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고전 산문을 읽는 즐거움 /정진곤 역해

다림영 2010. 7. 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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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

 

정승의 말솜씨

강효석

 

 

설중매는 송도의 명기다.

태조께서 조선을 세우시고 정부에서 여러신하들에게 잔치를 베푸셨는데, 거기 모인 사람들은 다 골조에 벼슬했던 구신들이었다.

그 잔치 자리에 설중매가 있었다. 그는 재주가 뛰어나고 용모가 아름다웠는데, 남자와의 정사를 심히 좋아했다. 한 노정승이 취하여 설중매에게 말을 걸었다.

 

"내 들으니, 너는 아침밥은 동쪽집에 가 먹고, 저녁잠은 서쪽 집에 가 잔다 하니, 오늘밤은 이 늙은이를 위하여 벼개를 함게 할 수 없겠느냐?"

설중매가 말했다.

"아침밥은 동쪽 집에 가 먹고 저녁잠은 서쪽 집에 가 자는 저 같은 천기가 어찌 왕씨도 섬기고 이씨도 섬기는 정승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겠습니까?"

듣는 사람들이 모두 침통해했다.

-대동기문

 

 

평설-

왜 침통해했을까? 고려의 신하로서 조선을 섬기는 것이 부끄러워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보다도 그 말솜씨에 관한 것이다. 어느 정승이 설중매에게 한 말, 설중매는 남자와의 정사를 심히 좋아한다 했으니 이미 지조를 말할 여자는 아니지만,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정승의 그 말은 지나친 데가 있다. 말이 그러했으므로 "왕씨도 섬기고 이씨도 섬기는 정승"이라는 뼈아픈 한마디를 돌려받게 된 것이다. 이것이 과연 정승의 말솜씨인가?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 한 토막이 생각난다. 옛날 어느 곳에 어린 신랑이 하나 있었다. 신랑은 밤마다 신부의 등에 업혀 잠이 들고, 밥을 지을 땐 신부의 치맛자락을 잡고 누룽지 긁어 내라며 칭얼거렸다. 어느날 이른 아침, 신부는 그만 짜증이 나서 그 어린 신랑을 번쩍 들어 지붕위로 던져 버렸다. 그 때 시아버지가 물꼬를 보고 막 들어오고 있었다.

 

 

신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정신이 희미했다. 시아버지와 신랑의 말소리가 꿈속처럼 들려왔다.

"지붕엔 왜 올라가 있느냐?"

"박이 쇠었나 싶어서 올라왔는데, 아직 쇤 게 없네요."

 신부는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어린 신랑이 하늘 같았다. 일생을 하늘처럼 섬겼다. 어린 신랑은 후에 정승이 되었다고 한다. 어리지만 정승의 말솜씨 아닌가?

 

세상에는 참말이면서도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이 있고, 거짓말이면서도 남을 구제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날마다 말을 하며 산다. 더러는 자기의 말솜씨를 반성해볼일이다.

 

자 말머리를 좀 돌려보다. 조선조 기녀 중에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살마이 많았다. 그들은 노래와 춤, 거문고는 물론 시에도 능했다. 개성의 황진이, 부안의 이매창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이들은 너무 유명하므로 비교적 덜 유명한 기녀의 시 한 수를 소개하고 조선시대를 마치기로 한다.

양덕 기녀 채소염의 만인, <사람의 죽음을 애도함>. 깨달음이 있다.

 

보셔요, 저 무덤의 슬픈 모습들.

한번가면 못 오는

저승 아녀요.

 

부귀로 죽음을 면한다면야

왕후가 무슨일로

저기 있나요.

 

-대동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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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말씀들이 가득 들어 있는 책이다.

옛선조들의 말씀들은 언제나 깨달음을 가져다 준다.

세상은 변해도 사람사는 이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 같은 것이다.

 

언젠가 읽었던 책 ...아마도 화술법칙이었을 것이다.

링컨과 처어칠에 대한....

그곳에 이런얘기가 있었다.

말을 할 때에는 이렇게 하라고 했다

보고-멈추고-말하라<See-Stop-Say>

..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고도 했다.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급하게 빠르게 쉬지도 않고 하는 말에는 깊이가 없다.

항상 사람의 눈을 보고, 그리고 멈추며, 생각을 다시한번 해보고, 그다음에 얘기해도 늦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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