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모습으로 산으로 들로 신나게 떠나는 이들, 삼삼오오 어울리는 이들 , 그들은 아마도 돈에 관한 큰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리라.
나의 한 친구는 돈 걱정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것이라고 내게 전한다. 그러나 돈에 휘둘리며 사는 사람은 매사에 돈 생각으로 꼼짝달싹을 못한다는 것을 돈이 조금 있는 그녀는 알수 있을까.
휴일이건 토요일이건 그 어떤 날이건 집에서 일터로, 일터에서 집으로, 어느방향이든 고개를 돌리지못하고 앞만 보고 살아간다. 상황이 나보다 나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저 이만하기를 감사하며 지낸다. 주변의 이들이 누리는 호사는 모두 풍경이거니 한다.
동창회카페 메모장에 한 친구가 메모를 남겼다. 어려움도 함께 하고 나누는 친구들이 되어야지 너무하지 않는가 하는 얘기였다. 어렵고 힘든데 그러한 모습을 어떻게 친구에게 보여줄까 싶다. 나름대로 잘 살고 여유있는 친구들도 스트래스가 있을 것이다. 친구 얼굴을 보면서 세상사를 논하며 스트래스를 풀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러한 자리에 돌연 내 짐들을 토로하며 그들의 흥에 물을 끼얹고 싶지않다. 또한 그런이들 속에 여유없는 마음으로 끼어 웃음이 나올까도 싶고, 그런 시간에 나는 한 푼이라도 벌어야 일곱식구가 먹고 사는 것이다.
물속에 빠진 솜을 지고 다니는 것 같은 날들이지만 토요일만큼은 나만의 시간을 지니고 싶고 친구들도 보고 싶고 때로 자유로워져서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만 하다. 오래전 마음 나누던 친구들에게 전화 해서 밥 한끼 나누자 하고 싶지만 난 도무지 한치의 여유가 없다.
그러나 사실 나는 토요일을 나름대로 즐기고 있다. 그동안 제대로 보지못했던 드라마의 재방송을 과자를 먹으면서 심취하고, 포도주나 막걸리 한잔 을 기울인다. 손님이 오시면 기분은 더 이상 좋을 수 없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런데로 간절히 바라며 좋아하는 음악속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거리를 바라보는 것도 괜찮다. 마치 사람들의 세상에서, 거리에서, 내가 빠져나온듯 지나는 이들의 표정을 살피며 그들의 생활을 감지해 보는 것이다.
술잔을 들고 유리문에 기대어 거리를 바라보는 모습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호사로 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많은이들이 누리지 못하는 그러한 것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소원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할까 했다. 그러나 이내 접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시간이나 모든 것을 맞출 수가 없을 것이므로....
황금같은 토요일이 깊어간다. 어느새 어둠이 찾아오고 있다. 곧 저녁 도시락을 들면서 막걸리 반잔 정도 기울이며 나의 영혼과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받게 될 것이다.
한 청년이 들어왔다.만원짜리 청소도구를 사 달란다. 오늘 종일 두 개 밖에 못 팔았다고 한다. 오천원짜리도 아니고 만원짜리라니... 한숨을 쉬다가 어쩔수 없이 물건을 산다. 오늘 아이들에게 해 줄 그 무엇도 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상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렇게 어렵게 살아가는가. 그러고 보면 나는 상당히 사치스러운생각에 젖어 있었다.
'무한도전'을 보았다. 이번엔 아마도 음악을 만드는 이야기인가보다. '음악이란 인생이다' 라는 문구가 마지막에 여운을 주었다. '길'의 이야기에 눈물이 흐를뻔 했다. 그의 어머니는 어린 길을 두고 늘 돈을 벌러나가셨다. 그때마다 종이쪽지에다 아들에게 당부를 해놓고 사랑한다는 말을 써놓고 나갔다. "카레는 은근하게 데펴야 한다".....어린 길을 두고 나오며 어머니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걱정되었을까....
나역시 11시간이나 밖에 머물고 있다. 엄마가 되어 아이들에게 몇 마디의 당부를 종이쪽지에 써두고 나온다. '바다'와 '길'이 엄마얘기를 하며 어려운 시절 엄마가 썼던 모든 쪽지를 모아둔 것을 열어 읽으며 눈물을 흘리며 피아노 앞에 앉으며 음악을 만든다. 사람들의 눈길을 잡기위해 기획하며 만든 예능이지만 이렇게 감동스러울 수가 없다.
어느새 '사랑을 믿어요'가 시작하고 토요일밤이 깊어만 간다. 아득한 사랑으로 떠나버린 윤희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 사랑을 이해하며 저녁 도시락도 잊은채 빠져든다. 나를 울게 하고 감동을 주는 친구, 소중한 텔레비젼이 세상에 없다면 나는 일상을 어찌 견딜 수 있을까 싶다. 오늘도 여지없이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아내고 말았다. 내 친구 텔레비젼의 드라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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