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담박영정<淡泊零靜>

다림영 2011. 5. 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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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3월25일

정민의 世說新語

 

언어의 소음에 치여 하루가 떠내려간다. 머금는 것 없이 토해내기 바쁘다. 쉴 새 없이 떠든다. 무책임한 언어가 난무한다. 허망한 사람들은 뜬금없는 소리에 그만  솔깃해져서 그러면 그렇지 한다. 풍문이 진실로 각인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 곁에서 회심의 미소를 흘리며 이익을 챙긴다. 입이 열 개로도 할 말 없을 짓을 하고 나서 제가 외려 분하고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이런말은 너무 피곤하다. 그 말에 우르르 몰려다니며 희희덕거리는 행태는 너무 가볍다.

 

도대체 침묵의 힘을 잊은 지 오래다. 예산 추사 고택 기둥에는 주자<朱子>의 '반일정좌<半日靜坐>,반일독서<半日讀書>'가 추사의 글씨로 걸려 있다. 하루의 절반은 고요히 앉아 마음을 기르고, 나머지 절반은 책을 읽는다. 이런 태곳적 운치야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마음먹기 따라 정좌<靜坐>의 시간을 늘릴 수는 있을 것이다.

 

청나라 주석수<朱錫綬>는 "유몽속영<幽夢續影>"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요히 앉아보지 않고는 바쁨이 정신을 얼마나 빨리 소모시키는지 알지 못한다. 이리저리 불려다녀 보지 않으면 한가로움이 정신을 얼마나 참되게 길러주는 지 알지 못한다.<不靜坐,不知忙之耗神者速:不泛應, 不知閑知養神者眞>" 내성<內省>의 침잠없이 허둥지둥 바쁘기만 하면 영혼의 축대가 그 서슬에 주저앉는다. 자신과 맞대면하는 시간을 늘려나가야 바깥의 경쟁력도 강화된다.

 

 

제갈공명은 아들에게 이런 훈계를 남겼다. "군자의 행실은 고요함으로 몸을 닦고 , 검소함으로 덕을 기른다. 담박함이 아니고는 뜻을 밝게 할 수가 없고, 고요함이 아니면 먼데까지 이르지 못한다.<夫君子之行,靜以修身,儉以養德,非淡泊無以明志,非寧靜無以致遠.>"

 

 

자신을 끊임없이 비우고 헹궈내는 담박<淡泊>과 내면으로 침잠하는 영정<寧靜>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 뜻이 환해지면<明志>,그제야 먼데까지 갈 힘이 생긴다.<致遠>.머금지 않고 쏘아대니 세상이 시끄럽다. 비울 줄 모르고 욕심 사납게 먹어댄 결과 소화불량에 걸린다. 제 허물을 감추려고 남을 덥석 문다. 제 부족을 숨기자니 허풍이 는다. 바람 드는 북창 아래서 무현금<無絃琴>을 어루만지던 도연명<陶淵明>의 그 침묵과 정좌<靜坐>의 시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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