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모든 것은 지나간다

다림영 2010. 5. 1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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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스님책을 들추었다.

지나간 과거때문에  얶매이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때문에 현재를 잃어버리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고 하셨다. 

그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청소를 하고 가끔 환기를 시키고 음악을 듣고

그리고 밥을 먹고 긴 시간의 오늘을 견뎠다.

..

오래전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가 내 나이 무렵이었을 때..

언제나 집에오시면 조그맣고 동그란 상위에는 소줏병이 있었다.

하루라도 소주를 드시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때엔 몰랐다.

왜 아버지가 소주를 드셔야만 했는지..

..

암담한 미래가 무서워서 겁을 먹고 있었다.

그러나 스님말씀처럼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때문에 두려워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늘에 최선을 다했으면 된 것이리라.

..

..

리오즈카의 '비가오기전에는'...이 흐른다.

문밖을 나서면 금새라도 비가 올 것 같기만 하다.

그러고보니 '모든것은 지나간다'..는 글귀가 나를 위안한다.

그랬다.

상업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서 견디기 힘들던 나날 죽을 것 같던 그 무거웠던 날들..

이제와 보니 다 지나갔다.

큰녀석이 어릴때 폐렴직전이 되어 병원에 입원하던때... 아, 지나갔다.

이상한 손님때문에 생전처음 경찰서에도 가게되었던 때... 지나갔다.

집에 불이났었다. 죽는줄 알았다... 그것도 지나갔다...

막내동생이 너무아파 온가족이 힘들고 지쳤을 때..희미하다..

보험도 다 해약하고 통장이 모두 비어있었다.... 그런때도 있었다... 지나갔다.

마음약하던 우리아버지 하루아침에 사고로 돌아가셨다.. 아... 언제였던가... 엄마는 매일마다 우리를 놔두고

벽에 기대어 울기만 했다.... 지.나.갔. 다....

...

.

그외에도 수 많은 아픔이 있었다...모두 지나갔고 또 지나갔다.

..

.

.

아, 그러고 보니 나의 인생의 슬픔들이 다 그렇게 절망적이고 힘들던 ..그러한 막막한 사실들이 다 지나갔다.

..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이다.

바람처럼..

애타하지말자.

연연해 하지말자.

슬퍼하지말자.

아파하지말자.

모든 것은 다...지나가는 것이다. 인생도 ..삶도.. 생명도.. 재산도... 그 어느것도... 손가락 사이 물이빠져나가듯이 바람이 스쳐가듯이.. 그렇게...

..

퇴근시간이 되었다.

나는 문을 나서고 전철을 타고 책을 읽고 역에서 내려 에스카레이터를 거부하고 계단을 밟을 것이고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5월의 봄바람에 나를 맡겨야 하겠다. 흘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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