홀하고 곤란하고, 그리고 피로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또 소설끝에 그녀를 빌려 쓴 것이리라. '사랑한 후엔 긴 비행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처럼, 귀가 먹먹하고 피로가 몰려온다. 그녀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 사랑은 우리 몸의 염분, 우리 영혼의 소금과 같다. 내가 아는 한 소설은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 인간학이다. 사랑은 인간의 영역을 확장시켜주는 몇 가지 감정 중 가장 강력한 것이다. 나는 그동안 사랑을 얼마나 쉬었던가. 그러고 보니 또 다시 사랑을 쓸 시간이 된 것 같다.

아, 또 한 송이 그 눈부신 황금 장미가 보고 싶다.-함정임

 

 

.................

 

사랑을 국어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사랑은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 마음의 상태' 라고 나와있다.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나는 오래전 남편을 처음 본 순간 그 알수 없는 끌림의 마음 때문에 그 순간부터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첫눈에 반한 것이다.  

 

그날은 회사에 면접을 보러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남자직원 여러명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눈부신 봄날이었다. 바짝 긴장하며 회사에 들어섰는데 그 남자들 가운데 어떤 한남자에게 시선이 멈추게 된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그날은 내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날이었고  마음을 다잡고 면접에 붙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그남자를 본 이후 더욱 그곳에 꼭 들어가야 했고 들어가게 되었다.  다른이들의 내게대한 각별한 태도도 있었지만  조건이 좋은 사람들은 모두 접고 그와의 만남을 이루기 위해노력을 했다. 그리고 7년이란 긴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고 결국은 함께 살게 된 것이다.

 

돌아보니 사랑은 별것도 아니었다. 살다보니 사랑도 날아가고 신뢰도 사라지고 어떠한 사랑도 남아있지 않다. 책임과 의무와 알수없는 정으로 꽁꽁묶여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 왜 나는 그렇게 바보같은 짓을 했을까 하며 후회를 하는 것이다.

 

 

나의 친구 하나는 한번도 사랑을 해 본적이 없단다. 그저 아버지께서 그가 공무원이니까 결혼을 하라고 해서 결혼을 했단다.  또 한친구는 그 시기에  결혼의 계획을 세웠는데 몇살에 결혼해서 몇살에 아이를 낳아야 앞으로 안정될 것이므로 자신의 계획과 자신이 보는 조건에 맞는 남자를 찾았다.

그녀가 그냥 만나던 사람이 있었는데 , 그에게는 위에 형제가 둘이나 있었고, 전혀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으나 나의 친구가 그 시기에 결혼을 하지 않겠다면 헤어지겠다는 소리에 그는 결혼을 해야 했다. 그는 절실한 사랑을 한것이었고 친구는 사랑을 했는지 아닌지 사랑만 가지고 결혼을 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웃음이 났다. 철저한 인생에 대한 준비가 있는 친구였다. 사랑해서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그러나 난 한번도 그러한 생각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공무원을 찾는다던가, 어떠한 앞날의 계획이라던가.... 그저 사랑이면 다 되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두친구는 지금껏 그 누구보다도 괜찮은 삶을 영위하고 있고 나는 엉망인 것이다.

 

사랑이 결코 밥을 먹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랑은 3개월정도면 날아가고 모든 것은 현실임을 알았어야 했는데 너무 어린나이에 첫눈에 반해버린 나는 그 어느것도 살피지 않았고 그저 열렬한 그를 향한 마음뿐이었다.

 

반생을 살았으니 눈을 뜬 삶이겠으나 , 다시 청춘의 시기로 돌아간다면 나는 특별한 삶을 위해 공부를 할 것 같고, 어떠한 나 자신의 조건에 맞지 않는다면 결코  결혼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어디 인생이,사랑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랴만 ...

어느시인께서 쓰셨던가, 사는동안 결혼은 두고 연애만을 꿈꾼다던... 어떠한 귀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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