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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쓸쓸한 뒷 모습을 바라보며

다림영 2010. 11. 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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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의 남자노인이 방문했다. 풍채도 좋고 한때는 날렸을법한 그런 모습이었고 건강해 보였다.

시계에 약을 넣어주며 그와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는 여든다섯살이며 할머니가 이십년전에 돌아가 재혼을 했다.

지금의 마나님은 이십년 이상을 살아왔는데도 무언가 거리가 있다고 한다.

자식을 낳은 부인과는 확연히 다른, 오랜시간을 함께 했음에도 정식 부부이지만  부부같지 않은 어떤 벽이 있다는 것이다. 생활비며 병원비며 이런저런데 드는 돈을 전혀 아끼지 않고 자신을 위하는 일에만 쓰는 것 같다고 하신다.

 

어느날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된통 싸움을 하고 마나님께서 보따리를 싸서 집을 나가셨다. 서로간에 자식이 없으니 그러면 그뿐이라는 마음으로 단단히 결심을 했는데  이틀 뒤 마나님께서 돌아왔다. 마음같아선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지만 사람사는일이 또 그런 것아 아니어서 문을 열고 화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 마음이 개운치 않다고 말씀하신다.

한 이 십년 살면 무언가 하나가 되고 서로간에 살뜰한 보살핌이 있어야 하는데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또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사는듯한 그런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고 한다.

이제 할아버지가 제일 두려워지는 것은  누워지내게 되는 것이고 제아무리 건강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나이가 있는지라 밤이면 여기저기가 아파 온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소원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주무시다가 하늘로 가버리는 것이다.

 

 

이혼한 사람들이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후회를 한다고 들었다. 할아버지 말씀은 그때만 잘 참으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는데 그것을 이기지 못하는 젊은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고 하신다.  함께 자식을 낳고 기르며 한 세월 함께 한 동반자와 끝까지 잘 사는 일이 가장 좋은 모습이란다.

 자식도 나이가 드니 제 자식 챙기기에 여념이 없고 부모는 안중에는 없다고 한다. 해외며 제주도며 저희끼리 다녀온 사진을 자랑하면서 한번도 부모와 함께 어디 가자는 말을 건네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부모는 저희들끼리 잘 사는 것으로 감사히 여기고 또 그러한 일들은 바라지도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마나님이 옆에 있어도 사는 것이 왜 그렇게 외로워지는지 알수가 없다고 하셨다.

 

 

할아버지가 집으로 가시고 혼자 많은 생각에 잠긴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아이들 아버지가 아이들을 제일 사랑할 것이고 그래도 내겐 최고의 동반자이다. 그에게 단 한 번도 존경하는 마음을 지녀본 적이 없다. 갈 수록 그에 대한 실망 속에서 함부로 대하기도 했다.

사는 동안 아이들 아버지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고  잘 살아야 하리라.

사는 것이 별 것이 있을까 싶다. 서로가 좋은 모습 편한 모습으로 은은하게 늙어가는데 마음을 다해야 하겠다.  멀지않아 나 또한  노인이 되리라.  나 살기 힘들다고 언제나 소흘했던 부모님께 살가운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추워질 때가 되었는지 바람이 사뭇 차다. 지팡이를 짚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의 쓸쓸한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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