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커피견문록/스튜어트 리 엘런/옮긴이 이창신/이마고

다림영 2011. 4. 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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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 리 앨런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현재 브루클린이 주소지로 되어 있지만, 대개 일정한 거처를 두지 않고 어디론가 길을 떠난다. 카트만두. 시드니. 산크리스토발.콜카타. 샌프란시스코는 모두 저자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항구도시다. 여행하거나 글을 쓰거나 카페에서 한가히 시간을 보내지 않을 때는 잡다한 일을 하는데, 요리사, 연극연출가, 펑크뮤지션,포도따기 일꾼,화장실 관리인, 관현악단 지휘자, 밀매업, 고전음악 작곡가, 펑크음악 잡지 편집자, 테라사 수녀가 운영하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집'에서의 자원봉사자 등 안해본일이 없을 정도다.

 

<마더 존스<Mother Jones>><LA위클리<LA Weekly>> <베이 가디언<Bay Guardian>>등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지독한 커피광이자 여행광으로서의 이력이 잘 드러난 첫 책 <커피 견문록>을 통해 명실공히 커피 사회인류학자라는 명칭을 부여받게 되었다. 그외 저서로 단편소설집<강간의 기술<The Art of Rape>>과 금기의 음식 역사를 다룬 <악마의 정원에서 <In The Devil's Garden>>등이 있다.

 

 

본문 중에서

유럽 사람들이 아침식사로 여전히 맥주를 마실 때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이들은 과거 수세기 동안 커피를 돌려 마시는 '의식'을 개발했다. 우선 녹색 원두를 식탁에서 굽는다. 여주인은 연기가 채 가시지 않은 이 원두를 식탁에 돌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이 커피향을 한껏 즐기도록 한다. 그런다음 식전 기도 또는 친목을 다지는 축시 비슷한 것을 읊은 뒤에 돌로 된 분쇄기로 원두를 갈아 다시 끓인다.

 

항구도시 알모카는 약 1000년 동안 커피와 동의어로 간주되었다. 아프리카에서 원두가 처음 도착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고, 알모카는 '모카'라는 말로 잘못 변형되어 뒷날 커피의 세계적인 애칭이 되었다. 1200년경에 알샤드힐리라는 이슬람 수행자가 처음 커피를 끓였다고 추정되는 곳도 바로 모카다. 에티오피아 사람이 먼저 원두를 씹어 먹기는 했지만, 커피 잎으로 차를 끓였던 모카의 알샤드힐리가 원두를 가장 먼저 음료로 만든 사람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모자' 또는 '두건'을 뜻하는 '캡<cap>'dptj dbfogks '카푸치노<Capuchin>수도회'는 이렇게 탄생했다. 처음에는 마테오가 좋아한 뾰족 두건을 의미하던 말이 나중에는 카푸치노 위에 얹는 크림이나 거품 우유가 모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 크림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그렇다면 이 크림을 후광이라 불러야 하지는 않을까?> 그러나 빈의 카푸치너에는 모자 형상이 없는 걸로 봐서, 어쩌면 예전에 옷차림을 중시하는 이 지역 수도회 소속 수도사가 자신의 밤색 제의에 어울리도록 커피에 우유를 타면서 카푸치너가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나는 빈에 머무르는 동안 카푸치노 수도원에 들러 이와 관련해 질문을 던졌지만 당장 꺼지라는 쌀쌀맞은 대답만을 들어야 했다.

 

 

미국은 서양에서는 처음으로 국가의 탄생과 더불어 카페인에 전적으로 맛을 들인 나라다. 아니, 사실은 탄생 이전부터 그랬다. 1607년에 제임스타운을 발견하고 그곳에 식민지를 건설한 존 스미스 영국 선장이 그전에 중동지역을 빈둥거리다가 커피를 발견했으니 말이다. 첫번째 '순례자'들을 태웠던 메이플라워호에도 '커피가루'를 만들기 위한 약사발과 막자가 실렸다.

1669년까지 뉴욕에서는 커피에 계피를 첨가하고 꿀을 부어 마셨다.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 도로시 존슨 <Dorothy Johnson>이라는 여자가 미국 최초로 보스턴에인가 받은 정식 커피점을 열었다.

모국인 영국처럼 미국의 카페 역시 얼마 안 가 커피맛은 형편없으면서 덩치만 큰 산업으로 성장한다는 평을 얻었다.

 

보스턴의 '머천트 커피점'은 최초로 주식경매가 이루어졌던 곳이며, 윌스트리트에 있는 '톤티 커피점'은 뉴욕증권거래소가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1700년대에 들어 변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영국이 커피 애호가 사회에서 차 애호가 사회로 역사적인 전환을 시작한 시기였다. 영국의 이같은 변화에는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영국이 광대한 영역에 걸쳐 식민지를 건설했음에도 커피를 재배할 만한 적당한 플랜테이션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컸다.

 

 

요리사 , 뮤지션, 청소부, 저널리스트 등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이자 커피광인 저자는 어느날 홀연히 여행에 나섰다. 지구의 4분의 3 약 3만 킬로미터를 돌아다닌 이 여정의 목적은 단 한 가지, 커피가 정말 역사를 움직였는가를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넘을 수 없는 국경과 분쟁지역도 불사하며, 각기 다른 향미의 커피들과 그 문화를 일일이 맛본 저자의 체험을 통해 커피가 인류에게 끼친 영향 , 그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 새롭게 밝혀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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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경기의 흐름이 악화됨에 고뇌하고 있다. 그러던 차 먼데 사는 친구가 불현듯 방문하여 이 좋은 자리에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함께 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치 하지 않으면 너무나 좋은 것을 놓친다는 듯 진지하게 얘기를 꺼냈다. 홀깃했다. 그즈음  도서관에 들리게 되었는데 이책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장사를 하는 것과는 조금 차이는 있지만 커피에 대한 몇날며칠의 생각으로 불쑥 뽑아들게 되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으나 돌아서면 잊고마는 기억력이다. 언젠가는 하고싶다는 막연한 소망을 품고 있었는데 어쩌면 나도 커피와 인연이 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심히 들었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그렇게 내가 원하는 곳으로 흐르지 않기에 그리다가 말았다.

 

세상을 제맘인듯 꿰고 있는 친구에게 이런저런얘기를 전해보니 고개를 흔든다. 열정과 마음이 다하면 되기도 하겠지만 막대한 돈의 힘이 세상을 좌우하는 현실.. 꿈으로 간직하는 것으로 가끔 향기깊은 커피를 한잔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으로 여긴다.

 

화창한 4월은 도래했으나 그 내면엔 수많은 얽힘으로 밝아보이지 않으나 그래도 입가를 올려보며 책을 뒤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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