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침묵을 지켜 현명함이 드러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끊임없이 지껄임으로써 남에게 미움을 사는 사람도 있다.
대답을 못해서 침묵을 지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답할 때를 기다려 침묵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때가 오기까지 침묵을 지키나
어리석은 사람은 때를 분간하지 못하고 수다를 떤다.
-시편 .20장5.6.7장
입술과 혀를 조심해야
곤경에서 목숨을 건진다
-잠언 .21장 23절
올바른 사람의 축복은 마을에 번영을 가져오고
나쁜 사람의 말은 마을을 깨뜨린다.
미련한 사람은 이웃을 모욕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입을 다문다.
입방아를 찧고 다니는 사람은 비밀을 흘리지만
속이 듬직한 사람은 비밀을 지킨다.
-잠언 11장 11,12,13절.
때에 맞지 않는 책망이 있고
현명함을 드러내주는 침묵이 있다.
분노를 참기보다는 이를 터뜨리는 편이 얼마나 더 나으냐
-시편, 20장1,2절
..침묵은 또한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방어와 공격의 무기로 말이다. 어떻게? 답은 간단하다. 우선 자신의 불안한 환상을 중지시킬 일이다. 어떤 상황에 대하여 갖게 되는 마음 속의 환상이 실제 현실보다 더 위험하다. 흔히 그 환상 때문에 어떤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잃어버리게 되니 말이다. 두려움의 진정한 문제는 과도한 범람에 있다.
두려움의 진정한 문제는 과도한 범람에 있다. 두려움은 판단력을 마비시켜서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없게 만들고 오성의 눈을 흐리게 한다는 것이 주된 불편함이다. 두려움이 자아내는 환상과 생각에 맞서 싸우려면 침착하게 심호흡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실 길거리에서 생긴 문제건 가정불화건 작업상의 마찰이건, 혹은 자기 자신의 함정과 두려움에 맞선 사움이건 간에 들숨과 날숨의 속도 조절을 통해서 정신을 집중함으로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 통제된 호흡법을 사용하면 눈에 날이 서면서 시선이 면도날처럼 날카롭고 칼끝처럼 예리하고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발하게 된다. 우리의 시선이 견고해지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안정감을 확보하면서 명철함으로 빛나게 되면 우리는 그야말로 말이 없으면서도 무시무시한 무기를 지니고 있는 것이나 매한가지라고 할 수 있다. 단 한 번의 눈길로 상대를 꼼짝할 수 없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숨소리나 시선에 그 어떤 흥분의 기미도 드러나 보이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와 반대로 확고한 결의를 통해서 냉정과 투명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침묵의 세번 째 무기, 이 동요 없이 침착한 국면, 상황 전체를 꿰뚫어 보며 줄기차게 쏘어보는 시선, 차분한 호흡의 국면에 이르면 이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위와 정면에 진동하는 방패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항상 침묵 속에서 눈으로 어떤 광선을, 가능하다면 태양광선을 거머잡아 마음속으로 자신의 몸에 휘감고 단전에 최대한 멀리 날숨을 내뿜고 신속하고 자연스럽게 들숨을 들여쉰 다음 아랫배가 뜨거워 질때까지 다시 한 번 더 날숨을 내쉰다.
심지어 어떤 무당들은 말하기를 이때 단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촉수들이 뻗어나와 상대를 멀리 날려버리거나 적어도 그를 무력화하여 꼼짝도 못하게 만든다고 한다. 내가 지금 들려주는 충고가 터무니없다고 느껴지겠지만 사실은 무예의 전통적 수련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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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침묵의 체험은 수많은 대결의 궁극적 이유를 깨닫게해준다. 그것은 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게 해주니 말이다. 이것은 더 정확하게 말해서 스스로 손을 더럽히거나 몸에 진흙탕을 뒤집어 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큰 힘은 상황을 제압하면서도 직접 끼어들지 않음에 있다 '싸우지 않고 승자가 되는 것', 이것이 모든 무예의 또다른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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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인적 없는 고원 위를 걷고 있다. 한 사람은 젊은 선승이고 다른 한 사람은 나이 많은 사부다.
젊은 쪽이 묻는다. "사부님, 비결이 무엇이고 침묵이 무엇입니까?"
사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냥 걷기만 한다.
젊은쪽이 묻는다.
"사부님, 사부님. 선에는 어떤 비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달마께서도 순수한 지혜의 비결과 실천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본질은 침묵과 공空이라고 들었습니다.
사부님 저는 알고 싶습니다. 비결이 무엇이고 침묵이 무엇입니까?
사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걸을 뿐이다. 뒤를 따라가던 젊은 쪽이 다시 묻는다. "사부님. 사부님. 비결이 무엇이고 침묵이 무엇입니까?"
그들은 마침내 절벽의 끝에 이른다. 나무 한 그루가 거의 수평을 이루며 허공을 향해 뻗어 있다.
늙은 선승이 젊은이에게 명령한다. "이 나뭇가지를 따라 꼿꼿이 걸어가 보아라"
젊은 선승은 조심조심 허공위로 나아간다. 사부가 말한다. "자 그럼 이제 걸음을 멈추어라.그리고 몸을 굽혀서 재빨리 나뭇가지를 이빨로만 물고 풋과일처럼 바람 속에서 나뭇가지에 매달려라."
젊은 선승은 매우 불안하지만 스승의 명이라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오로지 악문 이빨에만 의지하여 허공 중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스승이 말한다.
"자 이제 어디 내게 말해보아라. 비결은 무엇이며 침묵은 무엇이냐?"
이제야 나는 저 위대한 슈리 오로빈도의 말씀을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초월자의 문 앞에는 우파니샤드에서 말하는 저 단순하고 완전한 정신이 있다.
빛나고 순수하며 세상을 떠받들고 있으되 그 내면에는 아무 움직임이 없고 긴장된 에너지도 없고 틈도 없고 찢어진 상처도 없으며 유일하고 동일하며 모든 관계와 다양함의 겉모습으로부터 차유롭고 초월적인 침묵. 그리하여 돌연 그 문들을 지나면 정신은 그 어떤 통과의 중계에도 의지하지 않고 세상의 비현실성과 침묵의 유일한 현실성을 깨닫는다. 이는 인간 정신이 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험들 중의 하나다."
그리고 생 베르나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책 속에서보다 숲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나무들과 바위들은 다른 어느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많은 가르침을 준다."
<이킹>에 보면 침묵은 명상이며 땅위에 부는 바람의 이미지라고 되어 있다. 그것은 우리들 저마다의 내면에 존재하는 고등한 인격의 힘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인다. 고귀함을 유지하려면 그 고등한 인격을 흠없이 고요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침묵은 항구적인 배경이요 절대적인 증인이다.
현전. 항구적인 창조에 참가한다는 가냘픈 감동과 감정.
그렇다면 그뒤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구태여 그것을 찾으려 하는 것은 부질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이 여기 있으니.
매 순간의 충만한 의식 속에서 오직 침묵만이 말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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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오래 걸리고 힘들엇던 번역서를 독자들에게 건네주면서 앙드레 뵈클레르가 <새로운 사랑>에서 했던 말을 인용하며 '역자의 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친구여, 나는 그대에게 아무 할 말이 없소. 내가 이 백지를 내려다보면서 몽상에 잠긴 것이 벌서 몇 십 시간이었던가. 오늘 그대에게 내 침묵의 모든 풍요로움을 바치나니 자, 이제는 그대가 이 백지를 오랫동안 바라볼 차례요."-김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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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침묵 예찬'은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
현실적으로도 나는 침묵을 잘 이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고개가 흔들린다. 간신히 침묵을 읽어냈다.
후- ..
아마도 나란 사람은 침묵을 잘 지키지 못해 침묵을 제대로 읽지 못했을 것이고 간신히 읽어냈을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침묵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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