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추운날의 일기

다림영 2011. 1. 1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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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마다 지속되는 한파

 

*

큰녀석이 휴가를 나와 내무반에 시계가 고장 났다며 시계 두개가 필요하단다.

요즘 장사도 쉽지 않고 두개의 원가가 삼만원이라고 하니 선뜻 삼만원을 주겠단다.

꼭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두 눈 딱 감고 받기로 했다.

오늘 오후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며 동생에게 돈을 맡겨 놓았다고 전한다.

월급이 팔만원인데 이젠 고참이 되어서 후배들에게 과자도 사주어야 하고 해서 빠듯하다는데...

녀석이 철이 들은 것인지...

 

*

삼한사온이 없어졌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너무 추우니 몸은 저절로 오그라들고 가끔은 뒷목이 아프기도 하다.

아침걷기를 하면서도 잔뜩 움츠러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일쯤은 조금이라도 기온이 올라갔으면 참 좋겠다.

 

*

큰녀석이 휴가를 나오며 기타를 가지고 나왔다.

기타실력을 보여준다면서 한 밤중에 기타를 쳤다.

그밤에 나는 '저별은 나의 별 저별은 너의 별' 하며 노래를 큰아이가 쳐주는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두 동생들은 큰형과 엄마를 번갈아 보며 자리를 떠날줄을 몰랐다.

사진이나 한장 찍어둘걸 그랬다.

내가 기타를 공부하던 포크송 노래집을 가지고 가겠단다.

그 나이때 내가 부르던 노래를 스물네살 요즘 청년이 노래가 참 좋단다.

 

 

*

둘째녀석이 쇼팽의 녹턴을 시도때도 없이 친다. 영화 '피아니스트'를 본 이후 내가 빠져든 곡인데

언젠가 들려주니 녀석은 악보를 복사해 매일마다 연습하고 있다. 잘 치긴 하지만 무언가 한참 부족하다.

 

막내가 기타를 사달라고 한다.

<명작 네권 읽기 숙제>를 하면 사준다고 했는데 녀석은 과연....

 

*

요즘 이상한 손님때문에 내 표정이 이상해졌나보다.

막내녀석이 자꾸만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엄마 그표정은 무슨뜻이야?' 라고 물으면 나는 대답한다.

'응, 세상을 빠져나와 바라보고 있는거야' 하니

'그러면 뭐야?. 육체이탈?....'

'아니 ,'정신..'..

마음을 또 비우고 조금이라도 다 비우고 청소하고 비질하고 ...

어느순간 .. 나를 빠져나간 나를 느꼈는데..

어떤 깨달음이 온 것 같기도 한데 ....

 

*

 

한 10년 후배가 문득 달려들어와  실컷 자신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더니

나중엔 무언가를 내놓으며 어떤이는 십만원도 내놓고 또 어떤이는 오만원도 내놓고 그런단다.

44일만에 자신이 읽은 백몇권의 책을 정리해 놓은것이란다.

그냥 가만 있어도 사람들이 돈을 가져다 주고 건물도 있고 차도 비싼차로 신청해놓고

감투도 몇개나 된다면서  내게 그는 무엇을 팔겠다는 것인가?

 

 

*

아무래도 입에서 곰팡이가 피겠다.

 

*

10년후만 되어도 세상은 판이하게 달라져 있으리라.

사람수명이 너무 늘어서 큰일이다.

오늘도 여지없이 그러한 얘기가 실려있다.

 배움이 많으신, 젊을때 잘 나가시던 한 젊은노인께서 한숨을 쉬시는 이야기가 있었다.

자신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

머리를 잘랐다.

처음엔 산뜻하더니 자꾸보니 더 밉다.

나이가 드니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실망스럽다.

쳇...

웃자!

좋은 평화로운 얼굴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자..

 

 

*

물건만 달랑 다른 사람 시켜서 가져가더니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다.

나는 전화를 해야 할것이다.

장사를 한다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이렇게 나이를 먹어도 그렇다.

어느덧에 장사 이십육년차..

아직도 장사꾼이 되지 못하고 힘들게 살고 있다.

 

 

*

이상한 놈들이다. 마음먹고 사만구천원짜리 패딩하나를 샀건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큰녀석이 휴가를 나와 한번 입어보라고 하니 그런다.

'엄마, 요즘 학교에 그런거 입고 가면 왕따 당해'

....

이상한 애들이다. 사만구천원이면 얼마나 비싼것인가 ? 따뜻하면 되는 거지 웬 메이커를

따지고 드는지 모르겠다. 절대 옷을 사주지 않을 것이다. 돈을 모아서사든지 말든지.

시어머니 친구께서 손주패딩이 자크가 고장나서 버리려던 것을 가져오셨다.

그런데 그야말로 메이커였다. 막내녀석이 대뜸 자기가 입겠단다..

....

 

엄마는 겨울엔 달랑 만원짜리 바지 두개로 나는데 ..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분은 고생하며 돈을 아끼며 자식을 위해 살았다고 한다.  

훗날 내가 너희를 위해 그랬는데 했더니

'엄마, 누가 그렇게 살래?' 라고 했다나 어쨌다나...

후...

 

*

두녀석에게 하루에 천원씩 용돈을 주기로 해놓고선 또 지나갔다.

봉투에 천원짜리 일곱장씩 넣으며 엄마마음을 적는다.

......

 

*

집에가고 싶다.

그냥 자고만 싶다

요즘은  깨어나고 싶지 않을때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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