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새벽에 홀로 깨어 /최치원 선집<김수영편역>

다림영 2010. 6. 2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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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피리 소리를 듣고

 

인생사란 흥했다 쇠하게 마련이니

부질없는 삶 참으로 슬프구나.

뉘 알았으리, 저 천상의 곡조

이 바닷가에서 연주하게 될 줄을.

물가의 궁궐에서 꽃을 보며 연주했지

바람부는 난간에선 달을 보면서.

이제는 선왕<先王>을 뵐 수 없으니

그대 좇아 눈물만 줄줄 흘리네.

 

 

옛일을 떠올리다.

 

나그네 수레 멈추고 나루를 물으니

수양제 때 쌓은 제방 흙에 덮여 적막하네.

인심은 늘 어진 군주를 따르거늘

버들잎은 전혀 태평한 봄빛 아니네.

탁한 물결은 황제의 논ㄹ던 자취 남기지 않고

저문 노을만 괜시리 비단 돛대 같네.

수양제가 나라 망친 일 말해 무엇하랴

예나 지금이나 사치하면 망하는 법이거늘.

 

 

 

보내주신 새 차에 감사드리는 글

 

아무개가 아룁니다. 오늘 중군사中軍使-유공초兪公楚가 분부를 받들어 차를 보내왔습니다.

생각건대 보내주신 차는 촉蜀의 산기슭에서 잘자라, 수원隋苑에서 향기를 날리다가, 비로소 좋은 일을 골라 따는 정성이 더해져 바야흐로 맑고 담박한 맛을 내게 되었으니, 파르스름한 찻잎을 차솥에 끓여 향기로운 찻물을 다완茶碗에 따름이 마땅할 것입니다. 고요한 선승禪僧이나 유유자적한 우객羽客에게나 어울 것이거늘 뜻밖에도 이 귀한 선물이 외람되이 평범한 선비에게 미치니, 매림梅林을 말하지 않아도 갈증이 풀리고, 원추리가 없더라도 근심을 잊게 됩니다. 그 은혜에 어찌할 줄 모르겠사오며, 황송스럽고 감격함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삼가 감사드리며 편지 올립니다 .

 

 

 

임 그리는 아낙이 자는 깊은 방의

비단창도 점점 밝아지네

시름에 겨운 이가 누운 옛집의 어둔 창도 밝아오네.

잠깐 사이 새벽빛이 조금 뚜렷해지더니

새벽 햇살이 빛을 발하려 하네.

줄 지은 기러기 떼 남쪽으로 날아가고.

한 조각 달은 서편으로 기우네.

장사차 홀로 나선 사람 일어났으나

여관 문은 아직도 닫혀있네.

외로운 성에 주둔하는 백전百戰의 용사들에게

호가胡가소리는 아직 그치지 않네.

다듬이 소리 쓸쓸하고

수풀 그림자 성그네.

사방의 귀뚜라미 소리 끊어지고

먼 언덕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렸네.

<..중략..>

상쾌한 새벽이 되니

내 영혼 푸른 하늘처럼 맑아라.

온 세상에 밝은 해 비치자

어둠이 바위 골짜기로 사라지네.

천개의 문과 만개의 창이 비로소 열리고

넓은 천지가 활짝 펼쳐지누나.

- <새벽> 중에서

 

...

중앙정계로 돌아온 최치원은, 신라의 최우선 국정 과졔 열가지를 제시한 '시무십여조時務十餘條를 진성여왕에게 올렸다. 진성여왕은 기뻐하며 최치원을 아찬<  >으로 삼았으나, 반대파로 인해 시무십여조는 시행되지 못하였다. 이미 골품 제도의 병폐로 혼란해진 정국을 돌이킬 수 없었던 것이다. 얼마 뒤 최치원은 정계에서 물러나 전국을 유람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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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슬처럼 맑은 사람이고 싶다.

그러나 세파에 시달려 본 마음도 잊고 욕심에 부대끼며 살고 있다.

죽을 때가 되어 깨달으면 다행이라고 했던가..

가끔 비어지는 마음이 찾아오기도 하니

이는 책의 힘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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