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예정된 우연 /수해 지음/동아시아 기행 에세이

다림영 2010. 6. 2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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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미야자와 겐지의 시 비에도 지지 않고-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은 없고

결코 성내지 않으며

언제나 조용히 웃고 있어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약간의 채소를 먹으며

모든 일을

자신의 계산에 넣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며

그리고 잊지 않으며

들판 솔 숲 그늘의

조그마한 초가지붕 오두막에 살면서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간호해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그 볏단을 져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ㅇ 있으면

가서 두려워 말라 일러 주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부질없으니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 흘리고

추위 닥친 여름엔 허둥지둥 걸으며

모두에게 멍청이라 불리고

칭찬도 받지 않고

부담도 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성숙한 이는 과거를 끌고 다니지 않고, 지혜로운 이는 현재를 얘기하지 않고, 활달한 이는 미래를 말하지 않는다.'

..

 

인도나 네팔, 라다크, 티베트를 여행하다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형편없이 열악한 조건에서 헐벗고 굶주리며 살지만, 누구 하나 얼굴에 원망이 서려 있지 않다.

그러기에 행복이란 절대 상대적 기준에서 평가 내릴 수가 없는 것 같다.

오직 그가 얼마나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살아가느냐만이 진정한 행복의 가치 척도가 되리라.

 

 

물심일여物心一如

주관<인간>과 객관<자연>이 따로 분리되지 않고, 온전히 한덩어리가 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산에 오를 때도, 요즘 사람들처럼 등산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

입산入山.

산에 오른다고 하지 않고, 그저 산에 든다고만 하였다.

그러므로 산을 정복한다는 의미가 은근히 내포되어 있는 '등산 登山'이라는 말과, 그저 산에 조용히 깃들어 본다는 의미의 '입산'에 담겨 있는  사람들의 정서 변화는 우리가 분명히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수해:청도운문사 강원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명상 사원을 순례하다가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사학을 전공하고 있다.

길 위에서의 사색과 글쓰기를 통해 꾸준히 의식 지평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시집으로 <산 두고 가는 산>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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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우연" 이란 제목에 손이 갔고

기행에세이여서  좋았다.

나도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훌훌 몇날며칠  떠날 수 있는 날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목표가 된다면 마음에 심고 행동에 옮기면 되는 것이겠지만...

먹고 사는문제가 그렇게 간단 한 것이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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