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어느새 저녁이 몰려오고

다림영 2011. 1. 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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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저녁이 몰려온다.

시간은 참으로 화살과 같기만 하다.

하나둘 가게 등이 켜지고 있다.

살점하나가 떨어져 나간듯이 눈물한방울 흘렸다.

돈 만원을 잃어버렸다.

..

어쩌다 나의 모양새가 이렇게 되었을까 싶다.

훗..

내 실수에 나는 너무나 기가막혀서 말문이 나오질 않는다.

액땜이다.

..

 

*

얼마전 친정엄마의 생신이었다.

나의 형제는 모두 다섯이고 그중 나는 제일 큰 누이다.

모두가 남동생들이다. 막내만 결혼을 하지 않았고 모두가 처 자식을 거느리고 있다.

저마다 고군분투하며 이 시대를 달리고 있다.

우리형제가 모두 만날 수 있는날은 엄마생신때와 아버지제사때뿐이다.

명절때도 동생들과 나는 남자와 여자인관계로 함께 자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어찌되었든 근 일년만에 보게되었다.

우리는 아주 약간의 회비를 내며 기금을 만들고 있다.

그 돈은 엄마에게 특별한 일이 생길 때만 쓰기로 한 돈이다.

 

내 생각으로는 저마다 각자 집에서 음식 두어가지 해 와서 엄마의 생신을 축하하고 싶지만

며느리들의 마음은 그것이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했지만 이젠 그만 두고 식당에서 한번씩 그렇게 모이는데

그때 이 돈을 조금씩 꺼내어 쓰고 있다.

내가 잘나가고만 있다면 어디 동생들의 지갑을 열게할까 싶기만하다.

실제 나의 동반자가 괜찮았을땐 항상 우리가 모든 지출에 임했다.

 

 

어제였다.

엄마에게 동생들이 무엇을 선물했을까 싶어 물었다. 요즘은 대부분 현금으로 하니

다만 얼마라도 봉투를 건넸으려니 하고 물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집 첫째동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날도 예약해 놓은시간보다 오십분이나 늦었다.

그 식당은 철저한 예약제여서 약속을 꼭 지켜야 했다.

 

나는 그날의 그들의 입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각자 수입에 맞게 살겠지만 ..

시어머니 생신에  돈 만원 한 장 봉투를 하지 않는 사람이 최고급 메이커를 아이들에게 입혔다.

모자까지 세트로 입혔다.

그런가 보다하고 말았는데

시어머니 생신에 작은선물하나 들고 오지 않는 이상한 며느리를 생각하려니 마음이 아리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나또한 며느리이지만 기본을 잊는 사람은 정말 싫다.

엄마는 지들끼리 잘살면 됐지 하는 말을 텔레비젼을 보면서 던졌지만 ...

친정엄마에겐 어찌하나 궁금하다 .

 

 

 

얼마전 내 생일이었을때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좋아하는 잡채를 특별히 해주시고 밥도 한가득 쌀밥으로 퍼주시고 고기도 해 주시고 생선도 구워주셨다.그것도 모자라 돈도 없으실터인데 봉투까지 마련해 주셨다. 우리어머니는 돈이 생길 곳이 한 곳도 없는 분이다.내가 아니면... 며느리가 넷이 있어도 아들이 그렇게 있어도 ..

이런얘길 하니 친정엄마는 애고 하시며 한숨을 쉬신다.

친정엄마는 아직 능력이 있으시다. 그리고 다른 올캐들은 예의가 있는 사람들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그 어느것도 탓하지 않고 내색않는 시어머니다.

아들 키워보았자 다 허당임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날들이다.

나는 아들 셋이다. 하나 둘 버릴 준비를 해야한다.

언젠가 우리막내에게 모두 버리고 혼자 살란다고 했더니

'난 죽을때까지 엄마하고 살꺼야'한다.

친정집 나의 큰동생도 그랬다. 엄마에게 최고의 아들이었드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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