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법정/샘터

다림영 2011. 4. 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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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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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말한다.

"있고 없음은 서로를 낳아주고, 쉽고 어려움은 서로를 이루어 주며, 길고 짧음은 상대를 드러내주고, 높고 낮음은 서로를 다지게 하며, 음과 소리는 서로 화답하고, 앞과 뒤는 서로를 뒤따른다."

 

건성으로 읽지 말고 다시 음미해 보라. 이게 바로 모든 존재를 뒷받쳐주고 있는 우주의 조화다. 이런 도리를 철저히 자기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우리는 있고 없음에 연연하지 않고, 쉽고 어려운 일에 집착하지 않으며, 길거나 짧거나 높거나 낮거나 혹은 앞서건 뒤서건 아득바득 할 것이 없다. 모든 일은 상호 보완하면서 우주의 질서인 그 조화調和에 의해 물이 높은데서 낮은데로 흐르듯이 순리대로 이루어진다.

<겨우살이 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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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비결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일에 잇다. 사람이 마음편히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하지 않은지 크게 나누어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진정한 자기자신이 되려면 자기를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을 멍들게 하는 분수 밖의 소유욕에 사로잡히게 되면, 그 소유의 좁은 골방에 갇혀 드넓은 정신세계를 보지 못한다.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이라더니 요즘 새삼스레 떠오르는 말이다. 그러나 자신의 분수를 알고 투철한 자기 질서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 일 것이다.

어쨌든 가진 것이 많으면 걱정 근심도 많게 마련이다.

 

 

적게 가질수록 더욱 사랑할 수 있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적게 가지면 걱정 근심도 적다. 가난한 이웃이 많은 우리 처지에서 적게 가지고 어디에도 꿀릴 것 없이 홀가분하게 살자, 이 또한 풍진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다.<적게 가지라 중에서>

 

 

 

송나라의 선승善僧 차암 수정此庵守靜은 이와 같이 읊었다.

 

개울물이 산 아래로 내려감은

무슨 뜻이 있어서가 아니요

한 조각 구름 마을에 드리움은

별다른 생각 없이 무심함이라

세상 살아가는 일

이 구름과 물 같다면

무쇠나무 鐵樹에 꽃이 피어

온 누리에 봄이 가득하리.

 

이 세상 모든 것은 그것이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안 보이는 상태로 존재한다. 마치 입 밖으로 말이 나오기 전에 침묵으로 잠겨 있듯이. 그러므로 안 보이는 상태는 뿌리이고 드러난 상태는 줄기와 가지다. 따라서 눈에 안 보이는 것이 영원한 것이고, 눈에 보이는 것은 늘 변하는 것이며 일시적인 것이다.

 

한 겨울 아무것도 없는 빈 가지에서 꽃을 보고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그는 이미 봄을 맞이한 사람이다.

우리육체란 콩이 들어찬 콩깍지와 같은 것이라고 옛사람들은 말한다. 콩깍지는 세월의 풍상에 닳아 없어질지라도 콩 자체는 그대로 남는다. 겉모습은 수만 가지로 바뀌면서도 생명 그 자체는 절대로 소멸되는 법이 없다. 생명은 우주의 영원한 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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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웃에게 좀더 따뜻하고 친절해지는 일이다. 이따뜻함과 친절이야말로 모든 삶의 기초가 된다. 따뜻함과 친절이 없는 지식은 자칫 파괴의 수단으로 전락하여 그 자신과 이웃에 상처를 입힌다.

우리가 좀더 따뜻하고 친절하고 사랑한다면 우리들의 정신 세계가 그만큼 확장될 것이다. 이웃에게 좀더 친절하고 우리 서로 사랑하세. 우리는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된다네.<친절하고 따뜻하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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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가난하고 어렵던 오래된 시절을 돌아본다.  지금과 비교하면 너무나 가진 것이 없었고 초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막연한 두려움은 없었던것 같다. 부모가 되고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기 때문일까,  세상은 온통 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흐르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때마다 엄습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살면 어떻게든 살기마련일터인데 나이가 들수록 마음은 왜 이리 편치 못하고 하루가 힘에 겨운지 모르겠다.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  친구가 들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이 말씀을 주억거렸다.

그러고 보니 눈물을 흘리고 몇날며칠 고뇌하며 시름하던 일들이, 그 당시에는 죽을 것 같던 일들이, 친구의 얘기처럼 모두 지나갔고, 지금은 특별한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내게 다가올 어떤 어려움이 있다면 분명 그것도 바람처럼 지나가리라. 알면서도 고뇌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일이다. 각별한 분들의 말씀속에서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힘을 얻으며 미소를 머금어 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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