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성적표 감상문 을 쓰다.

다림영 2010. 10. 2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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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다쳤다.

오른 손 손가락뼈에  금이가고 말았다.

밤새 잠을 못이루었다.

사실인즉

어떤 여자아이가 무엇을 던졌다고 했다.

저는 가만히 있었는데 그랬단다.

얘기는 그 아이에게도 들어보아야 하겠지만 참으로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더 심하게 다치지 않았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언제는 어느 여자아이에게 손등을 물려 한동안 이빨자욱이 사라지지 않았고

멍이 시퍼렇게 들기도 했었다. 육학년때였을 것이다

매일 아침마다 아이에게 당부한다.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으라고.. 책만 읽고 있으라고...

참....

 

 

*

둘째가 일본을 잘 다녀왔다.

그런데 자기 소개를 마음껏 하지 못했지만

일본학생과 대화를 많이 나누었단다.

자신감으로 한껏 기분이 하늘꼭대기까지 올라간 것 같다.

선생님에게도 늦은밤에 전화를 해서 웃으며 얘기를 한다.

그런면을 처음 보았다.

참 신기했다. 나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성격도 좋다. 늘 내향적인 아이로만 알고 있었다.

여행이 사람을 특별하게 만든 것인지, 그아이가 원래 그런애였는지 모르겠다.

일본신문도 사오고 온갖 과자 빵 자질구레한 것들을 방안 가득 펼쳐놓고

친구누구에게 줄지 잠도 자지않고 이랬다 저랬다 난리다.

일본에서 깜깜한 밤에 수많은 별을 봤다고 자랑이다.

그애가 묵었던 집은 돗토리현의 고삼수험생의 집이었다.

우리나라같으면 어림도 없는 얘기다. 고삼인데...

학교수업도 고삼이지만 8시까지만 하고 운동을 많이 한단다.

둘째의 학교는 10시까지 공부를 하고

또 다른아이들은 학원을 그 다음 가기도 한다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단다.

일본의 고등학생은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한다.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지 정말 의문이다.

아이와 나는 퇴근후 함께 스트래칭을 이십분 정도 하는데

간신히 하곤 했는데 이젠 자기가 먼저 운동을 하자고 조른다.

..

녀석은 언젠가 다시 일본을 가게 될 것이다.

일본이 굉장히 좋단다.

참 이상한 놈이다.

 

 

 

*

둘째의 성적표가 나왔다.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다.

선생님께서 또 감상문을 써오란다.

난 또 A4용지 가득 편지인지 감상문인지 반성문인지를 썼다.

그리고 선생님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그랬다. 우린 노력했다.

퇴근하면 11시 .. 씻지도 못하고 나는 아이와 식탁에 앉아서 사실 공부를 했었다. 1시까지..

녀석은 엄마가 식탁에 앉아 함께 있으니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듯 보였다.

알수가 없다.

이해하고 싶지 않다.

왜?

왜 녀석은 진전이 없는 것일까?

시험이 끝나고 우린 시험이 없어도 매일 공부하기로 했다.

오늘은 할 수 있을 런지...

난 피곤하다. 일찍 잠이 들고 싶지만 견뎌보기로 했다.

녀석과 운동도 한 이십분 하고 최소한 30분 이상 함께 식탁에 앉아 나는 책을 들여다 보고

녀석은 모자란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살아 있어 할 수 있는 것이다.

감사하게 생각하며 마땅하게 견뎌야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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