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우연의 법칙/슈테판 클라인 /유영미/웅진 지식하우스

다림영 2010. 11. 2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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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클라인은 1965뮌헨에서 태어나 물리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바이오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슈피겔>학술기자로 활동했으며,<GEO>에서 일하기도 했다. 1998년 게오르그폰 홀츠브링크 학술저널리즘 상을 받았다. 저서로 <창조의 일기장><2000>과 <행복의 공식><2002>이 있으며, <행복의 공식>은 지금까지 21개 언어로 번역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2006년 국내 출간 예정>. 현재 베를린에 살고 있다.

 

 

본문 중에서

 

우연의 효과는 돌로 언덕을 쌓는 경우와 비슷하다. 돌덩이 몇 개만 쌓아서는 규칙적인 형태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돌을 많이 모아놓으면 비록 가가이에서 보면 표면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다 해도 멀리서 보면 그런 울퉁불퉁한 것들이 보이지 않고 제법 그럴싸한 언덕이 생겨날 것이다. 수많은 개별적인 우연들도 거리를 두고 관찰할 경우 수많은 동종의 사건들을 관찰할 때처럼 조화로운 전체로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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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에 따르면 힘만이 사물을 변화시킬 수 있다.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고, 발사된 대포알이 도시로 떨어지는 것은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로켓은 추진력에 의해 속도를 얻는다.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질량은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뉴턴의 세계는 시계의 기계 장치와 같다. 그곳에서는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알 수 없는 운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방정식이 모든 물체의 운동을 결정한다. 사물의 현재 상태와 그에 작용하는 갖가지 힘을 안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룰렛 구슬의 경로든 아니면 3004년 10월 26일에 달이 지는 것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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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학설은 더불어 사는 사회생활 역시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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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지하세계이 시시포스는 바위를 산 위로 올렸다가 바위가 아래로 떨어지면 다시 산 위로 올렸다가 바위가 아래로 굴러 떨어지면 다시 산 위로 올리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무질서에 대항한 자연과 인간의 싸움도 그와 비슷하다. 에너지 투입이 중단되면 무질서가 세력을 떨치게 된다. 질서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에너지가 무한하지 않기에 질서도 영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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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예측할 수 없음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스스로 정할 수도, 예언할 수도 없다.그래서 우리가 내린 많은 결론은 우연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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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에서도 꼭 더 좋은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데 성공한 것이 이긴다. 그것은 앞으로의 일을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누가 더 나은지는 종종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누가 시합에서 승리할지는 우연에 달려있다. 경쟁에서 한 번 이긴 자는 자신보다 더 나은 대적자가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수도 있다. 승자가 모든 것을 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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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언덕위에 맨 처음 떨어진 빗방울은 우연하게 길을 뚫는다. 이어 빗방울이 많이 떨어질 수록 빗방울들은 처음의 길을 더 깊게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모든 물이 같은 흐름을 탄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것은 환경에 영향을 끼치고 환경을 되돌릴 수 없게 변화시킬 수 있다. 모래 위에 떨어진 빗방울처럼 그러는 와중에 처음의 우연은 굳어지고 길이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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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주인공은 영화배우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라이너 마리아릴케는 이렇게 표현했다. "모든 날은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의미는 우연에서가 아닌 나에게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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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계대전 중의 한 일화는 전문가도 공포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일군의 공습이 계속되던 어느 날 소련의 유명한 통계학 교수가 어쩐 일인지 지하 방공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까지 그는 "모스크바 인구가 700만명 인데 어떻게 폭탄이 꼭 집어 나한테 떨어지겠는가?"라고 말하면서 대피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놀란 이웃들이 그 교수에게 생각이 바뀐 이유를 물엇다. 그러자 통계학 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모스크바에는 700만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코기리가 살고 있어요.그런데 어젯밤 그 코끼리가 폭격에 희생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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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을 행운으로 변화시키려면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행운은 기회를 깨닫는 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때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도를 펴놓고 도시나 강이나 나라를 빨리 찾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가? 다른 사람이 잘 찾지 못하도록 가능하면 작은 글씨로 인쇄된 지명을 고른다. 뤼츠 강 같은 이름은 알프스 지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도 한참 찾아야 나올 정도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잘 통하는 전략은 모두가 숨겨진 작은 글씨를 고를 때 아주 큰 글씨로 띄엄띄엄 쓰여 있는 이름을 고르는 것이다. 아무도 그 이름이 대륙 전체에 걸쳐 커다란 글씨로 쓰여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은 다음 실험에서 우리가 얼마나 장님처럼 지내는가를 보여 주었다. 와이즈먼은 실험 대상자들에게 신문 한부를 주면서 신문에 실린 사진이 몇 개인지 세어보라고 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사진을 세는 데 약 2분이 걸렸고, 몇 사람은 처음에 센 게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느라고 약간 더 걸렸다. 하지만 와이즈먼은 둘째 면에 엄지손가락만 한 큰 글씨로 "세는 것을 중단하시오. 이신문에는 43개의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라고 써놓은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구나 참가자들은 쉽게 벌 수 있는 돈을 놓치기도 했다. 몇 장 뒤로 가서 와이즈먼은 더 큰 글씨로 " 세는 걸 중단하시오. 그리고 실험 주최차에게 이 문장을 읽었다고 말하고 100파운드를 받으시오"라고 써놓았던 것이다. 이 문장은 한 면에 거의 반ㅇ르 차지할 정도로 매우 크게 쓰여 있었다. 하지만 사진을 세느라 정신이 없는 실험 대상자들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온통 사진에만 주의 집중을 하고 있었던 탓이다.

 

우리는 다른 것은 다 백안시할 정도로 어떤 목표에 시선을 고정시킬 때가 많다. 하지만 우연을 활용하는 것은 길의 좌우를  살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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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우연한 걸음으로 더듬더듬 앞으로 나아가며, 때로는 후퇴하기도 한다. 자연은 이런 방식으로 점점 다양한 것들을 배출한다. 생명은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가지치기를 할 뿐이다. 각각의 가지들은 서로 다른 미래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유독 우리의 인생길만이 커브길 없이 계획에 따라 진행 될 거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꼬불꼬불한 인생길과 친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생각이 우리의 익술한 사고와 위배되기에, 사람들이 다윈에 대해 분노하고, 양자물리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에 대해 경악하는 일은 이해할 만하다. 우리는 시간이-그리고 우리 자신의 삶이-운하가 놓인 강처럼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우리는 이런 생각에 현실을 끼워 맞추고, 이런 고집을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른다. 물론 우리가 어떤 뜻을 품고, 그 뜻을 추구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진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전에 다른 행동양식을 추천하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너무 심사숙고한 계획에만 집착하다보면 그 계획은 자칫 함정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계획은 현실에 눈멀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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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은 언젠가 삶은 결국 "우리가 다른 계획을 따르는 동안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연은 우리에게 머릿속의 사상누각을 떠나 현실에 발을 딛도록 인도한다. 그러므로 예기치 않은 일에 더 많은 영지를 허용하는 것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모험일 뿐 아니라, 우리의 인생을 더 날카롭게 하고 시간에대해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우연은 우리에게 신중함을 가르쳐 준다. 이것이 바로 우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우연은 현재에 민감하게 만든다. 현재야말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아니던가? 우연에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은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책표지에서-영어에서 'Chance'라는 단어는 우연을 뜻하는 동시에 '기회' 혹은 '행운'을 의미한다. 우연은 때로 불안과 위험을 주기도 하지만, 필연이 갖지 못한 열린 가능성으로 우리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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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우연을 얘기하지 않는다 . 모든 것은 필연, 만날 수 밖에 없는 인연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전생속에서 이어진 삼 천번의 만남이 이승에서 옷깃을 한 번 스치는 인연으로 만나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누군가 나의 글을 읽는 것 또한 우연이 아니며 가끔 들러 고개를 끄덕이거나 냉담하거나 하는 그 사소한 것조차 어쩌면 전생의 인연이 있어 이어지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수 많은 사람중에서 어떻게 우연히 연결되어 나를 읽고 가는 것인지 말이다.

 

삶은 사소한 우연으로 연결되어 있다.그러고 보면 모든 다가오는 우연은 우연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 우연히 들린 카페에서, 우연히 여행하다 만난 사람 때문에,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누군가의 핸드폰을 주워서... 이 알수 없는 수많은 우연은 우연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우리의 인생을 전혀 다른 곳으로 인도하게도 만든다. 

 

노처녀 단골 손님이 있었다. 어느날 내게 고향친구가 몇십년만에 들렸다. 그때 그는 회사후배와 함께 동행을 했고 우연히 내게 들린 것이다. 나는 친구와 함께 들린 그 후배를 보는 순간 나의 단골손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신기하게도 그 후배는 그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들은 결국 나의 중신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은 모두 우연인가? ....

 

친정어머니가 어쩌다 한번 가는 시내 병원이 있었다. 그곳에 유독 웃음이 많은 간호사가 있었는데 그녀는 매우 친절하고 다정했다. 나이가 제법든 아가씨였다.   우리집에도 노총각이 있었다. 그녀를 유독 마음에 들어하던 친정엄마는 친척중에 장가안간 총각이 있다며 그녀에게 소개했는데 그들이 처음 보게된 그날, 지금의 나의 손아래 올캐의 할머니께서 꿈을 꾸셨다고 한다. 손녀가 키가 크고 안경을 쓴 사람을 데리고 그녀의 고향싸릿문을 열고 들어오더란 것이었다. ....

 

세상엔 참 말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신기한 일이 너무 많다. 모든 필연은 처음에 그렇게 우연으로 웃으며 다가온다.  우연은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 이라고 사전에 나와있다.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이지만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안좋은 상황들은 나는 우연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 하여 달게 받는다.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각별한 기쁨을 안겨주기 위한 상황들...아니면 더 크고 안좋은 일이 일어날 수 도 있었지만 그런 일들을 막아주는 어떤 내 삶의 방패 , 등등으로 받아들인다. 모든 다가오는 우연들을 신중하게 생각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때 내 삶은 조금더 쉬워지지는 않을까 싶다.

 

우리가 사는 오늘의 이 순간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이라고 했다. 평범하기 이를데 없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이렇게 살아있음은 얼마나 굉장하고 감사한 일일까. 어느날 갑자기 자신도 모르는 일들로 안타깝게 죽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릴케는 모든날에는  의미를 가져야 하고 나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하루의 창을 열면 사소한 순간마다 다가오는 모든 일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우연을 만나야 한다. 지금 이순간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한다. 가볍고 문득 스쳐 지나가는 것에도  마음을 다 해야 하겠다. 그러고 보니 다가올 모든 우연함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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