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동구밖 어디쯤

다림영 2011. 2. 1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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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저녁이 오고 있다.

하늘이 새벽바다처럼 푸르고 아득하다.

어디선가 마악 봄이 쏟아질 것 같다.

문을 조금 열어 놓았더니 손이 곱기만하다.

아직은 차가운 겨울, 그러나 마음은 봄을 맞으러 사방을 헤매는듯 ..

 

 

가벼운 트랜치 코트 하나를 장만하려고 몇날며칠 나는 헤매고 있다.

봄이 올 무렵이면 큰 녀석이 중학생때 샀던 베이지색코트가

소매끝이 다 해져 안을내어 꿰매었다.

그래도 난 여전히 이맘때면 손질하여 내어놓는다.

언젠가 아파트 한 주민이 웃으며 건넨 그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단벌신사 양반"..후후후...

이번 봄엔 좀 면해야 하겠다.

...

입으면 언제나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그 베이지색코트같은 ..

나를 감싸주고 가벼워지는 검은색코트 하나  선물해야 하겠다.

청바지와 아주 잘 어울리는 그런..

 

 

며칠전부터 따뜻한 밥을 먹기 시작했다.아주 조그만 전기밥솥 하나를 들여놓고

끼니마다 나는 즐거워 하고 있다. 따뜻한 밥을 먹는 다는 것이 이렇게 환할수가 없다.

오늘은 집의 냉장고에 있던 약간의 고기와 김치와 콩나물을 넣고 콩나물밥을 했다.

냄새가 진동을 하니 쌀쌀한 날씨지만 문을 열어놓고 환기를 시킨다.

동생이 선물한 와인을 따고 한잔해야 하겠다.

즐거운 만찬이 기다려진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전혜린의 책을 다 읽었다.

독일냄새가 나에게서 조금 나는 것 같다. 조금더 뒤적여보아야 하겠다.

고등학교때부터 때마다 손에 쥐던 책...

 

 

하나 둘 상점의 간판 불이 켜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들의 발자욱 소리가 빠르게 지나간다.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날이다. 그러나 추억의 번안곡으로 봄처럼 따뜻한 하루가 채워진다

온통 내가 즐겨 듣고 부르던 노래들이다.

아마도 퇴근때까지 이노래들과 추억속에 내가 되리라.

우와이야~ 우와이야~ 우우우~

고등학교때 학교 언덕을 내려오며 노래를 함께 부르던 친구들과 팔짱을 끼고

그 봄빛 가득하던 저녁, 화음을 맞추며 불렀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녀들은 지금쯤 어떠한 생각을 하며 봄을 준비할까

내가 듣는 노래를 가끔 그녀들도 듣고 지낼까

 

저기 동구밖에서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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