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나를 위로하는 클래식 이야기/진회숙/21세기북스

다림영 2011. 4. 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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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에 관심이 있는 손님들이  나의 가게에 들리면  화초를 참 잘 키운다는 말씀을 종종하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마도 그것은 잘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음악을 들어서일것이라고 대답을 한다.

 음악이 있는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은 분명 다르다. 분위기는 물론이거니와 마음 또한 훨씬 부드러운 상태가 될 수 있다. 사람뿐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음악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종일 텔레비젼 소리만 듣는  나의 집에 있는 화초들은 시들하고 나의 가게 화초들은 무럭무럭  빛을 내며 잘 크고 있다. 집에 있는 화초들은 훨씬 조건이 좋은곳에 있는데 가게에 있는 것들보다 힘이 없고 시들한 이유는  음악의 힘이 아닐까 싶다.

 

슬플때 듣는 음악 또는 기쁠때 , 봄이 올때 혹은 낙엽이 질때... 때에따라 음악을 선택하며 듣는 경우가 많은데 특별히 곡에 대한 내용을 알고 들으면 그 음악은 더욱 친근해진다. 느낌으로 듣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문득 뽑아든 이책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속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그 음악들을 찾아 들어본다. 지금은 <재클린의 눈물>을 듣고 있다.

 

 

정말 유익한 책읽기였다. 그런데 이 책은 사람의  손때가 전혀 묻어 있지 않다. 새책같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 , 혹은 그렇지 않아도 이 책을 만나보길 권하고 싶다. 한 음악을 들을 때 그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 듣는 음악은 더욱 각별한 친구가 될 수 있고 삶에 있어 충분한 위로가 되고도 남음이 있음으로....

재클린을 생각하며 들으니 <재클린의 눈물> 은 너무나 슬프게 스며든다. 이 조용한 주말에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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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은 스물두 살이던 1967년, 당시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한창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던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과 결혼했다.당대최고의 젊은 피아니스트와 첼리스트의 만남은 그 자체로 대단한 화젯거리였다. 언론은 두 사람의 결혼소식을 대서 특필했다. 다니엘 바렌보임은 유대인이었는데, 그와 약혼하면서 재클린이 가톨릭에서 유대교로 개종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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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970년부터인가, 재클린이 눈에 띄게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저리고 차가웠으며, 걸음을 걷는 것도 힘들었다. 리허설이나 연주를 할 때 템포를 놓치거나 손가락을 잘못 짚는 일도 잦아졌다. 바렌보임은 그런 그녀를 혹독하게 비판했다. 정신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연주가 나빠지자 비평가들 역시 일관성도 없고 논리도 없는 연주라며 악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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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서서히 그녀의 몸을 마비시켜 갔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더 이상 첼로를 연주할 수 없었다. 그 다음에는 걸을 수가 없었다. 휠체어에 의지하면서도 그녀는 음악을 듣거나, 동료들과 음악에 관한 의견을 나누거나,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자 이것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두 다리와 양팔이 마비되면서 몸 전체의 균형이 흔들렸다. 전화 다이얼을 돌리는 일도, 돌아눕는 것도 힘들었다.

 

재클린이 이렇게 병마와 싸우는 동안 남편 다니엘은 세계 최고의 음악가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느라 그녀를 찾아갈 시간도 별로 없었다. 그녀를 찾는 회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

결국 다니엘은 유대계 피아니스트와 동거를 시작해 재클린의 가슴을 찢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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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랜 세월 병마와 싸우던 재클린 뒤 프레는 1987년 10월 19일, 마흔두 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첼리스트로 활동한 기간은 10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 짧은 기간에 첼로의 명곡들을 들을 수 있다. 녹음 대부분은 남편인 다니엘 바렌보임과 함게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엘가의 <첼로 협주곡>이 유명하다.

 

오늘날 재클린 뒤 프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그녀를 추억한다. 그중에서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그녀를 추억한 사람이 있다. 바로 독일 출신 첼리스트 베르너 토마스Werner Thomas-Mitune다. 그는 19세기 작곡가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의 미발표 첼로 악보를 발견하고 여기에 <재클린의 눈물>이라는 제목을 붙여 발표했다. 베르너 토마스라는 무명의 첼리스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이 곡은 본래 제목이 없었는데, 토마스가 요절한 재클린 뒤 프레를 기리고자 <재클린의 눈물>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토마스가 이런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면 사실 이 곡은 재클린 뒤 프레와는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음악을 들을 때마다 한 음 한 음, 한 소절 한 소절 재클린의 숨결이 느껴진다. 마치 그녀가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노래처럼.

 

재클린은 생의 마지막에 자기 연주를 들으며 온몸이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비록 몸으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그 가슴속에 얼마나 많은 통곡이 있었을까, 얼마나 절절한 흐느낌 있었을까.<재클린의 눈물>은 이런 내면의 고통을  들려주는 듯한 곡이다. 곡이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거의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은 통증이 밀려온다.

 

오늘 , 베르너 토마스의 <재클린의 눈물>을 들으며 비운의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를 가슴 저리게 추억한다. 그리고 지금 이 세상에 없는 그녀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삶을 견딜 수 있을까요?"

 

진회숙

음악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열정에 힘입어 어릴적부터 음악하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여기며 자랐다. 이화여대 대와 서울대 음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월간<객석>이 공모하는 예술 평론상을 수상하면서 음악평론가로 등단했다. 음악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글 쓰기를 즐기는 특기를 살려 방송에서, 강의실에서, 책에서 말과 글로 음악을 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KBS클래식FM을 비롯한 여러 클래식 프로그램의 진행과 구성을 맡아 치열하게 클래식 음악을 알렸다. 지금은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SPO>편집장으로, 서울시립 교향악단<콘서트 미리 공부하기>강사로 , 평화방송FM<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더많은 사람이 클래식 음악이 주는 위로와 기쁨을 느끼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저서 <클래식 오딧세이><나비야 청산가자>,<영화로 만나는 클래식>,<보면서 즐기는 클래식 감상실>,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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