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날개/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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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기 아무데나 주저앉아서 내 자라온 스물여섯 해를 회고하여 보았다 몽롱한 기억 속에서는 이렇다는 아무 제목도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도 내 자신에게 물어 보았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나는 거의 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허리를 굽혀서 나는 그저 금붕어나 들여다보고 있었다. 금붕어는 참 잘들도 생겼다 작은 놈은 작은 놈대로 큰 놈은 큰 놈대로 다 -싱싱하니 보기 좋았다 내려 비치는 5월 햇살에 금붕어들은 그릇 바탕에 그림자를 내려뜨렸다 지느러미는 수효를 세어보기도 하면서 굽힌 허리를 좀처럼 펴지 않았다 등어리가 따뜻하다.
나는 또 오탁의 거리를 내려다 보았다 거기서는 피곤한 생활이 똑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늑흐늑 허비적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에 엉켜서 헤어나지들을 못한다. 나는 피로와 공복 때문에 무너져 들어가는 몸뚱이르 끌고 그 오탁의 거리 속으로 섞여 들어가지 않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여 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그때 내 눈앞에는 아내의 모가지가 벼락처럼 내려 떨어졌다.
아스피린과 아달린.
우리들은 서로 오해하고 있느니라. 설마 아내가 아스피린 대신에 아달린의 정량을 나에게 먹여왔을가? 나는 그것을 믿을 수는 없다. 아내가 대체 그럴 까닭이 없을 것이니, 그러면 나는 날밤을 새면서 도둑질을 계집질을 하였나? 정말이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 인 것이다. 내가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logic>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 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가?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아내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가야하나? 그럼 어디로 가나?
이때 뚜우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끊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 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구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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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좋은 날, 벙어리 삼룡이, 감자, 날개, 메밀꽃필무렵, 홍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봄봄이 들어 있다.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재미있는 단편소설이다. 아이들에게 이 글을 읽으라고 하면 고개를 저을 것 같다. 그러나 나의 다음 책을 볼 동안 읽어보라 권해야 하겠다.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할지 모르지만 한편이라도 읽게해야 하겠다. 요런저런 핑계를 댈것이 눈에 불을 보듯 보이지만...
오래전 학교때에 읽던 대충 내용을 알고 있는 이야기다. 삭막하고 건조하기 이를데 없는 요즘이다.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어떠한 인간성으로 웃음과 슬픔을 느껴보려고 선택했다. 최서혜란 분이 쓰신 <홍염>이란 이야기는 처음 읽었다. 도무지 책장이 넘겨지지 않았다. 조선소작농과 중국지주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
<봄봄>의 주인공의 억울함에 괜스레 화가 옮겨오기도 하고 장인이 당하는 모습은 고소를 금치 못하기도 했지만 소설속에 그려진 것을 보니 분명 당시에는 그러한 괘씸한 장인이 있기도 했을 것이다.
가장 가슴에 남는 것은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이다. 글속의 주인공의 그 날은 이상하게도 운수가 너무좋았다. 그런일은 정말 어쩌다 한번 생길까 말까 한 그런 운수 대통한 날이었는데 그러면서도 한쪽으로 알수없는 불안한 기운이 엄습한다. 급기야는 아내가 그렇게 먹고 싶어하던 설렁탕 한그릇을 늦은밤 사갔건만 그 먹을이 차가운 시신으로 굳어지고 아이만 울어대고 있는 것이다 .그 기막힘을 생각해보니 참으로 눈물나는 일이다. 그날 아침에는 아내가 자기 옆을 지켜달라고, 그날은 왠만하면 일을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죽음에 대한 예지는 사람에게 있는 것 같다. 본인이거나 가족누군가에게...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날 나는 배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날은 엄마가 집에 없는 날이었다. 아침에 아버지를 보내고 출근을 하려는데 하루종일 아버지에게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게 자꾸만 생각났다. 다른때에도 그런일이 있기도 했는데 그날만큼은 왜그렇게 생각이 나고 마음에 걸렸던 것인지 , 저녁에 아버지의 사고소식을 접했고 그 다음날 아버지는 영영 돌아가시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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