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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마음이 떠나다

다림영 2011. 4. 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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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휴일은 음력 3월 초하루였다. 초하루날에는 불교신자들중 많은 이들이 절에 다녀온다.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내가 생각났던지 스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일요일이고 , 초하루날이니 기도드리러 절에 다녀가라시는 말씀이었다.

죄송한 마음에 웃는소리로 알았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그날에 제일 처음 스케줄로 잡아놓았다. 그리고 모처럼 백팔배도 올리고 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목적으로든 간에 운동을 할때 이틀은 건너뛰어도 절대 삼일이상은 넘기지 말라고 당부했던 어떤 사람의 말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 절대적 자신과의 규칙은 모든 것에 해당이 되는 것 같다. 한때 참 열심히 무슨일이 있어도 빠짐없이 절에 다녔는데 세월이 흘러 그 마음이 온데간데 없어져 버렸다. 사실 이유가 있었다. 일년전인가 큰 스님이 돌아가시고 처음 입춘기도일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휴일이었던가 해서 절에 시간을 내어 가게 되었다.

 

 

모든 지출을 삼가하던 때였던지라 식구가 많아도 내 이름만 달랑 써내며 봉투에 단돈 삼 만원만 넣어 기도비를 냈다. 돈의 값어치가 예전 같지 않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겐 큰 지출이었다. 그런데 기도비를  받는 신자 두 명이 입을 모아 한다는 말씀이, 기본이 얼마며 또 식구가 몇 명인데, 하며 얼마를 더 내야한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돈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주춤거렸더니 , 이번에만 그렇게 하고 다음에 더 내라 하는 것이다. 일순 마음에 금이 가버린  나는 기도도 하는둥 마는둥하고 그냥 나왔다.

 

 

살기 힘들지만 그래도 절에 다녀오면 한 동안 걱정도 날아가고  좋은마음이 들어 가까운곳 다 두고 스님과의 인연도 있고 해서 내겐 먼길인 그 작은 절을  몇해동안 찾아가곤 했던 것인데.....

한동안 언짢은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스님은 그런말씀을 절대 하시지 않겠지만,  좋은스님 밑에서 일을 하는 이들이 돈 얘기를 하며 왈가왈부를 했다는 자체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이후 나는 무슨일이 있어도 가야할 때 꼭 가던 걸음이 멈추어지기 시작했고 , 이번 휴일에 스님께 약속했던 말조차 이행하지 못하게 되었고, 남편의 근처 어디든 산에 있는 절에 가면 되지 하는 말에 그만 주저앉고말았던 것이다.

 

 

어제 잘 알고 지내는 손님이 몸도 마음도 힘들어서 생각다 못해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는 말씀을 했다. 그런데 달랑 하루 갔는데 마음이 상해서 교회에는 발을 못 붙이겠다는 얘기를 하셨다. 얘기인 즉은 무슨 기도비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는지 정이 떨어졌다는 말씀이다. 그분이 조금 예민한 분이기도 했지만 작은 배려심이 있었다면 쉽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얼마동안 교회에 나가지 않았을까 싶었다.

 

 

무엇이라도 위로를 받고 싶고 잘 살아내고 싶어 잡은 끈을 여지없이 끊어버린 돈, 그것이 항상 사람을 돌아서게 만드는 것 같다.

언젠가 깊은믿음이 있는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 종교를 보고 가야지 , 사람을 보고 가면 실망한다'

친구처럼 성경공부를 오랫동안 하고 믿음이 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다 지키고 이겨내긴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묻은 돈 때문에,  아니 때묻은 마음 때문에 내가 잃은 손님이 오늘도 여지없이 떠오른다. 

단골손님이었다. 그녀가 맡긴 수리건은 간단한 일 이었지만 내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공장에 의뢰하는 것이어서, 남들과 똑 같은 금액을 얼떨결에 받아버렸다. 장사도 잘 되지 않고 있은터라 작은돈에도 장사치의 마음이 한껏 들어 있었다.   손님을 보내고 나서 내내 손님 얼굴이 지워지지 않고 불편하고 , 때마다 생각나는 것을 보면 내가 잘못 한 것이 틀림없다. 내가 절에 잘 나가지 않게된 이유와 똑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만을 나무랄 수만은 없지만, 때묻은 돈 몇푼은 때때로  공들여 쌓았던 관계도 여지없이 무너뜨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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