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둘째의 여행으로

다림영 2010. 10. 15. 16:26
728x90
반응형

 

고등학교 2학년인 둘째가 드디어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일본으로 떠났다.

녀석은 다른과목은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지만   일본어만큼은 거의 백점을 맞는다.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래전에 일본에 큰아주버님이 한때 사셨던터라 형제들과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녀석은 젖먹이여서 데리고 다녀왔다. 그것도 인연인것인지

다른녀석과는 달리 둘째는 일본문화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고

또한 앞으로의 목표도 그러한 방향으로 나름대로 정해놓고 학교수업과 무관하게 일본어 공부를 한다.

엄마인 내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하는 것이다.

 

 

아이의 학교는 일본의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일년에 한번씩 그렇게 학생들이 오고간다.

지원자가 많아 일본어와 영어로 시험을 보는데

시험을 보고 내내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더니 다행히 통과되었다.

아이들에게 남들처럼 해주는 것이 많지 않지만 다른 것은 다 두고라도 녀석이 열심히 하는 것만큼은

밀어주기로 작정하고 있던 터였다.

 

 

 

떠나기 전날 녀석도 그렇고 나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고작 3박4일의 학교에서 가는 여행이지만 들뜬마음으로 좌불안석이었던 것이다.

녀석은 드디어간다! 어떻하지! 등등...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입은 반쯤벌리고 이방저방을 왔다갔다하며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새볔녘에 학교까지 바래다 준 나는 하루를 지냈음에도 녀석에게서 마음을 떼내오지 못하는 것이다.

큰녀석과 막내와는 많이 다른 둘째는  보통의 아이들보다 마음도 여리고 도통 요즘아이같지 않아서

안심이 되지않는 것이다.

 

 

아이가 떠나고  하루가 지났다.

잘 지내겠지, 잘 하겠지 노심초사 아이걱정을 하는 나의 앞날이 염려스러웠다.

아이의 홀로서기 연습을 위해 여행을 자주 보내야 하겠다는 생각에 앞서

아이보다 내가 먼저 아이들을 떠나는 연습을 해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자는 어린사자가 태어나면 벼랑에서 밀어내며 혼자 올라오는 연습을 시킨다고 했던가..

책을 많이 읽는 아이로 키우는 것보다  한번의 여행이 아이를 더 성숙하게 한다는 얘길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이를 너무 끼고 도는 것은 아닌 가 싶기도 하다.

아직 어리니까 조금크면 혼자 나서기도 하겠지 하며 안이한 자세로 아이들을 대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서서히 아이들을 세상으로 내 모는 연습을 해야 하겠다.

집안 일도 하나씩 자꾸만 시켜보고

내 손이 다시 갈 지라도 조금버거운 일도 혼자 해 보게끔 해야 하겠다.

 

아이와 단 며칠 떨어져 있으면서 내가 배우는 것이 많다.

아이도 지금쯤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있을 것이다.

조그만 실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실수들이  모두 배움으로 익혀져 아이는 성숙해지고

삶을 개척하는데 있어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반응형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적표 감상문 을 쓰다.  (0) 2010.10.21
황당 과 당황속에서   (0) 2010.10.16
삼가 고인의 명복을 ..  (0) 2010.10.09
친구가 다녀갔다.  (0) 2010.10.06
아들의 시험공부  (0) 2010.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