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임혜지/한겨레출판

다림영 2010. 10. 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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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만나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였다.

재미있었다.

나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다.

이런저런 사유로 내가 속한 공간을 제대로 꾸미고 못하고 살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내 마음대로 내 생각대로 직접 손질하고 꾸며서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아마도 난 공부를 더 했다면 이런방향으로도 나갔을지 모르겠다.

처음 만나는 공간에 대한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았고 흥미로웠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오늘아침 우리 아파트에 누군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 1년도 되지 않은 새 아파트의 내부를 모두 부수고 있었다. 어마어마했다.

어떤 돈많은 부자인지 모르지만 너무한다 싶었다.

하기사 자기 마음대로 고치고 쓰겠다는데 할말이 없지만

약간의 아이디어만 있어도 충분히 각별한 공간이 될 수 있을터인데 아쉽기만 했다.

엘레베이터 안에서 어떤 이와 함께 그집의 부순 것들을 만나면서 입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개가 흔들렸다.

지구가 오염되는 순간들이 하루에도 수십만건씩 이루어지고 있으리라. 

미래의 일들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수많은 아파트들의 이십년후 삼십년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녕 백년이 넘도록 건장하게 서있을 건물을 세울수는 없는 것인지...

 

 

본문중에서

 

이 세상에는 내것이 아닌데도 내 것처럼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널리고 널렸다. 바깥 공간이 특히 그렇다. 가로수 밑에 싱싱하게 가구어진 한 뼘 잔디밭일지라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이 바로 임자다.

 

 

뮌헨의 특징은 대도시이면서 대도시의 단점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인구 130만의 뮌헨은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어느도시보다도 깨끗하다. 돈이 많아서 감시하는 일꾼들을 많이 풀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 공공질서도 잘 지켜지는 편이고 범죄율도 아주 낮다. 시의 홍보물에는 '마을 같은 대도시'라고 자랑하는 선전문구가 바지지 않는다.

실제로 도시 곳곳에는 옛 마을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대도시의 도로를 지나다 우연히 옆길로 빠지면 난데없는 일곱 난장이가 투어나올 것 같은 , 처마가 낮은 오두막집들은 인기가 아주 좋아서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또 마리엔 광장 바로 옆에 있는 재래시장에서도 '마을 같은 대도시'를 느낄 수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 재래시장을 쓱 훑어보고 사진이나 찍고 발길을 재촉하는데, 그러려면 차라리 그냥 건너뛰는게 낫다. 여기에는 찬찬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물건들밖에 없기 대문이다. 원래는 서민들의 평범한 장터였던 이 시장은 어느새 미식가들을 위한 최상급 공급처로 변해서, 독일의 산해진미가 모여든다.

 

..

베로나의 젖줄인 에디제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중 가장 오래된 피에트라다리를 건넜다. 아담하고 소박한 이 다리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문화유산이다. 돌다리를 받치고 있는 아치구조 다섯 개의 건축년도는 제각각이다. 시내의 바깥쪽으로 난 두 개의 아치는 1세기 로마시대의 자연석으로 건축되었고, 가운데 두 개는 500년에 벽돌을 사용하여 복구 되었으며 , 시내쪽으로 위치한 나머지 아치 하나는 1298년에 역시 벽돌로 보수되었다.

 

인간의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게 발전하던 지난 2천년동안 베로나의 주민들은 소박한 이 다리를 끊임없이 보수해왔다. 우리 인간에겐, 낡은 것을 헐고 새로운 미각에 준하는 새로운 건축물을 새로운 기술을 동원하여 짓고자 하는 인간 특유의 과시욕이 있는데, 베로나의 주민들은 이를 극복하고 묵묵히 옛 양식에 맞춰 최소한의 보수만을 해온것이다. 그들은 완벽한 복원을 고집하지도 않았다. 그때그때 새로운 건축기술과 건축자재를 적절히 이용하는 유연성을 보여주었다. 한 건축물 안에 변천하는 기술상이 시대별로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게 된 것은 바로 그러한 선조들 덕분이다.

과거에 대한 경외심과 오늘의 발전을 존중하는 마음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

 

나는 나중에 건축가가 되면 당연히 크고 멋진 건물들을 설계할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소장은 나를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엇다. 전문잡지에 실리는 작품들을 설계하는 건축가만 성공한 건축가는 아니라고 말했다.

남의 목욕탕을 개조하는 일을 하더라도 적당한 비용으로, 사용하기 편리한 배치와 세련된 디테일을 제공하는 서비스업도 건축가라는 직업에 속하는 일이며, 집주인이 두고두고 기분 좋게 산다면 이것이 바로 건축가의 능력이자 보람이라고 했다.

나의 눈이 열리는 순간, 깨달음과 만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들었던 소장의 직업관은 나의 인생에 두고두고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비단 건축가라는 직업하나에 국한되는 말이 아니라, 무엇을 가치있게 여길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되었다.

 

 

임혜지/

 

독일뮌헨의 문화재 건물 전문가이다. 고등학교 재학중에 가족과 함게 독일로 이주해 독일 칼스루에 대학교에서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사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스위스관 설계 및 기획에 참여했고, 현재 프리랜서로 독일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실측조사및 발굴 연구를 하고 있으며, 대학연구소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저서로<프리드리히 바인브렌너 시대의 칼스루에주택Karlsruher Burgerhauser zur Zeit Friedrich Weinbrenners,2003>이 있다.

현재 독일 뮌헨에서 독일인인 남편과 고등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으며, 생활 속의 소소한 즐거움을 블로그 '빨간 치마네 집'에 발랄한 필체로 담아내고 있다www.hanamana de/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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