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91세 정정한 할머니 손님

다림영 2010. 7. 3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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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다.

마음을 비우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가 한참 넘어 한 손님이 '아이구' 하며 들리셨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할머니셨다.

시계때문에 오셨느냐 여쭈었다.

<열이면 열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방문은 99%시계전지를 가는 일>

 

종일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터라 반갑게 맞이하며 앉으라시니 앉지도 않으신다 .

시계방을 찾아 한참을 내려오셨단다.

그런데 가만 얘길 들으니 내가게가 아닌 다른곳에 가고자 하셨는데 들리신 것이다.

할머니가 가고자 하신곳은 신혼부부가 하는 곳이었고 그곳의 여자는 시계를 만질줄 모른다고 한다.

 

여자도 기술이 있으니 참 다행이라며 내게 선뜻 맏기신다.

 

할머니는 대뜸 당신의 나이가 몇쯤 될 것 같냐고 물으셨다.

나는 예의상 손님이 기분이 나쁘면 안돼므로 잘 가늠이 안돼었으나 조금 줄여서 팔십다섯아니 넷... 이라고 웃으며 말씀드리니... 와.. 할머니의 연세는 구십이 넘으신 것이다.

 

조그만 할머니의 가방엔 성경책이 들어있었고 노인정에서도 다른 할머니는 고스톱을 하지만 당신은 성경책을 읽으신단다. 생선을 거의 매일드시고 교회를 나가신단다.

 

오늘은 병원까지 다녀오셨단다. 어제저녁 생선을 먹다가 가시가 목에 걸렸는데 아프셔서 혼자 다녀오셨단다.

가족들이 함께 모시고 다녀오겠다고 했지만 수족이 멀쩡한데 혼자가겠다고 하셨단다.

정말 ..  대단하시다.

 

할아버지께서 사년전인가 가셨는데 앓지도 않고 밤사이에 가셨단다.

할머니의 꿈은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조용히 가시는 것이라고 하셨다.

단정하고 깔끔한 할머니 .. 일이 끝나자 성경책이 든 가방을 어깨에 매시고 나가셨다.

 

 

문밖출입을 못하시고 집에만 24시간 계시는 시아버님이 떠올랐다.

가끔은 볼일도 본인의 의지대로 하지 못하시는데 .. 아버님은 81세...

오늘 내게 방문하신 할머님은 91세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모든일을 혼자 처리하셨다.

 

 

할머니를 보내드리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부쩍 건강에 대한 좋은 습관을 길들이기에 여념이 없는 나다.

자기의지대로 자신에 관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없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다. 

 

우리 아버님은 젊으실 때 너무 잘 드셨다. 무엇이든 배가 부를때까지 드셨다.

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그러한 나쁜 식습관은 오만가지 병을 불러오고 자신도 모르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신 것이다.

 

평균수명은  길어졌고 노인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금부터 철저한 좋은습관에 길을 들여 깨끗하게 늙어야 할 것이다.  사는날까지 건강하게 내 의지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소식하고 91세 할머니 말씀처럼 생선을 즐겨 먹으며 건강한 일상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생생한 공부를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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