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햇빛도 없이 무더웠다. 그야말로 휴일이어서 몸과 마음을 다 놓아두려했었다. 그러나 심심했다. 아이들은 늦잠을 잤고 나는 일찍 눈이 떠졌다. 책을 읽다가 접어두고 아파트 뒷산에 올랐다.
아침부터 숲속은 매미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듣는 소리처럼 시끄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들의 소리는 음악처럼 들리기도 했다.
평일에 만나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편했고 혼자 흥얼거리며 다른때보다는 조금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좁은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혔지만 지친몸은 싱그러운 녹음의 기로 가득 채워졌다.
숲이 가까이에 있어 행복하다는 영화속 소년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점심에는 둘째와 막내녀석과 함께 손을 걷어부치고 탕수육을 만들었다. 고기써는것도 가르치고 야채 써는 것도 해보고 육수의 비율도 알려주고, 계란의 노른자와 흰자 가르는 법도 배우고...
며칠전에 이번휴일엔 요리실습이 있다고 선전포고를 했었다. <요리사진을 찍지않아 아쉬움>
둘째는 중얼중얼거리며 엄마에게 이끌리고 있었고 막내는 언제나처럼 '내가 할께 내가 할께'를 반복하며 재밌게 요리를 즐겼다. 아는자보다 노력하는자가 노력하는자보다 즐기는 자가 생을 이끌어 간다고 했다. 둘째녀석이 걱정이다. 도무지 패기가 없다.
근사한 우리의 탕수육이 완성되었다. 보기만 해도 굉장했다.
땀을 좀 흘리고 시간은 걸렸지만 중국집보다 더 맛나다며 감탄사를 남발하며 누가 더 먹을새라 욕심을 부린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맛난 점심으로 더위를 물리쳤다. 후후..
늦은 오후 우리는 개천에 나갔다. 참게가 있다는 그 개울가에...
녀석들은 자전거를 타고 나는 물에 발을 담그고 책장을 넘겼다.
물속에 발좀 넣어보라 하니 모두 싫어라 하며 자전거페달만 밟는다.
냉커피에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져 나갔는데 땀을 흘리던 녀석들 점심을 그렇게 먹고서도 뚝딱 해치운다.
개울이 깨끗해서 너무 좋았다. 여기저기 발을 담그고 나처럼 책을 읽는 이들도 있었고 노니는 이들도 있었다.
점점 커 갈 수록 엄마가 끌고 나서지 않으면 전혀 땅을 밟으려 하지 않는녀석들이다.
종일 집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말을 하지 않아도 엄마는 안다.
멀리 떠나지 못하지만 동네 주변에 산도 있고 물도 있어 위안이 되고도 남는다.
참 감사한 일이다.
아름다운 아빠와 딸의 모습이다.
보는이로 하여금 금새 마음이 꽉 차오르게 한다.
특별한 얘길 하지 않아도 그들의 가정이 그려진다.
휴가철이다. 다들 좋은곳으로 짐을 꾸려 떠나고는 한다.
그러나 멀리 떠난다고 대수는 아니다.
어디에 머물든 시원하고 평화스런 모습이라면 굳이 더위를 피해 떠날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만난듯 미소가 지어지는 휴일의 오후였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 . (0) | 2010.08.04 |
---|---|
꽃 도둑 (0) | 2010.08.03 |
미국에 사는 선배언니 말씀 (0) | 2010.07.31 |
91세 정정한 할머니 손님 (0) | 2010.07.30 |
강냉이 (0) | 2010.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