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대학 안 가도 살 수 있는 세상

다림영 2011. 6. 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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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기고 6/3

 

유치원부터 학원을 다니며 가계소득의 절반 이상을 교육비로 지출하고 우수학생들이 간다는 특목고에 진학시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과외와 학원은 공교육을 접수하고 급기야는 학교에서 학원교사들이 낸 모의고사 문제를 돈 주고 사기까지에 이르렀다. 과거 중.고교 입시가 있을 때보다 사교욱의 위력은 수십배가 됐고 이로 인한 정신적.육체적.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와 학생이 떠맡았다.

 

20년 가까이 부모와 본인의 모든 것을 바쳐 들어간 대학인데도 졸업하고 나면 취업하기가 대학 입학보다 더 어렵다. 이는 다섯명 중 네명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 모두의 얘기다.

 

한국 교육이 이 지경이 되기가지 역대 정권은 한몫식 해 왔다. 그 시작은 1970년대 중반에 실시된 중.고교 평준화였다. 명분은 어린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키자는 것이었지만 평준화의 문제점은 즉시 나타났다.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한교실에 모아 놓으니 잘하는 학생은 잘하는대로 못하는 학생은 못하는 대로 사교육의 문을 두드렸다.

 

대학진학률의 급격한 상승을 유도하여 사교육 시장에 불을 지핀 건 김영삼 정부였다. 대학 설립 자율화로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대학 진학률이 50%를 훌쩍 뛰어넘었다. 불타고 있는 사교육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것은 "한 가지만 잘해도 수능을 쉽게 출제하겠다"고 큰소리친 김대중 정부였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를 계승했다. 현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외국어고를 국제고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 10시이후엔 학원교습을 금지한다는 등 변죽만 올리더니 이젠 설익은 입학사정관제에 반값 등록금 얘기까지 나온다.

 

한국에서 교육은 교육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 문제의 큰 원인이 교육이다. 대학 졸업후 취업도 하기 전에 부채를 안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나도 명색이 대졸자인데 허드렛일은 할 수 없다"는 의식 때문에 일자리와 인력의 부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 국민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가장 큰 역기능은 출산율 저하다. 결혼연령도 늦어지고 사교육비 부담으로 자녀 양육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82%에 이르는 대학 진학률이다. 대학은 공부할 능력이 있고 공부할 능력이 있고 공부하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이 경제적 이유로 진학이 어려운 경우는 국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기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은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고교졸업후 바로 취업할 수 있는 내실있는 실업학교와 전문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독일이 좋은예다. 또한 고교 졸업자가 대졸자에 비해 취업이나 연봉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 또는 공기업의 일정 비율은 고교 졸업자를 봅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 천문학적 비용의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고 ,입시지옥에서 벗어나며, 대졸자보다 4년 일찍 취업할 수 있다. 또한 고교 졸업후 바로 취업하여 돈을 벌수 있으면 결혼도 빨리 할 것이고 자녀 양육비 우려로 인한 저출산의 걱정도 덜 수 있다. 대학 안 가도 살 수 있는 세상이야말로 한국 교육이 추구해야 할 길이다.

 

김충락<부산대 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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